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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JI Jul 04. 2024

내면 아이에게 보내는 그림책 <새 그림자>

'나'를 사유할 시간이 필요할때.

김규정 글,그림 / 보리 출판사


‘새 그림자’는 무리에 함께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원치 않게 무리에서 이탈돼 버렸다.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새 그림자가 합류해도 좋을 새로운 무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전에 자기 힘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문득 ‘새 그림자’는 새로운 생각을 한다. ‘꼭 무리를 찾아야 할까?’


더 이상 겁내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가는 ‘새 그림자’를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을진 몰라도 각자의 사정으로 무리에서 떨어진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회사를 나왔다거나, 같이 놀던 무리와 서먹해졌다거나, 갖가지 사정으로 우리는 무리를 이탈하고 쫓겨나기도 한다.    

 

<새 그림자>를 읽고 무리에서 이탈되어 허둥지둥하는 ‘새 그림자’에서 나를 본다. 처음 학교를 관두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나보다는 아주 능동적인 ‘새 그림자’라서 감히 나를 빗대어봐도 좋을까 싶기도 하다.  

    

‘새 그림자’의 여정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점은 누구나 무리를 벗어나면 처음은 불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옳은 결정인지, 앞으로의 시간은 더 나아질지. 다들 그런 고민을 하나보다.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나를 짓누르는 공포의 무게가 너무 커서 각자 삶의 무게가 있다고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새 그림자’보다 나은 점은 애초에 무리로 복귀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나는 홀로 서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분명 ‘나를 이렇게 만든 상대에 대한’ 원망과 분노, 혐오만 가득하던 시간이었다. 지나고 보니 누구보다 더 깊게 내게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또래 아이들이 소유하는 그 어여쁜 시간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친구들 손에 쥐어지는 평범한 졸업장도 나를 좌절케 했다. 이 역시 지나고 보니 다른 아이들이 보내지 못한 귀한 시간을 사유했구나. 거칠게 생존해 냈구나. 하고 알게 된다.     

이 책을 ‘무리 같은 건 필요 없지. 혼자 살아도 되지.’라고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 과거의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며 무리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새 그림자’는 “혼자여도 괜찮다.”는 것이지 “혼자여야 괜찮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명 자신의 무리를 향한 자긍심이 있었다. 


관계 피로도가 높아진 요즈음. 사람들은 무리를 벗어나 홀로 사는 것을 자처하지만 ‘새 그림자’의 홀로서기는 그것과는 다르다. 홀로서기의 여정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 온전한 ‘나’로 설 수 있었음을 기억하자. 일대일의 관계이든, 서너 명 정도의 소그룹이든, 나와 맞는 그룹을 만나 무리를 형성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분명 아주 유의미한 일이다.     


<새 그림자>를 읽은 뒤 ‘새 그림자’의 여정을 "바보 같다." 할 사람이 있을까? 누구보다 올바르게 ‘나’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에 다들 부러워할 거다. 보통의 우리는 ‘나’를 진정으로 사유한 적이 없을 테니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새 그림자’처럼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꼭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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