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쓴 글
인정받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상사와 밥을 먹는 시간은 내게 시험 치는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준다. 어떤 이야기를 해서 어떻게 재밌게 이 시간을 보내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팀장님이 내게 사회생활에 대해 조언해 줄 때 나는 정말 쉽게 가스라이팅 당한다. 좋은 마음으로 하시는 말일지 모르지만 모든 조언의 밑에는 '너 지금 직장 생활 잘못하는 거야.'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나는 그 말들을 걸러 마시지 못하고 있는 대로 벌컥벌컥 마시면서 자책을 한다. '왜 나는 팀장님만큼 센스가 없을까?' 자주 생각하곤 했다.
요즘 짝사랑을 하며 자주 거울을 본다. 평소랑 별 다른 게 없을 텐데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를 나가 좋아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눈에 내가 이렇게 비친다니 생각하면 아찔하다. 영 모자라서 그렇다. 거울을 보고 내 자신을 남의 눈으로 비춰보며 탐탁지 않아 하는 내 마음을 보고 번쩍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 눈에 내가 별로면 나는 별로인 사람인가?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답은 '아니다.' 이다. 상사도, 짝사랑 상대도 심지어 부모님도 내 가치를 정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아주 오랫동안 나는 다른 사람의 평가와 인정과 사랑에 목매달고 살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그 옆에 딱 달라붙어 사는 게 내 희망이었다. 고향이 낯선 서울보다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사랑해 줄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내 나이에 비해 많이 어리다.
부모님 곁에서 오히려 벗어나며 더 큰 자유를 얻었다. 이제 나는 혼자서도 서울에서 잘 지낸다. 그러니 덜 불안하다. 고향에서, 부모님 곁에, 머물고 싶다는 건 장소와 시간이 한정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자유는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더 큰 자유는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아도 크게 문제없을 때 내게 주어진다.
잘못된 신념을 고치는 게 필요하겠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내가 가치 있는 존재이고 그래야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은 나도 모르게 내가 자동적으로 하고 있던 것이다. 인정받을 필요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의 평가가 단지 그 사람의 기준과 기분에 의한 것임을 알 때 나는 고향과 부모님에서 벗어나듯 다른 사람들의 눈치에서 벗어나 내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시선, 부모님의 기대, 세상의 인정 등이 크게 내게 중요하지 않을 때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겠구나 힌트를 얻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