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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Mar 29. 2024

이판사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이판사판


그 여자의 이름은 리춘희이며, 22살의 나이에 자유를 찾아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탈북을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본인 목숨을 걸어야 되는 것은 당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브로커 비용마련이라고 한다. 그 비용은 탈북 경로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한다.


어룡저수지를 통하는 길은 초단거리지만, 돈에 환장한 한계장 덕분에 비용이 저렴해 월남을 하기 위한 탈북자들이 많은 줄을 선다고 한다.


브로커 비용이 부족한 사람들은 본인처럼 월남 이후 후불로 지급하기도 하는데, 현대판 노예계약이 따로 없다고 한다. 자유는커녕 이자에 이자가 붙어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될 판이라 이북이 그립다고 한다.


감시망을 뚫고 탈출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자살을 기도한 날이 많았다고 한다.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중에 마치 내가 탈출의 희망처럼 보였대나 어쨌대나...


춘희가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셋이 탈출하기로 했다. 춘희는 우리를 안내하였고, 숨을 죽이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대궐 같은 술집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점점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다. 직원으로 보이는 한 명이 눈에 띈다. 우리를 보았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댄다.


직: "거기 누구야??"


직원 놈이 소리치며 따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카메라 SD카드와 녹취기를 태섭이 손에 쥐어 주었다.


백:"야, 너는 춘희 따라 가!!"

태:"중대장님..."

백:"뒤도 보지 말고 빨리 뛰어!! 빨리!!"


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 갈림길에서 춘희와 태섭이의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백:"헤이. 얼간이! 엿이나 먹어라."(뻑큐를 내밀며)


직원 놈이 몽둥이를 들고 나를 쫓기 시작했다. 나는 이쪽저쪽 미꾸라지처럼 피해 뛰었고 시간을 끌었다. 태섭이와 춘희가 담벼락을 넘기 시작했다. 뛰다 보니 갑자기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사방이 막혀있었다. 이판사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뒤돌아 섰다.


백:"야, 덤벼."(손마디 우두득우두득)


직원 놈이 몽둥이를 이리저리 막무가내로 휘둘러 댔다. 나는 정확히 10초 컷이라고 생각했다. 이쪽저쪽 휙 휙~ 피하고 명치 한대, 그리고 또다시 명치 한대. 끝. 직원 놈이 그대로 뻗었다.


백:"야, 따라오지 마라. 귀찮으니까."


태섭이는 춘희를 먼저 담벼락을 넘게 한 후 태섭이가 막 넘어가려던 참이었다. 나는 있는 힘껏 뛰어서 담벼락을 잡았다. 높이가 꾀나 높았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가까스로 벽을 넘을 때쯤. 갑자기 누군가 내 발목을 잡았다. 발버둥 쳐봤지만 그 손은 내 발목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담벼락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백:"아크 아파라. 어떤 새끼야!!"


이번에는 직원 두 놈이 덤벼댄다. 어젯밤부터 뭐 하나 제대로 먹지 못했더니 힘이 빠졌나 보다. 그래도 이런 얼간이들이야 식은 죽먹기다. 열도 받았겠다 아예 반쯤 죽이려는 참이다.


백:"야, 덤벼. 병신 돼도 원망 마라."

백:"너 먼저 죽을래, 너 먼저 죽을래?"


왕년에 이종격투기를 할 때가 생각났다. 어쩌면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내가 여기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원... 나는 링 위라고 생각하고 한놈만 죽도록 팼다. 피가 철철 흘렀다. 겁에 질렸는지 나머지 한놈은 도망가려고 슬슬 뒷걸음친다. 나는 도망가려던 놈의 팔을 이내 낚아챘다.


팔을 잡아서 이번에는 암바로 제쳤다. 마음 같아서는 숨줄을 끊고 싶었지만 그건 아니다 싶었다. 오랜만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팔에서 우두득소리가 났다. 아마도 그놈의 팔은 부러진 거 같았다.


직:"악, 아아아~ 살려주세요!!"(큰소리로)


아차 싶었다. 빨리 도망갈걸 괜히 다른 직원 놈들만 부르는 꼴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서너 명이 뛰어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계장 얼굴이 보인다. 한계장까지 가세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한:"야, 저 새끼 잡어!!"(크게)

백:"아놔, 옘병."(한숨)


그때였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트럭이 대문을 부수고 돌진했다. 나는 어디서 포탄이 날아들어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 대문이 박살 나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태섭이었다. 어제 우리가 타고 왔던 트럭이었다. 이 자식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독백)"멋진 놈."


태:"형! 타!!"

(독백)"형? 어쭈구리. 오늘은 네가 형해라."


나는 재빨리 트럭 뒤에 올라탔다. 뛰어오던 직원 놈들이 벙찐 모습으로 쳐다보기만 한다. 멀리 보이는 한계장도 얼음이 되어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손을 크게 흔들고 큰소리로 인사해 줬다.


백:"하하하~ 잘 있어라! 형은 간다~~"

백:"아, 그리고. 야, 한계장~~ 깜빵 갈 준비나 잘해라~ 하하하"


우리의 트럭은 지옥 같은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나는 쾌재를 부르며 만세를 불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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