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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Jun 17. 2024

단맛 나는 흰색 당근. 파스닙 먹어보기

특수야채 파스닙

샐러리와 고수, 비타민채를 먹고 나니 특수야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세상에는 모르는 식재료가 너무 많다. 야채 러버를 지향하는 내게 새로운 식재료는 탐구생활을 하는 것과 같다. 식재료를 알아보고 맛을 보며 맛있게 먹는 방법들을 적어가다 보면 모험을 하는 느낌이 든다. 야채를 좋아하는 습관은 신체의 건강과 깨끗한 피부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배송되어 온 파스닙


특수야채를 검색하다 '파스닙'을 찾아냈다. 흰색 당근에 단맛이 난다는 소리에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며칠 뒤에 도착한 파스닙에는 록색 이파리가 없었다. 비닐에 싸인 파스닙은 그야말로 흰색 당근이었다. 묵직해 보이는 크기와 다른 가벼운 무게는 놀라다. 유통과정에서 수분이 빠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원래 그런 것일 수 있으니 확신할 수 없었다.


파스닙은 섬유질이 많아 건강에 좋은 식단에 속한다. 100g당 55kcal로 다이어트 식품이며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에 좋다. 건강한 야채라도 과식하게 되면 살이 찌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제발 적당히만 먹자라는 다짐으로 파스닙을 손질했다.


이제 어떻게 먹을까?


통통한 도라지 같다


1. 생으로 먹어봤다.


파스닙을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벗겼다.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감에 바람 빠진 당근을 손질하는 느낌이었다. 파스닙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찌거나 볶아서 먹는 게 좋다고 하니 일부러 작게 썰어 입안에 넣었다. 조심스럽게 씹는데 단맛이 나는 당근이라기보다 심지 있는 도라지를 먹는 느낌이었다. 칡향이 나면서 도라지의 씁쓸한 맛도 있는 것이 생으로 먹기엔 부담스러웠다.


찐 파스닙


2. 쪄서 먹어봤다.


찌면 감자 같은 식감이 난다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했다. 파스닙 가운데 심지 부분은 하얗고 딱딱한데 식이섬유가 많은 부분이라 질기다. 요리할 땐 제거하고 먹는 게 좋다.

10분 정도 삶은 파스닙을 뜨거운 상태로 먹으니 물컹한 당근을 씹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포슬포슬한 감자가 아니었다. 씹을수록 약한 도라지 향이 났고 감자와 고구마의 중간을 먹는 느낌이 들어 묘했다. 차가운 상태에서 먹어 보니 심지는 있지만 냄새가 없는 두리안을 씹는 느낌도 난다. 약한 쓴맛도 느껴지는데 크게 달지가 않았다. 오히려 볶아 놓은 당근이 더 달았다.


오후에 출근하는 매장직원에게도 권했다. 야채를 선호하지 않는 분의 입맛에는 어떨까 궁금했다. 내가 파스닙을 만든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되며 마음이 초조해졌다. 

"아! 쓴 맛이 나는데요.  어? 약간 씁기도 하고. 으? 혀끝에 매운 느낌도 나요."

"아이. 뚱뚱한 더덕 같이 생겨서 두 번은 먹기 힘들어요."

내가 벌칙재료를 들고 온 것일까? 반응이 너무 아니었다. 건강한 채소라도 입맛에 맞아야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데 파스닙의 뒷맛처럼 씁쓸했다. 하기야 야채에 무던한 내 입맛에도 묘하고 먹을 만한 정도였으니 호불호가 있는 야채가 분명했다. 익숙하지 않은 맛이었고 처음 접해본 식재료라 더 그랬을 것이다.


볶은 파스닙


3. 볶아서 먹어 봤다.


기름을 두른 팬에 파스닙을 넣고 소금을 뿌려 볶았다. 파스닙에 수분함량은 적은 게 맞나 보다. 야채를 볶다 보면 수분기가 생기며 촉촉해지는데 아니었다. 미리 넣은 기름도 파스닙이 흡수해서 건조해 보일 정도였다. 볶아서 말랑해진 파스닙을 먹어봤다. 소금이 들어가서인지 짭짤한 감자스낵을 먹는 다. 기름을 머금어 고소한 맛에 달달한 맛까지 올라오니 파스닙은 튀겨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불에 익힐수록 단맛이 나는 야채가 있는데 파스닙도 그런가 보다. 갈아서 퓌레로 먹거나 소스로 사용하면 괜찮겠다. 누군가 내게 파스닙의 재구매 의사를 묻는다면 글쎄라 대답하겠다. 음식에 소질이 없는 내겐 어려운 식재료이 그렇게 달지 않았다. 단맛을 좋아하는 내게는 약한 단맛이었고 야채라기보다는 약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결국 계속 찾아 먹을 식재료는 아니었다. 하지만 특유의 향과 맛이 분명하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요리한다면 최고의 식재료 중에 하나일 것이다. 요리의 대가들에게만 보일 비법 양념 같은 식재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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