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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May 04. 2024

5월에

계절이 빠르게 움직인다. 꽃가루솔방울이 날린 무수한 꽃가루가 노란 먼지로 사방을 뒤덮으면서 봄이면 늘 찾아오는 이 달갑지 않은 손님이 어서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 게 어제 같은데 뙤약볕이 벌써 밀어닥친다. 일찌감치 4월부터 뽀얗게 개화한 이팝나무꽃길을 걸으며 올여름은 일찍 오고 무덥겠구나 생각한다. 하늘 끝에 걸린 봄볕을 음미해 본다. 계절이 빠르다고 내 마음도 조급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내 템포를 놓치지 않고 봄을 보내고 있다.


벚꽃이 지면서 환호하던 마음은 이미 가라앉았지만 이제는 초록이 야무진 목련나무와 은행나무를 보면서 계절을 갈아입는 자연의 신비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다. 5월이 되자 초록은 더 초록이고 파랑은 더 파랑이다. 어린애들은 더 밝고 부모님들의 가슴에 꽃을 피울 카네이션은 더 붉고 싱싱하다. 신기하게도 계절은 마치 어느 날을 축하하듯이 그 빛깔을 갖는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내게는 사실 연휴라고 딱히 다를 것도 없지만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라는 것보다 직장인에게는 연휴라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무더운 주말 고속도로에 휴식을 찾아 떠나는 차들이 즐비하단다. 지옥도로를 달려가더라도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마음이 그들을 불러 냈을 것이다. 그들도 그들의 빛깔을 찾아 떠나는 중이리라.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아이스바닐라라테를 마시면서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은 한 주에 나는 어떤 빛깔을 낼까 생각해 본다. 5월이 가족의 달이라 불려서 그런가 가장 먼저 가족이 떠오른다. 마침 동생의 생일도 있는 주라서 맘먹고 가족 챙김을 하면 어떨까. 모두가 도시 밖으로 나갈듯한 연휴에 나는 도시 안에서 전시회를 좀 더 보면 어떨까. 녹음이 짙은 수목원을 거닐며 그곳의 새가 되고 벌레가 되어 시간을 보내도 좋을 듯하다.


5월 중에서도 첫 주는 어린이날, 어버이날이라고 정해진 요일 덕분에 모두에게 없던 시간이 생긴다. 그동안 소홀했던 자식노릇, 부모노릇을 하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연인과 여행을 떠나는 연휴를 즐길 수도 있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어떤 시간 속에서든 봄이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 같은 날들에 부디 모두가 행복하게 웃음 짓는 모습이기를 바란다. 마음 가벼운 낚서 같은 5월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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