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을 주는, 평범한 문장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P.250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살다 보니, 얻는 것도 많지만 버리거나 잃는 것도 많다. 없어진 어떤 것들은 흔적도 없이 눈처럼 녹아버리기도 하지만 뚜렷한 흔적을 새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 흔적이 상처를 만들기도 하고 후회를 부르기도 한다. 나는 살면서 이 것만은 꼭 지키고 싶다고 여긴 게 무엇이었나 생각을 해봤다. 자존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전에서 자존심은 긍지와 유사한 단어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긍지가 있었던가.
인생에서 무엇이 나를 지켜주었는가 하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자존심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마음. 생각해 보면, 나는 어떤 경우에도 품위를 읽지 않는 것이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라고 믿었던 거 같다. 나는 자존심을 지키느라 분명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했고 그 덕분에 수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도 했다. 자존심이란 내가 지켜내야 할 것들을 지키는 데 필요한 마음 중의 하나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는 건 시간이 한참 지나서의 일이다.
어떤 이는 가족을 지키는데 제 뼈를 갈아 넣고, 어떤 이는 신념을 지키는 데 인생을 바치며,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사는 방식이나 목적에 따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달라진다. 다만, 그 가치를 깨닫고 지키는 데 성공한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 내가 지켜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금 돌아보며 씁쓸한 마음이 든다. 아직도 내 인생이 선명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