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그림을 바꾼 ECM 대표작을 시작합니다.
태초에
1970: Free at Last
Mal Waldron 말 왈드론(1925~2002), 미국, 피아노
1969년 ECM이 설립되었고 11월 15일 말 왈드론 트리오의 <Free At Last(드디어 자유)>가 출시됩니다. 왈드론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1967년 뮌헨에 정착합니다. 이런 연유로 사진의 왈드론 앨범이 카달로그의 첫 번호 1001번이 되었고 ECM은 새로운 재즈를 지향하며 항해를 시작합니다. 키워드 "태초에"는 그런 의미입니다. 참고로 1971년 뮌헨에서 설립된 또 하나의 재즈 레이블 Enja(엔야)가 있습니다. 엔야도 말 왈드론의 트리오 작품 <Black Glory(검은 영광)>를 첫 앨범에 배치하였고 카탈로그 번호는 2004번입니다. 앨범 디자인은 검은 바탕에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표현하여 앨범명과 잘 어울립니다. 한 곡 제외 전곡 왈드론 작곡이며 말 왈드론(피아노), 이슬라 에킨저(베이스), 클래런스 벡톤(드럼) 트리오의 포스트밥입니다.
도심에서
1974: Escalator Over the Hill
Carla Bley 칼라 블레이(1936~2023), 미국, 오르간 & 피아노
60년 이상 활동한 작곡가, 밴드 리더, 오르간 및 피아노 연주자인 칼라 블레이는 포스트밥, 프리 재즈, 재즈 퓨전 그리고 빅밴드 등에서 활동하였습니다. 작품 <언덕 위의 에스컬레이터>는 칼라 블레이의 곡에 폴 헤이즈가 가사를 붙인 재즈(록) 오페라입니다. 이 작품은 아방가르드, 포스트밥, 서드 스트림 등의 여러 재즈 장르를 포용하는 블레이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입니다. 블레이 스스로 언급하였듯이 그는 연주자보다 작곡가를 본캐라고 여깁니다. "도심에서" 스카이라인을 구성하는 수많은 빌딩들 중 가장 높은 랜드마크가 블레이의 이 작품입니다.
2020년 <Life Goes On>을 발표했던 그는 지난 주 10월 17일 87세의 일기로 타계하였습니다.
공간에서
1975: Solstice
Ralph Towner 랄프 타우너(1940~), 미국, 기타
타우너는 재즈, 월드 뮤직, 포크, 클래식 등에서 6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어쿠스틱 기타리스트입니다. 재즈 및 월드 뮤직 그룹 오레곤의 창립 멤버였고 ECM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사진은 타우너가 ECM에서 발표한 솔로 대표작입니다. 이 앨범은 랄프 타우너(기타, 피아노), 얀 가르바레크(색소폰, 플루트), 에버하드 베버(베이스, 첼로), 욘 크리스텐센(드럼, 퍼커션)의 쿼텟 구성으로 키스 자렛의 유러피언 쿼텟 멤버(가르바레크, 크리스텐센)가 참여하였습니다. 타우너의 12줄 기타가 "공간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베버의 한 곡 제외 전곡을 타우너가 작곡하였습니다.
그 순간에
1975: The Köln Concert
Keith Jarrett 키스 자렛(1945~), 미국, 피아노
피아노 솔로 연주의 신기원을 이룩한 <쾰른 콘서트>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모든 연주는 그 순간의 느낌에 따라 수행되고 다시 생산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자렛의 지론에 따라 이 작품의 주제어는 "그 순간에"입니다. 순간의 즉흥연주를 통해 뛰어난 창의력과 연주력을 보여준 자렛의 초기 피아노 솔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1971년 페이싱 유
1973년 솔로 콘서트 브레맨/로잔
1975년 쾰른 콘서트
2년마다 유럽에서 보여주는 자렛의 솔로 연주!
이 시기를 거치면서 자렛은 피아노 솔로로 재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됩니다. 사진은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쾰른 콘서트> 입니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즈의 그림을 바꾸었습니다.
쾰른 콘서트는?
쾰른(콜론, 콜로뉴) 오페라 하우스 실황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솔로 재즈 앨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재즈 피아노 앨범
자렛의 초기 솔로 삼부작의 완성
쾰른 콘서트는 2개 파트로 구성됩니다. 파트 II는 다시 a, b, c로 나뉩니다. 파트 II의 a, b는 한 곡이지만 LP로 제작하려다 보니 임의로 나누었습니다. 즉, 공연은 세 곡입니다.
쾰른 1975년 1월 24일 파트 I
쾰른 1975년 1월 24일 파트 II(a, b)
쾰른 1975년 1월 24일 파트 II(c)
그런데 이 공연에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콘서트 시작 전...
자렛이 요청한 뵈젠도르퍼가 아닌 더 작은 피아노가 설치됩니다.
자렛은 스위스 취리히 공연을 마치고 공연 당일 오후 늦게 쾰른에 도착합니다.
그의 몸은 지쳐 있고 잠도 못 잔 데다가 등도 아픕니다.
저녁 끼니를 거의 못한 채 공연장으로 갑니다.
게다가 공연은 오페라가 끝난 밤 11시 30분에 시작됩니다!
민감한 성격의 자렛이 연주하기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1,400명의 관객 앞에서 보여준 연주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됩니다. 관객의 박수도 생생하게 들립니다. 그럼 왜 이 연주가 뛰어날까요?
파트 I의 시작, 왼손으로 반복적인 음을 만들어 가면서 연주를 하는 자렛.
원하는 피아노보다 작은 모델이다보니 저음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왼손으로 지속적인 저음을 만들어 내면서 오른손으로 제한된 건반들을 눌러갑니다.
그런데 이 접근이 이전 솔로 연주와는 다른 시도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다보니 이전 앨범과 다른 느낌!
이 작품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악보로 출판하자는 제의가 들어오지만 자렛은 거절합니다. 그날 밤 영감에 따른 즉흥연주는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지론이었지요. 그리고 15년이 지난 1990년. 자렛은 출판에 동의합니다.
녹음용으로만 악보를 써야한다는 단서와 함께. 그래서 쾰른 콘서트 악보는 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렛이 한 번의 연주로 끝냈으니 이후 그의 연주는 없었을 뿐더러 피아노 연주는 2006년 폴란드의 토마스 트르즈신스키 작품이 유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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