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세 장
빌 샬랩은 1966년 뉴욕 주 뉴욕 시에서 태어난 유태계 재즈 피아니스트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가수인 어머니와 작곡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였습니다. 세 살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부모님과 관련된 음악계 인사들을 종종 보면서 재즈는 자연스럽게 그의 삶에 내재화 되었습니다. 뉴욕 소재 예술고 졸업 후 몇 년 뒤 재즈 커리어를 쌓게 되는데 그 시작은 1989년 쿨 재즈를 대표하는 바리톤 색소포니스트 제리 멀리건 밴드에서였습니다. 1994년 솔로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2025년 현재 40여 장의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샬랩의 피아노 연주는 유려하며 균형감이 돋보입니다. 다양한 재즈 장르를 포용하거나 특정 장르에 집중하지 않고 재즈의 본질인 스윙에 충실한데 그를 고전주의 혹은 정통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연주 리스트는 자작곡을 포함 미국의 대표적인 송북 혹은 스탠더드 중심입니다. 이러한 곡들은 청자의 귀에 익어 쉽게 다가올 뿐더러 샬랩의 연주 스타일과 어울립니다. 듣기 편한 샬랩의 연주는 재즈 싱어를 잘 받쳐주는데 다이아나 크롤, 토니 베네, 디디 브릿지워터 등과의 협연을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샬랩의 진가는 트리오에서 나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빌 샬랩 트리오의 주요작 세 장을 골라 소개합니다.
20년 이상 빌 샬랩 트리오를 유지하는 멤버는 베이스의 피터 워싱턴과 드럼의 케니 워싱턴입니다. 2021년 작품으로 사진 왼쪽부터 빌 샬랩, 피터 워싱턴, 그리고 케니 워싱턴입니다. 50대 중반이 된 샬랩과 리듬 섹션은 총 8곡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타이틀 곡은 대미를 장식합니다. 세 명은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마주하며 대화하듯 연주합니다. 이 앨범은 샬랩이 꼽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빌 샬랩, 피터 워싱턴, 케니 워싱턴으로 구성된 트리오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샬랩의 30대 중반 작품으로 방금 소개한 작품과 20년 간극이 있습니다. 두 작품을 비교해서 듣다보면 샬랩-워싱턴-위싱턴 트리오의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샬랩의 초기작들에는 별(star)이 들어간 앨범 타이틀이 몇 장 있습니다. 뉴 밀레니엄에 발표한 본작은 총 11곡을 담고 있으며 타이틀 곡이 엔딩을 장식합니다. 세 명의 연주는 활기 있고 다이나믹 합니다. 샬랩의 스피디한 연주는 제대로 스윙하면서 아이스링크 위의 스케이트처럼 매끄럽게 피아노 건반들을 훑어 나갑니다.
샬랩의 초기 작품에 해당하며 녹음 당시 나이는 30세입니다. 베이스에는 숀 스미스, 드럼에 빌 스튜어트가 참여하였습니다. 네덜란드 재즈 레이블 크리스 크로스 재즈를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스윙감과 유려한 타건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샬랩-스미스-스튜어트 트리오의 유일한 앨범이며 스튜어트는 이후 샬랩의 작품에 종종 참여합니다. 스튜어트는 이 작품 이후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의 작품에 오랫동안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0년대 초반에는 팻 메스니의 작품과 투어에도 함께 하였습니다. 샬랩-워싱턴-워싱턴 대 샬랩-스미스-스튜어트. 이 두 트리오를 비교하기에는 후자의 작품이 단 한 장이라 무리가 있습니다만 샬랩-스미스-스튜어트 트리오의 연주는 젊음을 뛰어 넘는 고상함과 정제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만일 샬랩 트리오를 들으면서 빌 에반스 트리오가 떠오른다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PS: 빌 샬랩 트리오가 12월 5~7일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라인업은 빌 샬랩, 데이비드 웡, 케니 워싱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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