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침시간 전 애플워치 알람이 울린다. 여성은 무언가 결심한듯한 표정이다. 곧장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면 양말까지 쫙 끌어올려 신는다. 양치도 하고 화장품도 바른다. 블라인드를 치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스위치 딸깍, 불을 끄고 잠에 든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자 애플워치 화면에 8시간 11분이라고 뜬다. '수면 목표 달성하기' '차면 된다'
애플워치 광고를 보다가 마침 내게 꼭 필요한 게 나왔고 그것을 격하게 갖고 싶었다.
애플워치가 없으니까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광고에서 꽂힌 것은 바로 8시간 11분 수면시간이었다. 부럽다. 아침에 일어날 때 얼마나 개운할까. 나도 8시간 숙면하고 싶다.
수면의 질이 뚝 떨어진 건 임신 중기부터였던 것 같다. 배가 불러오면서 자다가도 위액이 역류했고 방광이 눌려 자다가 두세 번씩 화장실을 가야 했다. 그럴 때마다 어기적거리며 무거운 몸을 일으키지만 한 번씩 다리에 쥐가 나면 경기를 일으키며 벌떡 일어나곤 했다.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한 2박 3일간은 정말 오랜만에 숙면을 했다. 그러나 산후조리원에 가자마자 젖몸살과 유축지옥, 수유콜로 인해 또다시 쪽잠 생활이 반복됐다. 아기와 함께 집에 돌아온 이후로는 아기울음소리와 예민해진 몸과 마음으로 인해 잠을 거의 못 잔 채 하루종일 비몽사몽이었다. 그때는 쪽잠 말고 연달아 쭉 자보는 게 소원이었다.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방법도 있다는데 정말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이구나 깊이 체감했다.
아기가 크고 어느덧 통잠을 자는 시기가 왔다. 그럼 이제부터 엄마도 통잠을 자느냐? 마냥 그렇지도 않다.
아기는 조용히 새근새근 자지 않는다. 자다가 갑자기 응애애애!! 울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옹알이를 끌어모아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기도 하고 다시 누워 자기도 한다. 침대 구석에 끼여 자기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얕은 잠을 반복한다. 잠귀가 밝은 탓에 불안해서 깊이 잠들지 못한다. 게다가 아기가 감기라도 걸린다면 열재랴, 기침, 콧물 때문에자다 깨서 우는 아기 달래랴 감기가 다 나을 때까지 숙면은 없다.
애플워치를 차면 내 수면 상태를 뭐라고 판단할까? 애플워치에게도 육아 중이라고 사전에 알려줘야 어느 정도 감안을 할 텐데 그런 기능은 없으려나.
할 수만 있다면 아기도 잘 자고 있는 건지 확인해보고 싶다. 수면패턴을 분석해서 자다가 소리 지르고 다시 자는 이유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수면 목표 달성하기'
내 몸 하나 챙기면 충분하던 시절에는 살아있는 잠만보였다. 수면 체크를 하면 잠을 너무 잔다고 '수면 목표 초과'라고 경고를 받았을 것 같다.
이제는 광고를 보고도 제품보다 잠이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 그래도 아기가 클수록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