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by 동유럽말갈족

5년 전, 외할아버지께 필름 카메라를 물려받았었다. 무심코 “할아버지 혹시 예전에 쓰시던 필름 카메라 있으세요?”라고 여쭤봤던 건데 옷장에서 꽤나 멋진 수동 필름 카메라를 나에게 건네주시며 이걸로 엄마와 외삼촌들의 졸업사진도 찍어줬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대학교 졸업 시즌에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방향성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그게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어서 불안하고 막막했다. 엄마도 그랬었으려나? 엄마는 본인이 원했던 건축학과는 외할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고 대신 미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포기했던 마음의 정도는 알 수 없지만 엄마도 졸업을 앞두고 나와 같이 막막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대다수가 그렇듯 (적어도 그래 보이듯) 드디어 졸업했다는 뿌듯함과 후련함이 전부였을까. 이 카메라 앞에서 학사모를 쓰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 20대 초반의 엄마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순간을 기록했을지 궁금하다.


엄마는 졸업하고 학생 과외를 하다가 지금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자영업을 하고 계신다. 무언가를 원해서 도전하는 인생보단 상황이 밀어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어쩌면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기회도 없이 환경이 허락하는 몇 가지의 선택지 안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만드신 것 같다. 결과적으로 보면 결코 이게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생인 건 아니다. 엄마는 하고 싶은 것보단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 거고 현재에 만족하고 계시니까. 하지만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 겪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게 되었고 나 또한 이상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삶에 대한 의문은 항상 드는 거다.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진짜로? 엄마도 이랬을까 엄마도 이렇게 하루하루를 아까워하고 괴로워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 채로 시간을 흘려보냈던 걸까. 그리고 어쨌든 나중엔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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