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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l 10. 2024

소리 없는 소리를 지른다. 일그러진 얼굴에는 불같이 타오르는 부정과 무너진 신뢰가 어른거린다. 죽음에 빼앗긴 내 소중한 아버지와 사랑스러운 강아지들 아니, 내 새끼들이 함께 등장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들이 그렇게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있었던 적이 있었나…


익숙한 거리, 낯선 집,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의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서 나 혼자 짙푸른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는 망자의 기억 같은 전개가 펼쳐진다. 나의 애인이라고 불리는 남자와 진한 키스를 하는 곳은 이름 모를 색상으로 물들었다. 존재하지 않는 색이거나 뒤섞여 뭉그러진, 뭉그러져 더 아름다운 색이다.


어릴 때 자주 찾아가던 중앙시장 도넛가게의 빼빼 마르고 친절한 웃음으로 나를 반기며 동그란 도넛 한 개를 쥐어주시던 아저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깨어나면 곧 사라질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나의 꿈은 예상 못한 잠에서 예상 못한 모습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오로지 꿈에서만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내 마음대로 부릴 수도 없는 망상 같은 꿈 속에서도 궁금해한다. 꿈이 아니라면 나는 어디에서 나의 영혼을 풀어놓을 수 있을까 하고. 과거는 지나가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존재하며 미래는 기대와 불안에 꿈틀거리며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살고 있는 이 세상만이 현실이라고 누가 자신 있게 정의할 수 있을까. 잠들었을 때만 갈 수 있는 그 세상이 오로지 현실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아니라 해도 나에게만이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꿈속에서만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할 틈 없이 모든 것이 기억인지 바람인지 모를 모든 것이 빌딩을 짓는다.


나는 궁금해한다. 꿈의 끝자락에서 궁금함이 시작되어 깨어날 때까지 궁금해한다. 왜 내가 그 속에 있었던 건지. 애써 선명하게 떠올리려 얼굴을 찡긋거리며 눈을 감고 깨어난 시간에 다시 떠올리려 애쓴다. 되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공간. 연속성이 없는 무한한 공간에 선명하지만 안개에 가려져 있는 듯한 세계로부터 나는 왔는지도 모른다. 꿈이 없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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