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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슈아 Aug 06. 2023

취미가 배달이요?

배달에 대한 소개팅에서의 반응

30대 중반의 나이, 혹자는 아재라 하기도 하고 혹자는 청춘이라 하기도 한다.

이 정도 나이쯤 되면 이제 주변 풀에 의한 소개팅도 갈때까지 갔고 더 해달라고 하기도 무안하다.

그렇다고 나만의 기준도 있어서 주변에서 먼저 제안하는 소개팅을 수락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나름 MZ 세대에 해당되며, 그렇기에 소개팅 어플을 통해 자체적으로 소개팅 대상을 찾았다.

스카이피플이라는 어플을 활용했다.

학교 또는 회사 인증을 해야하는데 해당 어플에서 여성들에게 점수 메겨진 나는 상위 1~5%였다. 


이후에 다시 쓰겠지만 도보 배달이 익숙해진 이후 나는 전기자전거를 장만하여 주말이면 하루에 약 8시간씩 총 16시간 남짓을 배달했다.

이정도면 아마 전업 배달인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오토바이가 전기자전거인 것만 제외하면.

최초 배달은 하루 20분 남짓의 아이스크림 도보 배달 하나로 시작했었는데.


나에게 배달은 재밌다. 마치, P2E (Play To Earn)를 하는 느낌이랄까?

평일 직장 생활에서의 피곤을 명분으로 주말이면 널부러져 있었는데, 그 때보단 생산적인 그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가. 

8시간 남짓 배달을 하면 몸은 엄청나게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집에서 시원한 탄산수 한병을 마시면 마치 내가 위대한 일을 끝낸 마냥 스스로가 뿌듯하고 기특했다. 


주말엔 배달 시간을 소개팅으로 침해 받긴 싫었다. 

그렇기에 소개팅은 가급적 회사 퇴근 후인 평일 저녁에 했다.

한 달 평균 2번에서 많게는 4번정도로 몇 달간 적지 않은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 앱이라고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개인이 어플이라는 것 말고는 일반 소개팅과 동일했다. 지금은 해당 어플을 통해 만난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다.)


소개팅을 많이 하다보면 나오는 상대방만 달라질 뿐 나오는 질문 또는 대화들은 어느정도 루틴화 되어있다.

그 중 꼭 나오는 것은 "취미가 뭐에요?" "주말에는 뭐하세요?" 등등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배달"과 "운동"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배달이 취미라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주말이면 하루종일 배달을 하는 사람을 여성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첫 만남에서 여성분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우와, 대단하세요!" "배달이요? 열심히 사시네요!" 대다수는 칭찬을 해주신다.

본업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내가 만약 전업 배달이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해주셨을까? 아니, 날 만나주긴했을까?

배달하는 사람들은 웹상에서 은어로 '딸배'라고 불리운다. 건달을 달건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배달을 거꾸로 부르는 것에서 기인했다. 모르긴 몰라도 눈길조차 안 주시지 않았을까? 


소개팅 이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만남까지 이어지면 여성분들은 넌지시 묻는다.

"근데 주말에 꼭 배달 해야돼?" 

조금 더 호기심이 많으시거나 직설적이신 분들은 "혹시 빚있어?"

내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주말 취미로는 재밌어서"


언제까지 이 취미가 계속될 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여자 친구가 있기에 여자 친구와의 약속이 없는 주말에만 여전히 하루 8시간씩 하고 있지만

에어팟을 양쪽 귀에 끼고 아무 생각 없이 목적지만 생각하고 달리는 것이 재밌다. 

8시간이 지난 이후의 몸은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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