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그림을 바꾼 ECM 대표작을 이어갑니다.
조화롭게
1975: Timeless
John Abercrombie 존 에버크롬비(1944~2017), 미국, 기타
에버크롬비는 재즈 퓨전 기타를 얘기할 때 거론되는 연주자입니다. 전자 사운드가 도입된 퓨전에 일렉트릭 기타는 장르를 대표하는 악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록계에도 손에 꼽는 기타리스트들이 많습니다만 재즈계도 만만치 않습니다. 퓨전 기타리스트들의 연주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어떤 독자적인 스타일을 보이냐가 감상 포인트입니다. 앨범 <Timeless(영원한)>는 존 에버크롬비(기타), 얀 해머(피아노, 오르간, 신시사이저), 잭 디조넷(드럼)의 트리오 구성입니다. 세 명이 전개하는 탄탄한 리듬감의 조화! 그래서 주제어는 "조화롭게"입니다. 재즈 기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에버크롬비의 연주는 강추입니다.
세상에서
1979: Codona
Codona 코도나(1978~1982), 미국 & 브라질, 트리오
ECM에서는 국내에 절대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칙 코리아, 키스 자렛, 팻 메스니 등이 주요작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들은 1970년대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는데 ECM을 통해 확실한 방향 설정을 합니다. 한편 ECM은 재즈 외에도 월드 뮤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관련 뮤지션들과 계약을 합니다. 이들이 ECM 소속 뮤지션들과 레코딩을 하면서 독특한 창조물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마치 블루노트의 소속 뮤지션들이 세션맨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명연을 만든 것과 유사합니다. ECM의 대표적인 예가 CODONA(코도나)입니다.
밴드명은 세 뮤지션들의 이름 두 자씩을 따온 것입니다.
콜린 왈코트(1945~1984): 시타, 타블라, 티파니, 보컬
돈 체리(1936~1995): 트럼펫, 코르넷, 플루트, 오르간, 멜로디카, 보컬
나나 바스콘첼로스(1944~2016): 베림바우, 쿠이카, 토킹 드럼, 퍼커션, 보컬
세 명이 연주하는 악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왈코트는 그룹 오레곤의 멤버이자 마일즈 데이비스의 앨범에도 참여하였고 리더격으로 코도나를 이끕니다. 시타로 재즈를 연주하고 다양한 월드 뮤직을 들려줍니다.
체리는 프리 재즈에서 두각을 나타낸 트럼피터이고 월드 뮤직 영역에서도 활동하였습니다.
바스콘첼로스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퍼커션 및 베림바우 연주자이자 보컬리스트입니다.
세 명의 음악적 배경은 재즈와 월드 뮤직에 걸쳐 있습니다.
코도나가 발표한 삼부작에서 이들의 연주가 어떻게 융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진정한 월드 퓨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집: CODONA(1979)
2집: CODONA2(1981)
3집: CODONA3(1983)
총 세 장의 음반을 1979년을 시작으로 2년마다 발표합니다. 훌륭한 작품들이고 1집부터 감상하심이 좋겠군요. 이들의 연주는 프리 재즈 연주와도 대별되며 특정 월드 뮤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트리오로서 들려주는 음악은 균형있고 조화로운 낯설음으로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사진은 2009년 발매된 <코도나 트릴로지>로 1, 2, 3집 세트입니다.
합이 맞는
1980: Full Force
Art Ensemble of Chicago 아트 앙상블 오브 시카고(1969~), 미국, 퀸텟
1960년대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를 듣다 보면 아트 앙상블 오브 시카고를 접하게 되고 AACM(창의적 연주자들의 진보를 위한 모임)이라는 음악 집단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퀸텟 앙상블은 레스터 보위(트럼펫, 첼레스타, 베이스 드럼), 말라카 페어버스(더블 베이스, 퍼커션, 멜로디카), 조셉 자만(색소폰, 클라리넷, 퍼커션, 보컬), 라스코 미첼(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퍼커션), 돈 모이(드럼, 퍼커션, 보컬)로 구성되며 월드 뮤직의 퓨전을 보여줍니다. 사진의 작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게 재즈라고?", "와! 역시 프리 재즈의 신기원" 등 감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와닿습니다. 그렇지만 음악을 창조해내는 진일보한 집단의 작품인 <Full Force(전력으로)>는 주제어처럼 "합이 잘 맞는" 상태에서야 나올 수 있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중간에서
1994: Officium
Jan Garbarek & The Hilliard Ensemble 얀 가르바레크(1947~) & 힐리아드 앙상블, 노르웨이, 색소폰
1974년 시작된 키스 자렛의 유러피언 쿼텟. 자렛과의 협연으로 국내에 알려졌지만 얀 가르바레크는 그 이전부터 두각을 나타낸 노르웨이의 대표 색소포니스트입니다. 클래식과 월드 뮤직에서도 활동하는 가르바레크의 다양한 작품 중에 힐리아드 앙상블의 목소리와 함께 한 <오피시움(입당송 혹은 성무)>은 재즈라기보다 그레고리안 찬트에 가깝습니다. 앨범도 ECM이 아닌 ECM 뉴 시리즈를 통해 발표되었지요. 이 앨범은 클래식과 재즈 중간에 위치합니다. 주제어 "중간에서"가 잘 어울리는 라이브 명작. 힐리어드 앙상블은 카운터테너, 바리톤, 두 명의 테너로 구성되며 가르바레크는 소프라노 및 테너 색소폰을 연주합니다. 이 앨범은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가르바레크와 힐리어드 앙상블은 세 번에 걸쳐 음반 작업을 하였습니다.
떨어져 있는
1997: Khmer
Nils Petter Molvaer 닐스 페터 몰베르(1960~), 노르웨이, 트럼펫
노르웨이 트럼피터인 닐스 페터 몰베르는 재즈와 일렉트로니카를 합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뮤지션입니다. 이런 장르의 합성을 뉴재즈(Nu Jazz) 또는 퓨처재즈(Future Jazz)라고 부르며 몰베르는 이 장르의 선구자입니다. 사진은 1998년 앨범으로 ECM의 다른 음반들과 "떨어져 있는" 재즈를 들려줍니다. 총 6곡 모두 몰베르 작곡이며 곡마다 편성이 다릅니다. 2~6인조 편성으로 이펙트, 샘플러, 덜시머, 기타, 트럼펫, 드럼, 퍼커션 등으로 독특한 리듬과 톤을 만들어 냅니다. 혁신적인 사운드 연출가 몰베르의 앨범 <크메르>는 ECM 재즈 또는 현대 재즈와 절단된 상태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합니다.
미래에
2006: Stoa
Nik Bärtsch's Ronin 닉 바치의 로닌(1971~), 스위스, 피아노
칙 코리아의 영향을 받은 바치는 스티브 라이히, 존 케이지 등의 현대 음악과 펑크, 록, 재즈 등을 블렌딩 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2001년 만든 밴드 로닌을 통해 2002년 첫 앨범을 발표하였고 최근작을 2018년 선뵀습니다. 사진은 2006년 ECM 데뷔 앨범으로 닉 바치(피아노), 샤(클라리넷), 비욘 마이어(베이스), 캐스퍼 라스트(드럼), 앤디 퓨페이토(퍼커션)의 퀸텟입니다. 바치는 클라리넷의 도움을 받으며 선적이며 전위적인 연주를 시도합니다. 키스 자렛과 얀 가르바레크의 콜라보를 연상시키는 색채에 미니멀, 명상적, 전위적 그리고 회화적인 느낌으로... 전곡 바치의 오리지널로 곡명은 Modul OO으로 시작합니다. 재즈가 나아갈 다양한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앨범 <스토아>의 키워드는 "미래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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