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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 헤라 Aug 02. 2023

김치한쪽, 참치한캔, 두부한모..... 아니 두부반모

어렸을 적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다.

god의 노래에서처럼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한번 한 적이 없었고.... 라면 과장이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것이 엄마는 내가 자장면을 먹고 싶다고 하면 짜파게티로, 피자를 먹고 싶다면 엄마표 피자를 만들어주셨다. 그렇게 우리 집은 최대한 아끼고 아끼며 살았었다.     

 그 시절 우리 집 단골 메뉴는 참치김치찌개.

김치한쪽 참치한캔 두부한모..... 아니 두부반모만 넣으면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 났다.     

 나는 참치김치찌개 안의 참치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나는 그 시절 어린 맘에 맛있는 참치를 많이 먹고 싶어 찌개에서 참치만 쏙쏙 골라 먹었나 보다. 맛있게 한입 한입 먹던 나에게 오빠는 갑자기 불같이 화를 냈다.

(나는 사실 오빠가 화내기 전까지 내가 참치만 골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야 너만 입이야 그렇게 참치만 골라 먹으면 다른 사람은 뭘 먹으라고~~”

그 시절 오빠는 나의 식습관에 불만이 많았던 거 같다. 이것 말고도 돼지고기에서 비계를 떼고 먹거나, 달걀을 먹을 때 노른자는 빼고 흰자만 먹을 때마다 오빠는 나에게 화를 냈다.

뭐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 대신 비계도 달걀노른자도 드시는 아빠 덕분에 그 순간을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에게 참치김치찌개는 생각만 해도 억울한 음식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결혼 후 내가 직접 음식을 해야 했을 때 늘 엄마의 음식이 그리웠다.

그중 하나가 나의 억울한 참치김치찌개 나는 늘 엄마가 하시던 그대로..... 가 아닌

김치한쪽 참치 2캔 두부한모를 넣었다. 가끔 작은 캔은 3캔도 넣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때의 맛은 나지 않았다.          

 참치도 그때처럼 덩어리가 없고 다 풀어지기만 했다.

(참치 찾겠다고 너무 휘저어서 풀어진 걸까)

그렇게 참치김치찌개를 실패하던 어느 날 엄마네 집에 놀러 갔었다. 그때 엄마는 엄마표 참치김치찌개를 끓여주셨다. 순간 오빠한테 혼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 예전에 참치만 건져 먹다가 오빠한테 혼났잖아~~”

라고 하자 엄마는 무척이나 미안해하셨다 미안해하시라고 말한 게 아니었다.

그 시절엔 좀 억울하긴 했지만, 이제는 그저 과거의 추억이라 웃자고 한 얘기였다.     

너무 미안해하시는 엄마께 “엄마 나 그래서 참치김치찌개 끓일 때 참치 2~3캔씩 넣고 끓여~그러니깐 미안해하지 마.”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참치만 쪽쪽 골라 먹던 환상적인 음식 참치김치찌개를 요즘은 거의 끓이지 않는다.

요즘 그것보다 더 맛난 음식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이젠 나의 마음속 응어리였던 참치에 대한 마음이 풀려서일까 아니면 역시나 내가 끓이면 맛이 없어서..........     

 지금도 아주 가끔 참치김치찌개를 끓이면 우리 아이들도 참치를 먼저 건져 먹는다.

그러면서 한 마디씩 한다. 참치가 왜 조금밖에 없냐고......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참치김치찌개가 맛있는 음식이었다고 추억할 만한 음식이 될까, 참치를 2캔씩 넣던 엄마의 참치김치찌개에 만족하지 못해 우리 아이들은 참치를 한 5캔쯤 넣고 끓이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 어렸을 때 그렇게 비계 떼고 먹는다. 달걀노른자 안 먹는다. 싫은 소리를 종종 들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걱정이 없다. 나의 다정한 오빠는 비계도 달걀노른자도 아주 좋아한다.

가끔 비계를 떼서 밥그릇에 넣어줘도 군소리 없이 맛있게 먹어준다. 물론 달걀노른자도 자기는 너무 맛있단다!!

(신기한 건 똥강아지 1호는 비계를 먹지 않는다. 반면 똥강아지 2호는 비계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너무 맛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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