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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May 15. 2024

기억

어제는 그저 어제가 되었다. 슬픔도 기쁨도 어제의 바람에 쓸려 기억의 사탑으로.

아침햇살에 다시 환한 하루를 맞으며 새로운 기억 쌓기를 시작한다. 

같은 듯 다른 듯 하루가 다음 하루가...... 잊으며 산다. 기억하며 산다.


감정을 쓸쓸하게 끌고 가는 것은 지난날의 기억 탓이었다. 내 하루에 닥친 무도한 타인의 말과 행동이 바닥에 붙은 껌처럼 들러붙어 가슴을 쿡쿡 찔러대는 한 편의 공포영화 같은 감정의 기억이었다. 매일 불끈하는 감정에 에둘러대는 연습을 했다. 하다 보니... 평생 나를 괴롭힐 듯 하지만 내려놓으면 또 내려놓아지는 것도 그 지저분한 감정이더라. 매일을 잊으며 살아야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산다.


좋은 기억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좋은 기억도 지나버리면 그저 과거의 한 순간일 뿐이다. 오늘은 또 오늘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행복에 얽매이는 것도 지나치면 오늘을 불행하게 한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현재를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도 조금은 접어두게 된다. 지난 행복과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더라.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게 된다. 오늘 만난 아카시아꽃향기를, 대문밖 멀리 배웅을 나오는 엄마의 환한 얼굴을, 운전을 하며 지나쳐온 멋진 카페의 위치까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순서 없이 뭉뚱그려져 하루를 만든다. 어떤 기억은 내가 얼마나 근사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어떤 기억은 내가 얼마나 처참한 자존감에 시달렸는지 보여준다. 그러니 모든 기억 속에 평생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는 축복이 있어 다행히 마음 다독이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기억은 덜어낼 수 있다. 혹한의 기억도 그래서 견뎌내며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이제 가슴속에서 사라져 가는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다. 문득 떠오르면 그랬었지... 흘려보낸다. 조금씩 마음을 비워가며 오늘을 살다 보면 꿈꾸는 내일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 덕분이다.


반가운 봄햇살이 기다리는 아침에 또다시 기억을 버리고 쌓기를 시작한다. 오늘도 그렇게 새 하루를 연다. 편안한 기억으로 무던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보며 새로운 오늘로 새순을 피우는 하루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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