냉소주의 시즌의 직장인에 대한 고찰
학창 시절에 가졌던 원대한 꿈과 목표는 초점이 대부분 어떤 구체적인 직업을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대개는 어떤 특정한 자격을 갖춰야만 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령 교사라던가, 의사라던가, 변호사라던가, 경찰관이라던가 같은 공인된 자격과 시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위가 그렇습니다. 중고등학교 한 반에 보통 30명이 있다고 가정하면(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기준으로.. 지금은 그보다 훨씬 적겠지만요) 경험상 그중 적어도 10명 정도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뽑아봤습니다. 직장인이 되면 하찮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찮다는 느낌을 받는 건 개인마다 다릅니다. 이건 저의 의견이지만, 누군가는 그러한 느낌을 받지 않고 멀쩡히 회사에 다니는 누군가도 있겠죠. 하찮다는 느낌은 단순히 일의 중요도나 성취를 떠나서 드는 막연한 감정입니다.
현실에 부딪혀서, 일정한 소득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할 시기에 이르면 우리는 구체적인 직업보다는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맡게 되는지를 더 기울여 보게 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직업이 정해진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깊게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운 좋은 사람들은 일부이고, 나머지는 답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세상에는 참 여러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 WBC(World Baseball Classic)의 우승국 일본의 유명한 대표 야구선수인 ‘오타니 쇼헤이’를 아시나요? 이 선수를 보고 있으면 참 정말이지 감탄의 연속입니다. MLB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실력이 우수한데, 인성이나 행동과 발언만 보더라도 전혀 흠잡을 때 없는 무결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다라트 계획으로 자신이 세울 목표를 정해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타니는 이미 그 성취를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이뤄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런 행적을 보고 있으면 경외감이 듭니다. 오타니와 같이 계획대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겠지만, 비범하지 않은 일반의 사람들은 자신의 계획대로 잘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회의 구성원이 가진 직업군을 통계적으로 보아도 오타니와 같이 엘리트 운동선수로 활동하는 수는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저 역시 오타니처럼 적절한 재능과 능력과 그에 걸맞은 인성까지 갖추어 살아가려면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 갖춰져야 하는 조건은 생각보다 아주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런 와중에 계획까지 세우며 정해놓은 길을 매끄럽게 최단 경로로 주파할 것이라는 예상은 최상의 조건을 지닌 소수에게나 어울릴 수밖에 없죠. 환경과 자신의 타고난 제약사항에 영향을 받기에, 같은 목표를 세워도 누구는 달성하지만, 누군가는 달성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덜 노력했기 때문에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학창 시절 계획한 구체적 직업은 마치 상상 속의 동물과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험해보지도 못한 예상 하지도 못한 온갖 외생변수들이 그 목표 달성에 앞서 어딘가 존재할 지조차도 감히 추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타니 쇼헤이처럼 최단 경로로 가기 힘든 것이고, 그와 같이 16살에 내린 결정이 향후 몇십 년의 경로를 완벽히 예측하게 맞출 것이라는 보장 어디에도 없습니다. 차선과 우회경로로 몇 번 움직이다 보면, 금세 우리는 어떤 직장에서 어떤 직무를 맡으며 일할 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을 보면, 결국 세상은 정규분포의 이치에 맞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늘 그렇듯 누구나 한 때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한 가정의 소중한 일원이었고, 한 학교의 학생이었습니다. 거대한 제국을 세운 역사적 인물들이나, 다 알법한 기업가들의 히스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굴레 속을 살아가더라도 깨어있음을 자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에서 빨간 알약을 먹은 네오와 그렇지 않은 나머지의 사람들 간의 인식하는 세계관의 차이와 같은 느낌입니다.
세상 모든 변화와 특이점은 그 누구도 쉽사리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일어난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따위의 이야기들은 그것들 안에서만 이뤄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허구도 실재와 현실에 기반해서 창작을 합니다. 그렇기에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일들은 언제나 지구 어디선가 항상 벌어지고 있겠죠.
어쩌면 직장인이 느끼는 하찮음은 벗어난 경로 속에서 정진하는 가운데 느끼는 찰나의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깨어있기에 하찮음을 느끼는 것이고, 그 와중에도 무엇이라도 하려는 직장인들이 무언가를 이뤄내겠죠. 그러니 반복적인 출근과 퇴근 그리고의 업무는 결코 하찮지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