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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K모닝 Dec 01. 2023

생일 파티에 진심인 영국

자연스럽게 축하받고 축하하는 생일


영국에서는 생일날이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스티커 나 배지 같은 것을 가슴에 달고 등교를 한다. 

오늘이 자신의 생일임을 알리는 배지다. 

그걸 보는 친구들, 선생님들께서 "해피 버스데이"를 외쳐주신다.  때론 반에서 축하송도 불러준다.  

자연스럽게 축하를 건네고 주인공인 오늘을 맘껏 즐긴다. 생일! 생각해 보면 의미가 아주 크다. 


생일 파티는 내가 살아있음을 기억하게 해 주고, 새로운 한 해, 자기만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일을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 가족, 친구, 일 등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한편으로, 생일 파티는 현재 본인의 위치를 인지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학교 입학을 알리는 5살, 나이가 한자리 수에서 두 자리로 늘어나는 10살, 본격적인 Teenager가 되는 13살, 18세가 되면 성인이 되는 등 어떤 나이에 도달했음을 알려주고 새로운 권리와 책임을 느끼게 된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재미있고 특별한 날이다. 

매년 새로운 테마의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아이에게 생일 때마다 새로운 기억을 선사하는 엄마의 정성도 봤다. 이러한 이유들로 영국인은 생일파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영국에서 파티를 경험하다 


우리 가족의 영국생활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본격 시작되었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처음으로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초대장에는 일정, 장소, 참석여부를 알려줄 연락처 등이 쓰여 있다.  짧게는 3주 전,  부지런한 엄마들로부터는 4- 6주 전쯤에 초대장을 받게 된다. 

지금은 what’s app(카톡 같은 채팅앱)을 일상으로 사용하고 있고, 생일 파티에 초대할 사람만 모아 임시로 채팅방을 만들 수 있어서 편리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풋풋한 아날로그 방식의 초대장과 감사장을 받았었다. 

 

한국에서의 생일파티는 크게 부담이 없었다. 

반 몇몇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치킨, 피자, 김밥, 떡볶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푸짐히 준비하고 케이크에 축하송, 초를 끄면 그만이었다. 

혹은 가족끼리 조촐하게 케이크를 나눠 먹는 것으로 그날을 기념했다. (나는 그랬다)


테마별 파티를 열고, 매직쇼를 하기도 한다는 드라마에서만 보던 생일파티가 영국에서는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반 전체 아이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연다.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끼리도 모든 게 처음인 아이의 학교생활에 생일파티는 새로운 이벤트이자, 서로를 아는 교제의 장이 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스카우트 강당, 학교 강당 등 홀을 빌려 테마별로 풍선, 배너, 리본, 조명, 꽃 등을 활용하여 장식을 한다. 음식과 음료 등을 미리 준비하고, 접시, 컵, 냅킨 등도 충분히 준비한다. 

DJ를 초청하여 디스코장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Magician을 초빙하여 매직쇼를 보거나, Entertainer를 불러 아이들과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며 놀아주기도 한다.  

생일파티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게임은 눈을 가리고 반대편에 있는 당나귀 그림에 꼬리를 붙여주는 ‘pin the tail on the donkey’,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돌다가 아이들 수보다 의자수를 점점 줄여가는 ‘musical chairs’ , 빙고 등이 있다. 

어떤 파티는 파크나 실내체육관 같은 곳에 대형 트램펄린을 설치하여 몸으로 마음껏 뛰놀게 하기도 한다. 


생일주인공과 게스트들이 한바탕 주제별 생일파티를 즐기고 나면, 식탁이 있는 Private 한 장소로 옮긴다. 부모님이 케이크에 초를 붙여 입장하면 생일주인공을 위한 친구들의 축하송이 시작된다.  


Make a wish and blow out the candles!


소원을 빌고 케이크 위의 초를 한숨에 모두 다 끄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생일파티에서 일반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다. 

피자 또는 샌드위치 등과 음료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케이크를 나눠 먹거나  혹은 한 조각씩 포장해 주기도 한다.

준비한 식사가 끝나면 호스트가 준비한 답례품(Goodie bag  또는 party bag)을 게스트에게 선물로 주고 서로 감사인사를 전하며 행사는 끝이 난다. 


            (좌) Goodie bag 또는 Party bag이라 부른다.  우) 파티 계획 체크리스트



처음 파티 호스트가 되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아이는 새 학교에 전학을 하게 되었다. 

낯선 동네, 낯선 학교, 사람들..  피하고 싶었지만, 내 아이의 생존이 걸린 일이었기에 젖 먹던 힘까지 내보는 나는 엄마다. 

파티 체크리스트를 다운로드하여 매뉴얼대로 차근차근 준비했었다. 

내 아이의 첫 생일파티에 반 아이 전부가 참석해 주어서(완전 학기 초라 첫 생일파티였던 거 같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너무나도 감동스러운 첫 경험이었다.  



파티를 위한 준비 매뉴얼


예산 설정

장소, 엔터테인먼트, 음식, 케이크, 장식, 초대장 및 파티백의 비용을 고려하여 파티에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을 결정한다. 


테마 선택

내 아이의 관심과 성격에 맞는 주제를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 영화, 책, 캐릭터, 활동, 색상 또는 동물 등을 테마로 정할 수도 있다. 

인기 있는 활동(출처 : 구글)


초청자 리스트 준비

아이에게 파티에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연락처를 확보한다. 

예산과 공간에 따라 게스트 수를 제한할 수 있고,  게스트의 형제자매도 미리 고려하면 좋다. 


날짜 및 시간 선택

본인에게 적합한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되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의 일정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른 계획이 있을 수 있는 휴일이나 방학은 피하고,  플레이타임과 식사시간을 고려하여 파티 시간을 정하는데 대부분은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장소 예약

집 또는 공원, 박물관, 볼링장 또는 실내놀이센터와 같은 원하는 파티장소를 결정한다. 

장소가 테마, 예산 및 손님 수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하고,  외부장소를 택할 경우 사전에 예약하고 

세부사항은 Staff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초대장 보내기

주제에 맞는 초대장을 작성하고 날짜, 시간, 장소, RSVP 세부 정보 및 특별 지침(예: 드레스 코드 또는 알레르기)과 같은 모든 중요한 정보를 포함한다.  

인편이나 what’s App으로 파티 최소 3주, 여유 있게 4-6주 전에 보내는 것이 좋다.  

일주일 전에 게스트에게 최종 확인을 꼭 해야 한다.  


활동 계획하기

주제에 어울리고 연령과 관심사에 적합한 몇 가지 게임, 공예 또는 활동도 좋고,  광대, 마술사 또는 얼굴 화가와 같은 Entertainer를 고용하여 아이들을 즐겁게 할 수도 있다. 

악천후나 지루할 경우를 대비하여 백업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모든 재료와 장비를 사전에 준비한다. 


케이크 주문 또는 굽기

가능하면 테마에 맞춰 모든 손님에게 충분한 크기의 케이크를 선택한다.  

전문가에게 주문하거나 직접 만든다.  


음식과 음료 계획 및 구매


파티에서 제공할 음식과 음료의 종류를 결정한다.   

지저분하거나 맵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을 피하고, 스낵, 핑거 푸드, 샌드위치, 피자  등 준비하기 쉬운 것들이 좋다.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물, 주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장식 구입 또는 만들기

풍선, 깃발, 배너, 포스터 또는 테마와 예산에 맞춰 장소를 장식한다.  

파티샵에서 장식을 구입장식 구입 또는 만들어 직접 장식을 만들 수 있다. 


 파티백(Goodie bag)의 구매 또는 만들기

손님이 파티에 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파티가 끝날 때 집에 가져갈 작은 선물이나 음식을 준비한다. 

파티샵에서 선물을 구입하거나 사탕, 스티커, 장난감 또는 공예품으로 직접 준비할 수도 있다.  

파티장소가 외부업체라면 파티백도 만들어 주는 곳이 있지만, 직접 테마와 일치하는 가방이나 상자에 넣고 감사 편지를 쓰면 더 좋다.  (케이크는 그 자리에서 나눠 먹기도 하지만,  한 조각씩 냅킨에 싸서 파티백에 넣어주기도 한다) 


생일을 축하하며 모인 자리는 ‘생일파티’

저녁시간에 만나 친목을 도모하는 ‘디너파티’

저녁 먹기 전 4-6시 사이로 정해지는 가벼운 모임  ‘칵테일파티’

낮에 음료와 샌드위치, 케이크 등 간식을 먹으면서 낮에 수다 떠는 ‘티 파티’

중고등학교  졸업할 때  ‘댄스파티, Prom’

동네사람들끼리의 파티 ‘Block 블록파티’

베이비 샤워, Surprise party, 이스터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좋은 일이 있어 축하하는 자리  ‘파티’, 

단순한 식사 자리여도 축하의 이유가 있으면  ‘파티’ 


축하의 이유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 음식까지 있다면  ‘파티’라고 편하게 인지하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렸다. 


축하의 이유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 뒤에 'PARTY'만 붙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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