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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23. 2024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거울 속 외딴 성'

거울 속 외딴 성 책을 읽고

도서관에 가야 되는데 비가 와서 외출이 귀찮았다. 나가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처진 기분으로 큰아들방 책장 앞에 섰다. '거울 속 외딴 성'이란 638페이지의 소설책이 보였다. 많은 분량에 고민하다 늑대 가면을 쓴 소녀가 흥미로워 보여 집어 들었다.


책을 펼쳐 읽어보니 일본작가가 쓴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책표지를 보고 마냥 판타지라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니 처음 생각과 달랐다. 일상 이야기에 더해 소망의 판타지 소설이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했다니 시간이 나면 영화로도 보고 싶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학교에서 자신을 따돌리는 친구 일행들이 집으로 찾아와 두려움에 떨게 된 고코로. 그때부터 주인공 고코로의 등교거부는 시작됐다. 학교에 다니면서 함께 할 친구가 없다는 건 큰 괴로움이다. 혼자서 고민하는 경우라면 더 그러한데 그런 아이들이 각자의 이유로 거울 속 성에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고코로가 엄마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사실을 말했을 때 선생님께 단호하게 대처한 엄마의 장면은 후련했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라면 이성적으로 말하되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내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흐뭇해지며 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모녀의 외출에서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며 눈을 붉히는 모습도 그랬다. 글을 읽는데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며 감동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따스한 휴머니즘이 좋다. 투박한 세상에서 이런 따스함을 책에서 느끼다니 두 모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거울 속 성에서 친해졌던 대화에서도 그랬다. 학교 밖에서 공감대를 느끼며 공통점으로 가득 찬 친밀감을 나누는 그들을 통해 우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이런 좋은 것들로 세상이 가득 찬다면 살만한 세상데. 우울증을 없애는 약은 우정일 것이다.

'서로를 도와줄 수 있다.'

'서로 돕는다.'


'톨이는 불쌍해'

혼자를 뜻하는 톨이라는 말은 이 아이들에게 민감한 단어다. 서로에게 힘이 되며 스스로 용기를 내게 하는 단체의 힘, 친구의 힘, 우정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혼자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진짜 혼자인 이들에게 필요한 건 진정한 친구일 것이다.


학교가 두려워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그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그들만의 규칙, 그리고 기다림이지 않을까? 소설 속 아이들도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까지의 시간이 10개월이나 걸렸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니 어른의 몫은 살펴보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것일 테다.


중요한 점은 학교를 잘 다니는 것보다 학교생활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지식에 집중하고 감정을 누르게 된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아이들이 아픈 이유가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인 걸까? 힘들다는 마음의 소리를 누르고 무시해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의 소리. 눌러만 놓은 감정들이 무거워 마음도 힘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만나고 싶었던 가족.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잘 지낸다는 것은 축복임을 말해준다. 함께 하면 나눌 수 있는 기쁨.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고코로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했던

'그래봤자 학교'


이 말은 학교의 세상이 인생전부가 아님을 말한다. 지금의 학교가 싫으면 다른 학교도 있듯이 학교도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선택한 학교에서 적응하고 잘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와 까짓것 부딪혀 보고 해 보자라는 마음의 힘을 주는 말이다.


각자 있는 세계가 다르다는 설정은 시간여행을 떠올리게 했고 소원을 들어주는 열쇠를 찾는다는 설정에서 타지 소설임을 자각했다. 마지막에 밝혀진 진실은 감동적이었지만 뜻밖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에 열린 결말까지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비바람에 도서관에 가지 못했던  집었던 책으로 감동을 읽었고 우정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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