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이 내린 눈 위로 아침 해가 떨어집니다. 싸리비로 눈을 쓸고 계시던 할머니는 열이 나서 문지방만 연 채 싸한 겨울 공기에 부르르 몸을 떠는 손녀딸이 안쓰럽습니다. 병치레가 잦아 추운 건 질색이지만 쌓인 눈 꽃은 할머니의 푸근한 시선이 느껴져 언제나 엄지 척입니다.
오토바이 뒤로 연분홍 진달래 꽃 한 무리를 꺾어 땀내 나는 젊은 아비 등에 탔습니다. 허리춤 잡고 꽃이 떨어질까 싶어 이리저리 움직였더니 젊은 아빠는 한 소리 합니다. "위험해, 움직이지 말고 꽉 잡아." 주머니 가벼운 젊은 아빠가 유일하게 해 줄 수 있었던 동네 한 바퀴 구경이었습니다. 봄철 연분홍 고운 빛깔이 개들과 함께 하는 산책길에 보이면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코를 박습니다. 이제는 어디에도 없을 젊은 아비의 체취를 찾아서 말입니다.
동네 오빠들 따라 물가에 갔다 죽을 뻔 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후유증은 한쪽 귀에 슬쩍 흠을 내고 , 평생 세숫대야에 물 담그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게 합니다. 물가보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지요. 오늘 만나게 될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ilasson:1967~)과 프랭크 게리(Frank Gehry : 1929~) 역시 유년의 경험을 녹여 관람자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인물들입니다.
Denmark /BBCNews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ilasson)은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입니다. 그의 부모님이 아이슬란드인이었기에 유년기의 대부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그는 자연스럽게 북유럽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 풍경들을 수없이 접할 수 있었지요. 그가 경험했던 북유럽의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빛과 그림자, 물과 얼음, 안개 등의 자연 현상은 그의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등장하게 됩니다.
캐나다 토론토 지도 / 캐나다 한국일보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캐나다 토론토의 유대인 가정 출신 건축가입니다. 유대인이 드문 캐나다 토론토에서 우울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또래 친구들은 그를 유대인이라며 놀려댔습니다. 이로 인해 친구가 아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의 할아버지가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해요. 유독 프랭크 게리를 아꼈던 그의 할머니는 토요일 아침마다 철물점에서 사용하고 남은 나무와 철판 조각으로 작은 미래 도시 모형을 만들며 함께 놀았다고 합니다. 이 놀이 경험은 훗날 프랭크 게리가 모형 중심의 설계 방식과 금속 합판과 골판지 등의 소재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프랭크 게리는 재료의 본성에 대해 본능적으로 탐닉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구부러지고 휘어진 훗날 그의 건축물의 특성으로 자리 잡고요. 한편 그는 아버지와도 자주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합니다. 이처럼 프랭크 게리는 유년 시절 가족으로부터 건축적인 동시에 예술적인 영감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올라퍼 엘리아슨-
사진1. <The Weather Project>,2003/Studio Olafur Eliasson사진2.<Dancing house>,1996/땅집고
사진1. 날씨가 좋지 않은 영국에 거대한 인공 태양이 떴습니다. 그것도 미술관 내부에 말입니다. 엘리아슨의 이름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작품 <Weather Project, 2003>입니다. 단색광을 활용해 앞의 관객들이 흑백으로 보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가장 큰 공간인 터바인 홀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200여 개의 단색 파장 전구로 만든 태양은 그 넓은 공간을 온통 빛으로 물들입니다.
위쪽 부분이 단색광입니다. /light lab
단색광은 백색광과 달리, 사물의 빛을 구현해 내는 능력이 없습니다. 때문에 이 조명 아래에 서면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입니다. 관객들 역시 자신의 몸이 흑백으로 변한 걸 보게 됩니다.
엘리아슨 작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저 인공 태양은 절반만 만들어져 반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반원의 단면부, 즉 미술관 천장에 거울을 비춰 온전한 태양의 형상을 만든 것이죠. 이렇게 하면 미술관 위쪽 공간이 확장되어 보입니다. 더불어 이 공간이 거대한 곳에 있는 느낌을 받게 되고요.
원래도 큰 더바인 홀을 두 배로 더 웅장하게 만든 것이죠. 또 엘리아슨은 이전에 자주 사용하던 재료인 안개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안개가 있으면, 멀리 있는 대상이 전보다 희미하게 보여 공간감이 커집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 덤이고요. 이처럼 엘리아슨은 거울을 천장에 배치해 수직 공간의 규모를 키우고, 안개를 홀 전체에 깔아 수평 공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늘렸습니다.
관객이 작품의 일부로서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내가 작품의 내러티브를 공동으로 제작할 만큼 똑똑하구나'하는 생각을 만든다.
-올라프 엘리아슨-
관객들은 이 반쪽짜리 인공태양 아래에서 마치 일광욕을 하듯 드러눕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공중에 매단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찾고 또 신기해합니다. 유치할 것 같은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면서 말이죠. 춤을 춥니다. 요가도 합니다. 인공태양이 진짜 태양인 양 자신의 일상을 무장해제 한 체 즐깁니다. 해맞이를 하듯 인공태양을 향해 무리 지어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엘리아슨은 예술적 체험을 관객에게 넘겨주는 일을 즐겼습니다. 그는 관객을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 버립니다. 관람객이 작품의 공저가 될 수 있는 작업을 두루 선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1Vgeose43g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건축은 딱딱한 모더니즘 건축을 지양하고 유동적이고 개성 있는 해체주의 건축을 선보인 건축가입니다. 그의 건축에서 해체주의 개념은 기존의 건축적 질서와 위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형태와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죠.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선, 비정형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 기존 건축의 직선적이고 규칙적인 모습에서 벗어납니다. 건축 요소들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효과를 창출해 내고요.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공간의 연속성을 추구합니다. 다양한 재료와 기술의 실험적 결합으로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려 합니다. 그는 또한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조형미를 추구합니다. 요즘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여전히 시도 중이고요.
"찌그러진 콜라 캔"조롱 딛고 랜드마크 된 빌딩/ 땅집고, 프라하의 랜드마크이자, 항공기와 공업 디장인에 사용되는 카티아(CATIA)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첫 건축물
<사진2>. '건물이 이렇게 휘어져도 멀쩡할 수 있구나!', '벌어진 건물 다리만으로도 정말 건물이 춤을 추네!'건축에 문외한인 제가 처음 보자마자 느꼈던 놀라움입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죠. 어떤 이는 '두둥~'하는 가슴 떨리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댄싱 하우스, 1996>입니다. 만화에 나올 법한 건물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통념을 깨는 것 같아 유쾌해집니다. 체코 프라하에 세워진 이 건물은 바로크, 고딕, 아르누보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고도 프라하에 근본 없는 미국 양식의 건물이 들어서며 주변 공간을 해친다는 비난을 엄청 받았다고 합니다. 예술적 형식에 집착한 나머지 기능과 효율을 간과한 낭비적 건축이라는 비판과 함께 말입니다.
미국의 댄서이자 배우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 )와 진저 로저스( Ginger Rogers)가 함께 춤추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미국은 독일 드레스덴에 이어 체코 프라하를 폭격하게 됩니다. 댄싱 하우스는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주택이 있던 자리에 건설되었고요. 극작가가 바츨라프 하벨과 그의 가족의 소유였던 주택과 주변 커뮤니티는 폭격 이후 부서진 채로 오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체코의 유명한 건축가인 블라도 밀루니 치는 바츨라프 하벨과 함께 파괴 현장을 되살릴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됩니다.
프로젝트 구성 당시 인지도가 낮았던 바츨라프 하벨이 벨벳 혁명을 계기로 인기를 얻고, 후에 체코의 대통령으로 선출되게 됩니다. 블라도 밀루니치는 리드 디자이너로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건축가를 찾아 나섰고 프랭크 게리가 이를 수락하면서 건축물이 완성됩니다. 마치 한 쌍의 댄서가 춤추는 듯한 외관은 여전히 블타바강을 산책하는 프라하 시민과 아름다운 도시를 찾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사진1.<Din blinde passage>,2010/ Studio Olafur Eliasson 사진2. <Walt Disney Concert Hall>/Ed O'keeffe photography
https://www.youtube.com/watch?v=JhQqtNUIlTY
사진2. 프랭크 게리가 18살이 되던 1947년 그의 가족은 캐나다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게 됩니다. 그는 트럭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니게 되지요. 처음 프랭크 게리는 로스앤젤레스 시립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원소들과 씨름하던 그는 이내 화학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지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유년 시절의 자신이 어머니와 함께 박물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과 그림을 즐겼으며, 무엇보다 할머니와 모형을 만들던 순간이 기억에 사무쳤다고 회고합니다.
1998년 그는 자신의 정서적 고향인 로스 엔젤레스의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기 시작합니다. 완공까지 약 5년이 걸린 건물의 이름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입니다. 프랭크 게리의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 구겨진 철판으로 점철된 건물이죠. 로스 앤젤레스의 명소를 넘어 '미국을 바꾼 10개의 건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F7OFyi5Co
프랑크 게리의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과 음향 설계가 도요타 야스히사에 의해 이루어진 뛰어난 음향 효과가 특징인 콘서트 홀입니다. 오르간 리사이틀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콘서트 홀이고요. 결혼식, 개인 행사 등을 위한 최고의 장소로 실내외 다양한 행사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gVXsHcQB6Y
사진1.<Green River>,1998/Biog jmp-WordPress.com사진2.<Fish dance restaurant>,Kobe, Japan,1989/Pinterest
베를린, 도쿄, 스톡홀름 등에서 진행되었습니다. <Green River, 1998-2001>프로젝트는 환경에 무해한 녹색 염료를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물의 상류에 몰래 풀어놓은 작품입니다. 형광 염료인 '우라닌'을 활용해 도심의 강을 형광 '녹색빛'으로 물들인 작품이지요. 갑자기 강물이 온통 녹색으로 변한 초자연적 현상에 첫날 도시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엄청난 토론과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말이죠. 도시가 재앙이라도 당한 느낌이었죠. 나아가 매일 마주하던 '자연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녹색이 사라진 후 곧바로 거짓말처럼 소란도 가라앉습니다.
사진2. 프랭크 게리는 어렸을 적 기억 때문인 지 물고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Fish dance restaurant, 1989> 일본 고베(kobe) 지역에 있는 작품입니다.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물고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만들기도 했습니다.
Golden fish by Frank Gehry at the Olympic Village in Barcelona,Catalunya, 1992/ visit Barcelona
사진1.<Ice Watch>,2014/pinterest사진2. Winery Spain(Rioja)/Tripadvisor
예술가가 지속가능한 작업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엘리아슨의 작품은 팔기 쉽지 않아 정부나 국제기구의 의뢰를 받은 작품을 종종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작품이 <Ice Watch>입니다. 엄청난 성공작 중 하나죠.
지질 학자 미니크 로싱(Minik Rosing)과 함께 그린란드의 빙하 12개를 시계처럼 배치해 전시한 것이 특징입니다. 광장에 놓인 얼음은 다양한 관객들 앞에 전시되었습니다. 길을 오가던 시민, 관객은 이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직접 만져보며 그들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졌고요. 다양한 생김새만큼이나 작품을 대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솔직했습니다.
작품은 겨울에 전시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음이 점점 녹아갔습니다. 빙하가 있던 그린란드보다는 광장이 더 따뜻했기 때문이죠. 관객들은 얼음이 녹는 모습을 작품으로 감상하며 눈으로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린란드의 빙하도 이렇게 녹을 것을 예감하게 됩니다. 적어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만큼은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기후변화'관련 내용들을 흘려듣지는 않을 테지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심 갖지 않을까요? 적어도 그날 그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군가는 다가올 '기후 변화'의 재앙을 줄이거나 늦출만한 기똥찬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거나 실험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걸 믿을 때,
상황은 정말 바뀔 수 있다.
기후위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 노력을 통해 조금 늦출 수 있더라도 완전히 막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엘리아슨은 정해진 운명에 낙담하는 대신,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잠재력에 집중하길 바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9l-Xd4WS38
La Rioja Spainwise/legademahunting.co.za
사진2. 스페인의 La Rioja 지역 와이너리 호텔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입니다. 포도나무의 비틀린 형상을 토대로 벽돌 건물 위에 얹은 티타늄 캐노피는 마치 미래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합니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조형물을 만들어 냅니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아 무리를 해서라도 꼭 한번 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신혼여행지로 추천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산 세바스티안 (San Sebastian)& 카탈루냐(Catalunya) 지역을 두루 엮어 미술관 투어를 겸한 가족 여행지로도 좋고요.
프랭크 게리의 모든 작업은 모델에서 시작해서 모델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델 작업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동시에 해결하고, 디테일 등 모든 작업을 모델에서 판단, 결정합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 역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CATIA'시스템입니다. 본래 항공기, 자동차 디자인에 사용되던 'CATIA'는 프랭크 게리가 원하는 정밀도로 철재 패널을 비틀고 구부릴 수 있었습니다. 흡사 우주 전함을 닮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다 이 소프트 웨어를 통해 철저한 모델 작업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프랭크 게리의 'CATIA' 시스템은 이후 자하 하디드( Zaha Hadid 1950-2016)와 같은 유명 건축가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칩니다.
종종 우리는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무언가를 한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하고,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해서
실제로 우리가 그것을 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1.<Little Sun>,2012/ Studio Olafuk사진2.<루이비통 메종 서울>/브리크매거진
사진1. 엘리아슨이 선보인 <Little Sun> 프로젝트는 태양광 패널을 단 손전등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이 작품은 미술관 기프트 샵에서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화 약 3만원) 판매된 금액으로 만들어진 손전등은 아프리카에 전달되어 그들의 밤에 빛을 선물합니다.
이 작업은 전 세게 인구 8명 중 1명이 제대로 된 빛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약간의 빛이라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하지만 엘리아슨은 이 프로젝트가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 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부정적 에너지만 내뿜으며 좌절하기보다,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능력이 존재함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나 봅니다.
사진2. 2019년 가을, 서울 한복판에 들어 선 프랭크 게리의 '루이뷔통 메종 서울'입니다. 프랭크 게리는 네모난 형태 위에 얹힌 수원 화성의 포탑 지붕과 동래학춤의 춤선에서 건물의 이미지를 착안했다고 전합니다. 한편 빛을 최대한 건물에 끌어오기 위해 주로 사용하던 금속이 아닌, 스페인에서 직접 공수해 온 유리로 패널을 마감했습니다. 마치 건물 위를 유영하는 하얀 돛단배의 이미지로 말입니다.
프랭크 게리의 비교적 최근작인 '루이뷔통 메종 서울'은 프랭크 게리가 90세에 완공한 건물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더 프랭크 게리의 건물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여전히 아직 은퇴하기에 너무 바쁘다고 말합니다. 백세 시대를 맞아 올해 95세의 그의 상상력이 첨단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받아 얼마나 나래를 펼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방대한 예술세계를 지닌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1967- ).
그가 영감을 받은 것은 빛, 물, 온도, 안개, 빙하, 돌 등 다양한 자연 요소들이죠. 선보이는 작품의 장르 또한 다양합니다. 유화, 수채화,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건축까지. 한 사람의 예술가가 어떻게 이토록 다양한 장르,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까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요. '건축가인가? 예술가인가?'라는 질문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 ). 아직도 진행 중인 그들의 작업들을 날카로운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보게 되는 이유는 그들의 상상력이 뿜어 내는 자석 같은 끌림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제 역할은 그들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올라퍼 엘리아슨-
#제목사진: <Little Sun>,2012/EA Law Solicit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