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많이 삽입된 글을 보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쉽게 지나친다. 중간중간에 끼워 넣은 사진에 읽고 있는 글이 끊기는 게 싫다. 그런 탓에 내 글에 일러스트를 삽입하는 것도 처음에 몇 번을 망설였었다. 글을 쓰면서 에너지를 써도 부족한데 그림까지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그림을 글의 일부라고 여기기로 했다. 모두에게 의미가 통하지는 않겠지만 가슴에 있는 감정 한 꼬집을 담아 글머리에 한 장 정도 올려보자 결정을 했다. 글 속에 참 많은 것을 담는다. 사랑도 담고 미움도 담고 과거와 미래도 담는다.
항상 글과 통하는 마음을 그림에 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정반대인 마음의 일부를 덜어 넣기도 한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한 가지 생각에 너무 몰두하지 않으려고 하는 벗어남의 표현이 아닐까? 어느 해에 틈이 없는 관계는 버거운 것이라는 걸 알고 난 후부터 생각과 사람, 물건 모든 것으로부터 조금은 멀어져 있는 연습을 했다. 좀 더 정확히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정도이다.
적당한 거리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집착을 걷어낸다. 바다가 좋아 해변 가까이 살면 거친 태풍도 맞아야 하지만 가끔만 바다를 보러 가면 성난 파도가 휘몰아치는 태풍을 피할 수 있다. 윤슬이 부서지는 바다를 음미하고 쏟아지는 햇살에 살을 그을리고 서핑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과 모래 위에 간지러운 하트를 그리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실은 그 건강한 관계를 지키려 노력할 뿐 나 스스로 내켜하지는 않는다. 신이 내게 가까이 있는 것만큼 내게 익숙한 물건과 사사로운 상념과 사랑하는 사람이 가까운 삶이 좋다. 그 삶의 냄새를 킁킁대며 감정의 홍수에 떠내려 가는 때가 있다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