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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즈민 Mar 31. 2024

딸인 나는 엄마를 닮았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엄마의 마음을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 알게 되었다.

 작년 겨울, 딸이 방학이라 내려왔다.

너무 반갑고 스스로 낯선 곳에서 학교 다니고 생활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딸이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예전보다 좀 살이 쪄서 한 달 방학 동안 다이어트를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너무 뚱뚱해서 못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예쁘지만 요즘 시대 날씬 기준이 아니다 보니 조금 욕심을 내게 된다.

나도 다이어트는 정말 힘들다.


"우리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걸을까?"

"응"

좀 더 자고 싶고 귀찮아 보이는데도 억지로 일어난다.

새벽 6시.

"오늘 엄마랑 브런치나 드라이브 갈까?"

"굿"

이라며 웃으며 엄지를 내미는 딸.

너무 예쁘다.

하지만 스스로도 예전 마른 모습이 더 예쁘다며 빼고 싶다고 한다.

좀 더 빼면 예쁘겠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제일 예쁜 딸이다.


외출 전부터 여러 옷을 꺼내 무엇을 입을지 생각하고 고르지만

살이 찌니 맞지 않는 옷이 많아 실망하는 모습이 보인다.

'방학 기간 동안은 잘 관리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이 얼굴 보면서 나도 덩달아 안타까운 표정이 지어진다.







 엄마는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미용실을 운영하시고 있다.

엄마가 스무 살일 때 나는 태어났다.

그리고 엄마가 지금 내 나이에 딸인 나는 결혼을 했다.

내가 스무 살 때 지금의 나인 엄마.


 난 매우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다.

인생에 반백살을 산 나!

요즘은 갑자기 늙어졌다는 느낌도 든다.

체력도 운동을 안 하고 관리를 못한 것도 있지만 근력도 갑자기 훅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또 의욕도 조금씩 상실되는 느낌이다.


예전 지금의 나였던 엄마도 나와 같았겠지! 요즘 그때 엄마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엄마가 지금의 나와 같은 내적인 갈등상태인지 몰랐다.

미용일을 하는 엄마는 언제나 의욕이 넘쳐 보였고 예쁘셨다.

 나도 워킹맘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적인 변화,

그리고 내가 느끼는 외모 변화에 마음이 요동치고 있다.


엄마는 늘 내가 가게를 갔을 때 예쁘게 하고 오길 바랐다.

화장도 하고 비싼 옷은 아니어도 예쁘게 꾸미고 오라고,

그냥 편하게 화장 안 하고 트레이닝 차림에 오면 아는 채도 안 하는 표정을 짓고,

내가 나름 꾸미고 가면 엄마는 "왔나!" 반갑게 말한다.


 '엄마는 내가 창피한가? 왜 딸인데 꾸미고 오길 바라지?'

난 그런 엄마 모습이 늘 섭섭했다. '엄마 너무해!'

엄마 가게 갈 때는 신경 쓰이고 가는 것도 편하지 않아 가까이 살면서도 잘 안 가게 된다.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 그 힘듦을 알게 되었다.

내가 엄마처럼 늙으니 딸이 얼마나 예쁜 시절을 살고 있는지가 보인다.

엄마는 내가 그 예쁜 시절을 더 예쁘게 살기 바랐나 보다.


내가 딸을 보면서 느낀다.

그 좋은 예쁜 시절 할 수 있는 것은 다하면서 후회 없이 살아가라고

물론 외모를 꾸미는 것이 꼭 중요하지는 않지만

외모도 삶에 일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칠십 인 엄마 그리고 오십이 된 딸.

아직도 엄마는 내가 예쁘고 건강하게 살길 바란다.

오늘은 그 마음이 느껴지고 예전 같으면 '엄마 너무해' 짜증 냈겠지만,

오늘 엄마를 생각하니 그 마음 표현은 서툴러 나를 섭섭하게 했지만


나도 딸이 잘 살아가길 바라듯

우리 엄마도 내가 잘 살아가라는 잔소리가 오늘은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난다.

'엄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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