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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준호 Sep 15. 2021

[영감의 단어들 #007] 지금



“오늘 네게서 배운 덕택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진정 사랑을 하고 있다면 이미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거잖아. 5분을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_영화 <이프 온리>, 이안(폴 니콜스)



주위를 보면 생각하거나 계획한 것을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보통 에너지와 활력이 넘친다. 어제 만난 디자이너도 그런 부류 중 한 사람.


"제 딸이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내가 자장면 먹고 싶다고 말하면 어느새 이미 주문해 놓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하하, 정말 재밌어요.”


나는 그녀에게 "우리 언제 누구누구와 같이 만나요"라고 말했다.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말처럼 적당히 거리를 둔 약속.  달 혹은 일 년 안에 만날 수도 있고, 어쩌면 아얘 못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어느새 그 '누구누구'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그 휘향찬란한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와는 정반대 성격의 소유자다. 만일 자장면을 먹기로 했다면, '세트 1'을 고를지 '세트 2'를 고를지 고민하다가, 30분 정도 지나서 "에잇, 귀찮은데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자"라고 중얼거리는 스타일. 그래서 돌아보면, 우물쭈물하며 턱에 엄지와 검지를 얹고 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결과론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주위에서 종종 듣는다. 어떤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다른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작성한 인생의 '오답노트'가 앞으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그저 "결과론일 뿐이다"라고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살고 싶다. 느긋하거나 신중한 태도도 지만(나는 내 성격에서 드러나는 이 두 요소를 사랑한다),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적극 수용하고 싶다.


그것은 일 년 열두 달 온갖 일정들로 꽉꽉 채워진 삶을 산다거나 모든 순간마다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나 같은 성격이라면 갑작스레 많은 일들에 도전하고 경험치를 쌓을 수도 없을 터. 그저 나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고 싶다.


‘백세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각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살아갈 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 맨앞에 서야 하지 않을까.


영화 <이프 온리>에서 이안(폴 니콜스)은 "진정 사랑을 하고 있다면 이미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 나에게 주어진 존재들ㅡ아내와 아이, 이웃과 동료, 꽃과 나무들ㅡ은 곧 생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 대상인 동시에 매일 사랑을 배우고 연습할 존재들인 것이다.


연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대 저편에서 하나의 조명이 여전히 당신을 비추고 있다.






글을 쓰다 보면 문득 그 주제와 관련된 영화가 떠오르곤 하죠. 전에 썼든 글을 매만지는데 언젠가 보았던 <이프 온리>가 생각났어요. <어바웃 타임><노팅 힐>과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영화죠. :)


* insta  _ @__editor.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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