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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May 09. 2024

잠 이루는 밤을 위하여

"요즘 수면은 어떠세요?"

"바꾼 약이 잘 들어서 잘 자고 있어요. 대낮까지 너무 졸려서 문제 이긴 해요. 가끔 잘라서 먹고 있어요."

"그럼 아예 반개씩 드릴까요?"

"반개는 또 부족하더라고요. 조금만 잘라내고 먹을게요."

"네, 그럼 그대로 처방해 드릴게요."

다음 진료일을 잡고 여느 때와 같이 간호사분과 잠시 수다를 떨다가 병원을 나섰다.


수면때문에 병원을 다닌 지는 꽤 되었다. 전에는 약보다야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수면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도 섭취해 보고 저녁에는 허브티나 와인을 조금 마셔 보기도 했다. 운동을 해보기도 하고 침구류는 수도 없이 바꿔 보았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벽 두 시, 네시만 되면 잠이 깨버려서 하루종일 머리가 무겁고 결국 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졸았고 집중력이나 기억력 감퇴에도 영향을 주는지 운전 중에 브레이크 버튼을 누르는 일도 있었다. 안 되겠다 싶었던 중에 병원을 가게 되었고 수면유도제도 처방받아먹고 있다. 약을 먹기 시작한 후로 생활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일단, 수면이 부족하지 않아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밤에 일찍 잠이 들어 여섯 시나 일곱 시 즈음에 일어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글을 쓰는 여유가 생기고 차도 한 잔 하며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아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졌던 몸을 놀려 책을 읽고 외출하는 일도 잦아졌다. 생활에 활기가 생겼다. 덩달아 웃는 일도 많아졌다.


그러다가 약을 바꾸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너무 약에만 의존했던 탓일까... 다시 수면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번 약은 담당의사도 복용 중인 약이란다. 의사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침에 일어나 한두 시간은 좀 더 졸릴 수 있다고 미리 언질을 주었다. 처음 얼마간 복용했을 때는 한두 시간이 아니라 거의 하루종일 잠을 잤다. 개인차가 있으니 좀 더 먹어보자 했는데 여전히 잠이 지나치게 쏟아졌다. 안 되겠다 싶어 며칠 전부터 약을 쪼개서 먹었고 적당량을 찾았다. 결국 의사에게는 복용량을 나중에 통보하는 형식이 되어 버렸지만... 다시 알맞은 농도의 잠을 자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좀 더 움직이고 수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동시에 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당장은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마음이 시끄러우면 잠들기 전에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이 비집고 올라와 수면시간이 길어도 개운치가 않다.


평상시에 즐거운 경험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미 발생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즐거움으로 상쇄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다. 수면은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민한 성격의 나는 피할 수 없는 수면의 적이 스트레스이다. 그림을 그리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바이크를 배우는 기분 좋은 행위들이 스트레스를 컨트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은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네일숍에 들러 손톱에 말린 장미색을 물들였다. 운전을 하면서 신호에 걸릴 때마다 손톱을 들여다보는데 자꾸만 웃음이 났다. 작은 행복으로 오늘도 나의 수면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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