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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l 12. 2024

타인

살아가는 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의 힘은 스스로 발휘되는 힘과 타인에게서 얻어지는 힘, 신의 힘의 영역이 있다. 가장 강한 힘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살지만 때때로 타인의 응원과 운이 발현되지 않는다면 내 안의 힘도 그 에너지를 잃어 사그라들기도 한다.

가끔 사람들이 응집되어 있는 곳에서 받는 힘에 내 안의 힘이 깨워지기도 한다. 타인과 어우러지는 세상이어서 얻어지는 지불 없는 덤이다. 존재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신의 영역은 침범할 수도 바랄 수도 없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웅덩이에 빠진 바퀴를 밀어내는 작용을 한다. 어쩌면 우리 삶의 밑바닥에 언제나 깔려 있어 우리가 힘을 얻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 타인은 참 귀찮고도 다정한 존재이다. 타인이 없었다면 도시도 먹거리도 애니메이션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고독 없는 자유만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기쁨의 상상도 해보지만 그조차 타인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타인 때문에 기운 빠지고 좌절하고 상처받는 일도 있지만 혼자 남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는 이 세계의 정상적인 감정을 가진 개인으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나는 누군가의 타인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던져진다.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오늘에 내가 있어 기쁘다는 마음이 들도록 빛나는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아닌 그 자리에 꼭 있어주었으면 바라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타인에게 소중한 타인이길 바란다.


나는 꽃의 타인이며 돌의 타인이며 가족의 타인이며 친구의 타인이다. 세상의 마지막 날까지 나로 살아가겠다 다짐하는 나는 영원히 타인으로 살다가 가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은 타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친구의 아픔을 무시하지 않고 엄마의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으며 동생의 고됨을 아파하며 함께 살아가는 타인.


나의 사랑하는 타인들, 지겹도록 내 곁에서 삶의 소리를 내주기를. 내가 귀 기울이지 않아도 언제나 들을 수 있도록. 도망치고 싶을 때 나는 잠시 멀리 있어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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