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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Nov 11. 2023

우리는 헤어지는 중입니다.

1. 이별통보를 받다.

나는 그와 2월 헤어졌다. 

우리는 웨딩플래너를 통해 예식장을 예약했고, 플래너가 짜주는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였다. 종종 그는 나와의 약속을 어기기는 했지만 웨딩플래너와 결혼반지 업체와의 미팅이 잡힌 날 그가 잠수를 타리라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곧 있을 발렌타인데이에 그에게 줄 초콜릿과 오랜만에 만나는 그에게 줄 선물과 편지도 준비했었다. 

사귀는 동안도 2~3번 잠수를 탔던 그였기에 나는 그의 행동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았고, 결혼식장에서 바람을 맞히지 않은게 다행이라며 혼자 위로했었다.

그리고 한 달 뒤 나는 나의 카톡을 읽지도 않는 사람에게 헤어진 이유나 알려달라고 그를 만나러 갔다. 


"나는 아직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


그래 너는 지금 나와 헤어지고 싶고, 나에게 진짜 이유를 말해줄 수 없는 상황이구나.

"알겠어. 그냥 헤어지는 이유는 알고싶어 찾아왔어. 

항상 건강하게 지내"


나는 두통이 심했던 그에게 필요한 약이 든 쇼핑백을 주고왔다. 차마 초콜릿과 편지는 주지못했다.

나의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그를 만나면 따귀나 때려주고 오라고 했지만 나는 그에게 내가 준비했던 선물을 주고왔다.

그것이 이 선물을 준비한 내 마음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나는 그가 여전히 건강하고 무탈했으면 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두고두고 나를 생각했을때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후회하게 만들고 싶은 복수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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