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박서현
에디터 : 주시연
<intro>
우리 각자가 살아온 삶에 따라, 해온 생각에 따라, 걸어온 길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그 방식이 바뀌곤 한다. 언뜻 보기엔 평범하지만, 많은 흔적을 가진 서현 씨의 시선은 그의 삶을, 생각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 흔적은 무엇을 통해, 어떻게 그려졌을까.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7A 반에 소속되어 있었던 심리학과 박서현입니다.
“있었던”이라니 조금 슬픈데, 왜 있었던이라고 말씀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지금이 1월인데요, 곧 2월이면 LnL이 끝날 테니까요. 아주 좋아했고 정말 행복했던 7A반이 이제는 끝이 났네요.
먼저, 어떻게 심리학을 어떻게 전공하게 되셨나요?
원래 제 관심사는 심리학이 아니었는데요. 고등학교 동안 관심사가 여러 번 바뀌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심리학으로 확정을 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전에는 주로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나요?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처음에는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었고요. 1학년 때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좋아하게 됐었고, 그 다음에는 조금 더 넓은 분야인 경영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된 활동도 많이 하고 공부도 하고 했습니다. 또 제가 배우는 것에 따라서 관심사가 달라지는 편이라서 2학년 때는 다른 과목을 들으면서 역사나 지리 같은 것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수업에 따라 관심사가 바뀌셨군요. 그러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심리 관련된 수업을 들었나요?
이게 아까 한 얘기를 이어서 하자면 1학년 때는 경영이 재밌었고, 2학년 때는 역사와 지리가 재미있었는데 3학년이 되니까 아무것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근데 대학은 가야 하니까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사회과학 중에서 흥미가 있던 심리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심리학과의 정체성을 많이 안 가지고 살았었는데 어쩌다가 1년 동안 살고 나니까 주변에 심리학과로 많이 인식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서현 씨는 앞으로는 어떤 걸 하고 싶나요?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고 뭐가 되겠다,가 있다면 정말로 훌륭하겠지만, 저는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할지를 잘 모르겠어요. 근데 어렴풋한 꿈은 있습니다. 한 군데에 머물지 않고 한 나라에만 있지 않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 뭔가 안정되고 고착된 삶을 사는 것보다는 모험적이고 새로운 걸 끊임없이 맛볼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항상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루트를 통해서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제가 안 가본 나라가 없는 상태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저랑 되게 비슷하시네요.
한번도 안 가본 나라가 없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하하) 저는 새로운 것들, 약간 미지의 것을 많이 보고 싶어했는데, 그래서 한창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이 생겼었어요.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는 나미비아 그리고 남아프리카 남아메리카입니다. 다들 그런 곳에 왜 가냐고 위험하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죽는다면 인생 전체에 살면서 한 번도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세계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요.
아프리카 말고도 가고 싶은 국가가 있나요?
일단 아프리카 대륙을 어디든지 가보고 싶고, 그 외에 좀 일반적인 곳에서 생각을 해보자면 제가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북유럽이라 북유럽에 가고 싶어요.
제가 봐 온 서현 씨는 살아있음을 깨닫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걸 경험하고자 하는 것도 그렇고, 약간 위험한 액티비티 등을 즐기는 것도 그렇고, ‘살아있음’이라는 걸 지속적으로 깨닫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제가 좀 건조하고 무던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을 잘 모르고 생생하게 무언가를 느끼지 못하고, 어떤 일을 맞닥뜨렸을 때 반응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침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한, 재미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느끼거든요.
근데 그렇게 살다 보니까 인생이 재미가 없고 회색빛이고 한창 하루하루가 기대되지 않고 너무나도 지루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 시기가 오면 굉장히 우울해지고 힘든데, 그걸 벗어나는 방법은 저에게는 제가 살아있음을 느껴지게 하는 자극들을 받는 거거든요. 그 자극들의 종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굉장히 위험한, 스릴이 넘치는 활동이 될 때도 있고 학습, 그러니까 배우고 탐구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인간관계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LNL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시잖아요. 그것도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식의 일환인가요?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식의 일환이긴 해요. 시간을 비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해야 할 일들을 엄청 많이 받고 그것들을 정리하고 하나하나씩 해나가는 게 제가 느끼는 기쁨이거든요. 그렇지만 일을 많이 하고 내 시간이 꽉꽉 채워져 있는 걸 느낄 때 살아있다는 감각이 종종 오는 것이지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그런 건 아니에요. 시작할 때는 뭐랄까 일마다 다른데, 저는 제가 가만히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일이든 노는 거든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것의 근간을 파고 들어가 보면 내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한 생각, 아주 어릴 때부터 가져온 그런 생각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에게 다른 사람의 시선은 사실 별로 안 중요하고요. 사회적 이미지보다도 ‘내가 보기에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 내가 지금 멋있고 훌륭하고 괜찮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기 위해 항상 살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일을 많이 벌이고 참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멋지네요. 일을 하다 보면, 시작한 주체가 되다 보면 책임질 일이 많잖아요. 감당해야 되는 짐들 – 그러니까 일이 잘못됐을 때의 책임을 어떻게 다루는 편인가요?
음.. 먼저 저는 아직까지 그런 경험을 할 정도로 크고 무거운 일을 한 적은 많이 없는 것 같고, 보통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일을 벌려서 애초에 일이 잘못되는 것을 방지하는 편입니다.
그렇군요. 아까 인간관계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분들보다 인간관계를 되게 인식하고 사는 것 같아요.
이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제가 어렸을 때 한창 사춘기 오고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과 인간관계에 막 고민을 많이 하고 그럴 때 이런 경향이 형성이 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이 좀 확실한 편인데, 그전까지는 그걸 잘 모르고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고 같이 뭉쳐 있고... 아무래도 여자 아이들끼리 이제 그룹을 짓고 그런 데에 속해 있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중학교에는 그렇게 보통 요구를 해왔으니까요. 거기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잘 살아왔었는데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고 제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혼자 내면의 흑염룡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뭐랄까 자아가 좀 나왔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사회적 자아와 제 본능적인, 그런 본성적인 부분이 충돌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많은 고민과 이런저런 생각을 한 결과로서 인간관계를 맺을 때 저만의 방식을 확고하게 추구함으로써 내 삶의 균형을 찾자, 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내면의 누군가와 많이 싸우면서 살아오셨네요 (하하).
맞아요. 과정이 긴데, 자아가 - 지금이야 자아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때는 뭔지도 몰랐어요 - 너무 다양하고 제 성격이 이런저런 모습이 계속 바뀌니까 뭐가 저인지 몰라서 되게 혼란스러워했던 시절도 있었고 되게 스스로를 이중적이고 계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많이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적도 있었고 그랬습니다.
아까 인간관계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뭔가 사람을 볼 때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많은 생각을 하면서 했던 고민, 그리고 내린 결론 중 하나가 ‘내가 사람을 보고 판단할 수 없다’, ‘내가 판단할 수 없다’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을 뭔가 저만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을 해요. 대신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되 그냥 제 주관적인 차원에서 취향과 맞느냐의 문제는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나에게 괜찮은 사람이냐 아니냐 정도?
그러면 스스로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할 것 같은데,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뭘까요?
이것도 할 얘기가 좀 긴데 그냥 짧게 말하자면 한창 고민 많이 할 때 저의 최대 고민이 그거였어요. 좋은 사람은 무엇인가.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난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고통받고 고민하고 계속 그 기준에 대해 생각하고... 그때 제가 생각했던 좋은 사람은 정말 좀 디테일하긴 한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 제가 생각했던 기준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제는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이상적인 인간상을 정해놓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해서 많이 스트레스 받고 혼자 좀 비하하고 그랬었는데, 어느 날 저한테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너가 지금 추구하는 건 성인 군자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제가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에 의해서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났어요. 근데 저는 이거를 허용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해요. 근데 겉으로는 저는 노력을 열심히 열심히 해서 그렇게 했는데 실제로 제 속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근데 저는 제 속이 그렇지 않은 걸 보고서 ‘겉과 속이 다르다’, ‘이 이중적인 사람, 이 위선자’ 이러면서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나는 왜 이렇게 모자랄까’, ‘왜 이렇게 겉으로만 포장을 잘하고 안에서는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를까’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어요.
그렇게까지 뭔가 겉으로도 완벽하고 안으로도 완벽할 수 있는 것은 성인 군자다,라는 말을 한 두세 번쯤 듣고 조금 생각을 바꿔서 ‘좀 불안정할 수밖에 없구나’, ‘겉이라도 반짝반짝하게 만들자’라는 마인드로 바뀐 것 같아요.
여기에서 완벽주의에 대한 얘기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서현 씨는 일 처리나 효율적인 측면에 있어서 엄청 완벽주의자인 것 같아요. 실제로도 웬만하면 깔끔하게 해내기도 하고, 근데 또 스스로가 ‘여기서까지 내가 완벽해야 해?’라고 이렇게 놓아주는 부분이 되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먼저 완벽주의에 대한 고민은 제가 한창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시절을 지나온 다음에 마주하고 알게 되었던 부분들이라 많은 생각이 아직 되어 있지는 않은데, 일단 기본적인 입장을 말하자면 저는 사람들이 저한테 완벽주의라고 하지만 완벽주의가 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냥 제가 하는 방식대로 제 생각대로, 해야 하는 대로 일을 한 건데, 되게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아 이게 완벽인가? 아닌데’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단 완벽주의에 대한 입장은 그러하고요. 완벽주의를 높게 두고 여기에 도달하려고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저는 디폴트 상태가, 기준이 애초에 높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패, 도달을 하면 일을 끝낸 것이 되는 거였구요.
근데 이제 때려치게 되는 것들은 사실 생각 없이 때려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렇게 해도 제 안위와 제 미래와 제 주변 사람에게 영향이 없다고 생각될 때 종종 놓아줍니다. 이건 대학에 와서 조금 변한 거기도 한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기 귀찮아질 때가 가끔 있더라고요.
잘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잘하는 거 재밌어 하고. 그런데 사람이 시작부터 모든 걸 잘할 수 없잖아요. 근데 지금 잘하는 게 되게 많은데, 그것들은 잘하지 않았던 시간을 어떻게 지나갔는지가 좀 궁금해요.
사실 다른 것도 운동처럼 이해하시면 편할 거예요. 출발선이 조금 다른. 잘 하는데, 그걸로 인해 인정을 받거나 내가 뭔가를 얻을 수 있으면 그걸로 인해 기뻐서 더 하고, 하다 보면 성과가 보여서 더 하고, 제가 승부욕이 세서 그 승부욕 때문에 더 하고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은 뭔가 남들보다 잘하게 되거나 뛰어나지는 게 어느 정도 생기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까 말했던, 제가 보기에 훌륭하고 멋진 사람의 기준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간상이었거든요.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렸을 때 굉장히 많은 것들을 다 해보고 제가 못하는 것, 모르는 것, 단점이 있으면 그걸 다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뭔가 못하는 게 있으면 그걸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면 노래를 잘하지는 못했는데, 제가 생각할 때 좀 잘하는 게 올바른, 좀 더 멋진 인간상인 것 같아 하면은 집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아니면 관련된 합창부에 들어가거나 이런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기르고 부족한 면들을 게임 캐릭터 스택 쌓듯이 모든 부분들을 채우려고 노력해 왔었어요.
근데 남들보다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것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있나요?
생각만이라면 모든 분야가 그랬죠. 제가 못했던 모든 것들, 남들보다 뛰어남이 보이지 않았던 모든 분야들 저는 전부 다 잘하고 싶었죠. 성공한 것도 아마 있을 거예요.
제가 직접 계발한 능력으로는 악기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음악적 재능은 물려받은 적이 없거든요. 아무리 봐도 음악적 재능은 없고 악기를 많이 접해본 것도 아닌데 그냥 오직 ‘좋아서’라는 이유로 시작해서 좀 실력을 갖추게 된 거는 드럼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꼭 물어봐야 해요. 서현 씨는 ‘LnL in Oman’ 프로그램에서 야무진 걸로 유명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야무진 사람이 되었나요?
제가 왜, 어쩌다가 이렇게 유명해져 버린 거죠?(하하) 이것도 완벽주의랑 비슷해요. 다른 사람은 저를 야무지다고 하지만 저는 야무진 게 뭔지 몰라요. 왜냐하면 그게 원래 저이기 때문에.
노력해서 ‘야무져야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뭔가 이게 비교가 불가능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안 살아봐서 모르겠는데 대체로 일을 할 때 또는 삶을 살거나 여행을 하거나 모든 제가 맞닥뜨린 상황에서 제가 처한 상황과 지금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 상황에서 원활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조절하고 행동하는 것이 습관화가 돼 있는 것 같아요.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웬만하면 다 괜찮게 풀리고요, 하고 싶은 대로 되고요. 특별한 문제를 마주하지 않아요. 그냥 단지 운이 좋은 걸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그래요.
또 이제는 완벽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있어요. 완벽하면 또 완벽하지 않더라고요. 조금 완벽하지 않음이 진정 완벽함의 완성이랄까. 또 그 완벽하지 않음을 그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완벽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또, 먹는 거 맛있는 걸 되게 좋아하고, 이것저것 안 가리고 잘 먹는 것 같아요.
맞아요. 먹는 거 좋아해요. 먹는 거... 근데 이것도 변화가 있었는데, 원래 저는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먹는 거에 관심 없고 먹는 시간도 안 갖고 그냥 ‘영양 섭취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게 제 고등학교 시절이었어요. 왜냐하면 시간이 없으니까요. 음식과 잠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그냥 최소화를 하고자 했었고.
근데 지금은 어떤 마음가짐이냐면, 세상에 살면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많이 느껴야 효율적이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순간에 하나하나 다 행복을 느끼고자 하고있어요. 음식도 그중에 하나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음식을 굉장히 맛있게 먹는 걸 좋아하고요. 가리는 것도 원래는 되게 많았는데 대학교 와서는 음식 가리는 것도 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가리는 것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서현씨에 대한 주변인의 인상들 중에는 항상 말을 잘한다가 있더라구요.
음... 저는 말을 잘한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어디 세워놓고 말하라 하면 매끌매끌하게 잘하긴 합니다. 사회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은... 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좀 더 익숙하게 할 수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런 사회적인 말을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고, 어렸을 때 그런 위치나 그런 자리 같은 데 종종 놓이면서 훈련을 해왔던 것 같아요.
능숙한 말의 분야가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서현 씨는 생각을 하고 나서 말을 할 줄 아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예전부터 제가 부족한 거나 잘못한 거, 문제 상황 같은 게 발생을 하면 열심히 노력하고 많이 바꾸려고 했던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경솔하게 뱉은 말들, 생각을 안 하고 했던 행동들이 저한테 가져온 크고 작은 결과들을 몇 번 맞닥뜨리고 나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 태도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 ➝ ‘말을 하지 말자(!)’였어요. 그래서 실제로 말을 안 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예 말을 안 할 순 없으니까 말을 생각하고 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저는 제가 복잡하지만 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많고, 깊고. 어떨 때는 계산적이구요. 그러한 면들을 보면 저를 심플하지는 않은 사람으로 여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학교를 다녀도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고, 똑같이 똑똑하다고 해도 좀 더 머리를 많이 쓰는 것 같은 사람이 있는데, 항상 그런(머리를 많이 쓰는) 포지션이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저 스스로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스스로는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면 더이상 그 결정을 돌아보지 않고,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게 싫어서 현재만을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길게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복잡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복잡하지만 단순하다구요.
<outro>
자신을 확립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온 서현 씨. 인터뷰를 통해 그의 시선에 담긴 흔적을, 그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필자의 시선에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의 시선에도 나름의 흔적과 궤도가 그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그 궤도를 스스로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서현 씨의 생각에 대한 기록들은, 그 이야기들은 쉽게 넘겨짚었던 필자의 시선에 대해, 수많은 타인들의 시선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해준다. 어쩌면 자각하지 못했을 각자의 시선의 변화 과정을 본 인터뷰를 통해 한번쯤 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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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심리학과 23학번이자 LnL 7A 반의 구성원.
심리학과 밴드 '알고리듬'의 드럼 주자.
배드민턴 동아리 '스누민턴'과 여자축구부 'SNUWFC'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