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거나 심한 경우 심장이두근거린다. 커피를 마시다가 마시지 않으면 금단현상처럼 찾아오는 두통은 머리 안에서 진동을 일으키니 견디기 힘들정도다. 장거리 운전이나 집중력을 요하는 일외엔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것도 오전 9시 이전에만 말이다.
대신 코코아를 좋아한다. 달달한 맛과 코코아가 주는 진한 풍미는 미각에 즐거움을 주며 정신을 집중시키는데도움이 된다. 그런데 최근 접하게 된 혈당에 관한정보는코코아를다시생각해보게 했다. 코코아에 들어 있는 당분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싶어 걱정됐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단호함으로잘 마시던 코코아를 중단해봤다. 매일 마시던 코코아를 한번에 끊고 매장에서 일을하니 아침부터 힘이 들었다. 눈이 시리고 쉽게 피곤해지는 것이 일에 대한 집중력도떨어졌다.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지는게 점점 예민해기시작했다. 코코아를 먹은 날과 먹지 않은 날의 에너지 레벨이 이렇게다르다니 당분과 카페인의 영향이 크다는걸느끼게 됐다.
성인기준으로 하루에 권장하는 카페인 섭취량은400mg이하이다.
코코아가루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100g당 230mg이고 판매하는 코코아 한잔에도약 23mg~50mg이 들어있다.그러고 보면 코코아로 매일 카페인을섭취하고있었다는말인데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다.초콜렛으로 따지자면 더 많은 카페인을 먹었는데도말이다.
카페인을 떠나 코코아에는 폴리페놀의 일부인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고 항산화물질이 많다. 심장건강과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고 우울감을 완화해 준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감 해소는 물론 눈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대체 코코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길래 내 컨디션에 영향을 미쳤던 걸까?
우선 코코아콩을 볶고 분쇄하여 액체상태로 만든 것이 카카오매스라고 했다. 이 카카오매스에서 지방성분인 카카오 버터를 추출하면 코코아파우더가 나온다. 이 코코아 파우더에 설탕과 다른 성분을 넣으면 시중에 판매하는 코코아가루가 되는 것이다. 코코아콩에서 코코아 버터도 나오고 코코아 가루도 나오다니신기하다.
그렇다면 건강한 코코아를 마시려면 100% 코코아가루에설탕만 조절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코코아에들어있는 카페인은 그대로니까 말이다. 그래서 100% 코코아가루에 설탕만 넣어 봤다. 시중에 판매하는 코코아보다 설탕이 덜 들어서 달지 않았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코코아향이 주는안정감에 심리적인 만족감이있었다. 설탕대신 인공감미료인 스테비아를 넣기도 했지만 그 특유의 맛이 내 입에는 매력적이지 않아즐기진 않았다.
어떤날엔 더 건강한 코코아를 먹어보자는 생각에 설탕을 빼고 코코아 가루 한스푼만 넣었다. 갈색빛 코코아 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고 티스푼으로 저어주는데 순간 커피의 아메리카노 느낌이 났다. 어짜피 콩을 제조해서 만든 가루들이 아닌가. 잔 속에 담긴 갈색빛 액체가향이다른 아메리카노를 생각나게 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설탕없이 마시는 코코아가 맛있지 않았지만 하루 에너지 레벨을 채우는데도 괜찮았다.다만 코코아가루에 있는 지방성분이 내 장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아침시간이 유쾌하지 않았다. 코코아를 적당히 먹어야 할 이유가 됐지만 당분간은찾게 된다.
역시 카페인 없이 일한다는 건 전쟁터에서 총알없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 카페인으로부터 자유로울줄 알았는데착각이었음을 알았다.나에게 코코아는 커피 대신 섭취했던카페인으로일을 하는데 필요한 약이었다.
며칠간 코코아를 끊으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겪고 나니 코코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기분좋게 일하는데 필수적인 무기가 되어버린 코코아. 힘이 없어 의자에 늘어져 있던 내게 코코아 한모금은 눈을 뜨게 했고 비타민 같은 활력을 불러오게 했다. 커피를 만드는 콩이나 코코아를 만드는 콩도 자연이 주신 선물일텐데 무작정 기피할 필요는없다는 생각이 든다.
코코아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가끔씩 마시고 있다.내가 가진 신체에너지보다 높은 컨디션으로 일할 수 있는 코코아로하루 에너지 레벨을 채우고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