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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나 Aug 02. 2023

#5 런태기

2023년 2월 12일

  3km를 35분 동안 달렸다. 보통 러너들은 1km를 6분 이내로 달리는데, 나는 1km를 달리는데 10분 이상이 걸린 것이다. 생각한 대로 속도가 늘지 않고, 반복되는 곳만 달리다 보니 싫증이 생겼고, 점차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러너들 사이에서 ‘런태기’라고 불리며 권태기와 유사하다고 한다. 아이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나의 달리기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남편은 여전히 달리기를 이어갔다.      

  “잠꾸러기들아, 이제 일어나~ 언제까지 잘 거야!” 

남편은 방학 내내 이불과 한몸이 되어있는 우리 모녀를 운동시켜야겠다며 호수 공원으로 억지로 끌고 나갔다. 나는 달리기와 밀당 하듯 달리는 시늉을 하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터덜터덜 운동화를 끌며 걷던 아이는 저 앞에 매점을 보자 “엄마, 배고파요~”라는 마법의 단어를 말했다. 우리 가족은 컵라면을 먹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7시, 남편은 곤히 자고 있는 우리를 또 깨웠다.  “일어나~ 일어나! 퍼뜩 일어나시오! 오늘은 부천체육관으로 갈 거야~” 아이는 어제처럼 컵라면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재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는 어떻게든 집에 남으려고 미적거렸지만 결국 끌려 나왔다. 부천 체육관은 고무 트랙으로 만들어져서, 호수 공원의 아스팔트 길보다 훨씬 폭신폭신했다. 체육관까지 20분 동안 천천히 달려서 온 아이와 남편은 지치지도 않은지, 트랙에서 또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 부녀의 뒤를 꿋꿋이 걸었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지나고도 닫혀있는 매점을 확인한 아이는 “안돼에에에~~” 소리를 내며 절망했다. 



남편의 한마디 - 우리 쏘나 달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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