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사랑이라니, 선영아

사랑에 대한 고찰

by 거베라

1. 가장 술과 페어링이 잘 되는 책


술 먹는 장면의 잦은 등장, X새끼야 어쩌고하면서 들리는 익숙한 대화들에 나도 모르게 술자리에 끼게 된다. 나와 비슷한 수많은 불청객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 사랑이라는 게 유행하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기승전결처럼 예상 가능하고 깔끔한 게 아니었지. 하는 씁쓸함과 약간의 흥미로움에 아주 약간의 취기가 열로 올라오면 폭주기관차처럼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게 된다. 혹시 읽을 거라면 시원한 맥주 하나 사서 한 캔을 비워가며 먹는 걸 강력추천한다.



2. '사랑해'라는 말에 대해 주춤거리게 되는 책


요즘 환승연애 광태커플 때문에 '사랑해'라는 말이 주는 개인의 무게에 대해 아주 잠깐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떠올려는 봤을 수도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말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오만가지 질문들을 한다. 좋아하는데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건가? 사랑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는 건가? 사랑은 하룻밤의 필수조건일까? 사랑은 변할까? 전 애인에 대한 사랑은 완전히 없어지는 걸까? 사랑하고 나면 나는 무엇을 얻고 잃는가? 사랑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사랑해'라는 게 이렇게 기름기 쏙 빠진 철학책에 나오는 건조하고 어려운 단어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랑해를 내뱉는다는 건 나를 잘 안다는 것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결국 상대를 사랑할 때의 '나'의 모습을 알아야 하고, 내가 어떤 '형태'의 사랑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며, 나는 어떤 '상대'와 사랑하고 싶은 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 같다. 연애를 많이 해봐야 사랑을 안다라는 그 허접하게 들렸던 말이 이 말이었나. 잠깐 생각했다.


3.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은 책


보통 사랑을 다루는 소설을 읽으면, 나는 그 모습이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자동재생된다. 이쯤에서 이런 클리셰가 딱 맞았겠다거나, 이 부분에서 엄청 설렜겠다거나 하면서 같이 마음이 들뜨는 사람이다. 이상하게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 중간중간 얻어걸리는 말들에 나를 대입해 보며 복잡해지고,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아 같이 양심을 찌르고, 부끄럽기도 했다. 확실히 들떴다고 보긴 어렵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같은 세계문학전집 표지가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특별한 결론이 있는 책은 아니다. 아직 모르겠는 질문들도 많다. 사랑이 뭘까? 변할까?라는 것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줄기인 것 같다. 비유가 굉장히 많아서 완전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김연수 작가님 입문용 책으로 추천하던데 하나만 더 읽어보고 정주행 할지 말지 결정해야겠다. 그리고 친구랑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약간 울컥거리고, 토할 것 같은 마음을 동반하며 생겼던 것 같다. 가장 근간이 되는 이유는 이 사람한테 빠지고 있는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굳게 믿어온 편이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어떤 지식인에 올라온 글이 머릿속에 같이 맴돌았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도 없으면서 영원이라는 단어는 왜 생겼을까요 라는 질문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영원하다는 댓글을 봤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인 지 나는 두려움이 빠진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쁜 의미는 아니다. 내가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손에 꼽는 순간에만 차올랐다 사라진다.


사랑에 빠지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는 모르겠다. 저는 사람을 오래 봐야 돼요, 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편이에요.라는 말이 여느 연애프로그램에서나 들리는 걸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른 것 같다.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사랑이 무엇인 지에 대해 정의하는 것에 대한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우의 사랑하는 나에게 사랑이 아니다. 진우는 선영이랑 어렸을 적 사귀었고, 선영이는 진우를 사랑했다고 한다. 진우는 그런 선영 앞에서 사랑만 남겨놓고 떠나가느냐, 얄미운 사랑.이라는 노래를 떠나가라 부르면서 88학번 희진선배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가을날 자신이 선영을 사랑했던 기억의 '영수증'이 없음을 깨닫고, 선영을 집으로 데려가 같이 자자며 옷을 벗긴다. 참고로 선영이는, 선영과 진우의 친구인 광수와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는 이제야 너를 사랑하게 됐다며 숨도 쉬지 않고 사랑해라는 세 글자를 열다섯 글자처럼 남발한다. 갑자기 술이 벌컥벌컥 들어가던 장면이었다. 진우는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던 거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쓰레기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진우의 사랑에 대한 다른 견해들이 있을까 궁금하다.


비슷하게 선영의 사랑도 그닥 사랑처럼 보이진 않는다. 유일하게 광수의 사랑이 내 관점에선 옳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까 하는 두려움. 책에서는 질투라고 표현하는데, 내 생각엔 질투는 너무 가벼운 표현이다. 광수는 울면서 토를 하고 진우를 때리고 몸을 부르르 떨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런 사랑 곁에는 확실한 사랑이 필요한데, 선영의 사랑은 그렇지 못하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제목도 역시나 드디어 날 사랑하게 되었구나라는 환희라기 보단, 무거운 의심이 깔려있는 대답이었던 것 같다.


도전은 근육이라던데 사랑도 비슷한 것 같다. 해볼수록 '사랑'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비단 사랑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나'에 대한 질문도 말이다.



’ 사랑이라니, 선영아.‘ 는 어떤 의미일까.

'사랑해'의 무게는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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