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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실이 Jan 05. 2024

애착유형. 그게 정말 중요한가?

연인간의 애착유형의 중요성. 회피형과 불안형의 만남.

이 글들을 쓰는 목적은 무엇일까? 단지 나의 스트레스 해소인가 아니면 나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었으면 하는 걸까?


글을 쓰면서 양가의 감정이 느껴진다. 미웠다가 그립고, 증오하다 안쓰럽고. 이 세상 모든 것에 흑과 백의 논리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특히 감정소모가 많이 필요한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모든 것이 회색빛이다. 흔히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무 자르듯 정리할 수 있냐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알고 있지만 그만큼 힘들 때의 시간은 매초가 느껴질 정도로 느리게 가고 행복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벌서 하루가 다 갔다고 느낀다. 글들을 쓰기 위해 난 좋고 아팠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과연 이게 이별을 극복하려는 당사자에게 좋은 행동일까? 오히려 회복 속도를 늦추는 건 아닐까? 그래도 글들을 쓰고 싶다. 지난 2년간의 연애가 내게 아픔만 주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아깝다.


애착유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건 2023년 8월이었다. 서서히 올리게 될 글들로 풀겠지만 이 시기에 난 정말 많이 무너져있었다. 정말 사랑했던 엑스와의 3개월의 이별 후 다시 재회했던 때라 마음에 혼란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러면서 알게 된 유튜브 영상에서 '나는 어떤 유형일까?'라는 영상을 시작으로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았고 이젠 헤어지게 된 엑스에게도 (이제부턴 편리상으로 C라고 칭하겠다)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테스트 결과 나는 불안형이었고 그는 회피형이었다.


난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핑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었고 내가 성공하고 좋은 사람이면 알아서 나에게 걸맞은 사람이 나타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안심하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된 첫 연애를 시작한 건 26살. 그때 만났던 남자는 2살 연하에 내가 바라던 직종은 아니었지만 다른 것들은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었다. 지금 되돌이켜보면 그 사람은 안정형 애착유형을 가졌었다. 그 사람과의 연애는 편안함과 평온함 그 자체였다. 만난 지 4개월 만에 롱디를 하게 된 우리는 미국이 넓다 보니 무려 3년을 비행기로 편도 4시간이 걸리는 거리에서 연애를 지속했다. 참 특이했던 게 그와의 연애에 있어선 불안감이나 걱정거리가 별로 없었다. 신뢰의 문제도 없었고 서로 마음을 놓을 수 있게 적당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믿음을 주었고 심지어 한 달에 많이 봤자 4일 정도였고, 전화는 일주일에 한 번 고작 한 시간 정도만 해도 전혀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 사람과의 연애가 끝난 건 나의 문제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만났던 남자 중 그가 가장 안정형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불안정 애착유형들은 안정형에게 많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불안정 유형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게 끌리는데 그게 영문으로는 Dance of Anxious and Avoidant Attachment Styles- 불안형과 회피형의 춤으로 불린다. 밑에 그림은 불안형-회피형의 춤을 사이클로서 표현했다. 어디서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절대 끊을 수 없는 사슬이나 마찬가지다.


- 정서적인 밸런스가 유지되거나 또는 화해/재회를 한다

- 시간이 흘러가면서 불안형은 상대방에게 가까이 가려 노력한다

- 회피형은 상대방이 가까이 오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하며 서서히 멀어진다

- 불안형은 상대가 멀어지는 것을 자각하며 그의 관심을 끄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서운함을 토론, 싸움 붙이기 등)

- 그로 인해 회피형은 극심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 그런 회피형을 보며 불안형은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자신의 불안함과 집착이 시작된다 (연락 등등)

- 회피형은 그런 불안형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숨을 쉴 것 같은 생존위협을 느끼게 되고 물리적으로 떨어지려고 한다

- 불안형은 그런 회피형이 영영 떠나버릴까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모든 것을 회피형에게 사죄하고 맞추겠다고 매달린다

-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혼란형 애착유형도 있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불안 또는 회피형에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29살에 끝난 연애 이후로 약간의 공백기를 가진 후 2살 연상의 남자를 만났다. 그는 내가 선호하는 직종을 가졌고 외적인 것도 나쁘지 않았으며 나에게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만난 지 겨우 한 달 만에 미래 계획을 설계하는 그의 모습에 나 또한 장기연애후 빨리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터라 그래, 연상이니까 좀 더 믿고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함께 동조했지만 결국 잠수이별을 당했다. 그와 했던 4개월의 짧은 연애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는 건 이해를 했지만 자꾸만 늦어지는 연락과 만남을 미루는 그의 모습에 나는 핸드폰과 밀착된 4개월을 보냈다. 아마도 난 그때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쉽게 불안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걸 조금 자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단언컨대, 이 남자는 지독한 회피형이었다.


잠수이별을 뒤로하고 거의 2주 만에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 이것을 보고 rebound relationship (리바운드  연애)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정신건강에 해롭다. 4살 연하의 의대생을 만나게 된 계기는 지난 연애에 대한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우고 싶어서 시작했다. 이 연하와의 연애 또한 장거리였다. 이번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됐지만 차로 편도 꼬박 4시간이나 걸렸다. 그런데 웃긴 건 늘 내가 그가 있는 지역으로 갔다. 그는 단 한 번도 내가 사는 지역에 오지 않았다. 왜? 공부할 게 너무 많다는 이유 하나로. 의과 3년 차였던 이 남자는 극심한 불안형이었다. 얼마나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수시로 카톡을 보내고 비디오톡을 걸며 내가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 꼭 전화를 걸며 누구누구와 있는지 알려달라며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땐 그게 애정인 줄 알았다. 아- 나를 정말 좋아하니까 이러는구나. 근데 생각해 보니 그를 만나러 갈 때마다 왜 그는 늘 집에서만 하는 데이트를 선호했을까. 우린 왜 밖에 안 나가지? 밖에 나가는 건 오로지 장을 보거나 아님 아주 간단한 테이크아웃을 가지러 나가기 위한 것이었지 연인들이 하는 그 흔한 산책이라던가 카페를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늘 공부해야 한다며 나와의 애정을 잠깐 나누고 다른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또 관심이 필요하면 와서 강아지처럼 행동하며 자기가 필요한 애정도를 채우고 또 공부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상한 촉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난 mbti가 INFJ다). 괜히 그의 인스타 팔로워에 어떤 여자 이름이 내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그와 만남을 유지하면서 점점 날 혼자 두고 밤늦게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아침이 될 때까지 들어오지 않는 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의심이 쌓여갔지만 물증은 없어 걱정을 하며 내가 사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 내 박사학위를 마무리하고 있던 어느 날 아침부터 일찍 전화를 love bombing (애정폭탄)을 마구마구 하며 언제 또 올 거냐 너무 보고 싶다 못 견디겠다는 말을 하며 서로의 전화를 끊고 하루를 즐겼다. 그러다 그날 저녁 갑자기 비디오톡을 걸더니, "나 못하겠어. 우리 헤어져. 너 때문에 날 희생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했다. 이게 무슨 날벼락? 난 무방비 상태에서 이별을 겨우 핸드폰 따위로 통보받았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그에게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다.


"난 이제 곧 전공의를 해야 하는데 너랑 난 장거리고 너 때문에 내가 전문의를 하고 싶은 곳을 지원하지 못하게 되면 난 널 평생 원망할 것 같다.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잘해준 건 맞지만 너무 잘해줘서 문제다. 좀 이기적이게 살아봐." 라며 비디오톡을 일방적으로 끝냈다.


살다 살다 저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저렇게 무례한 이별 통보를 받아본 적도 없다. 꼬박 일주일 동안 겨우 물만 마시면서 지내다 내 생일이 되었을 때 나에게 카톡으로 생일 축하한다며 메시지를 보낸 후 끝이었다. 나도 혼란스러웠고 아팠지만 일주일정도 지내다 보니 냉정해지면서 덤덤하게 이별을 받아들였다. 웬걸. 그의 인스타에 바로 사진이 업데이트되었는데 내 촉발동을 걸었던 여자와 뽀뽀하는 사진을 덩그러니 올렸다. 그걸로 정말 끝이었다. 환승이별. 넌 최악이었어 라며 그 연애의 끝을 냈다.




반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난 32살이 되었다. 조교수로서 시작한 지 4개월의 시간이 흐른 때라 바쁘기도 했고 새로운 지역에 적응하려고 하니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 첫 글에서도 썼듯이 미국에선 소개팅 어플을 쓰는 게 대부분이라 내 모든 연애는 어플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물론 미친놈도 많고 가벼운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멀쩡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 있었다. 내 주변 친구들도 성공적으로 만나서 결혼까지도 이어진 케이스가 많았었다. 환승이별을 선물해 준 그놈 이후로 그 당시 내가 있던 지역에서 조교수로 임용된 지역으로 이사 가기 전에 잠시 소개팅 어플을 켰었다. 내가 이사 갈 지역은 한인이 없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주변 큰 대도시에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소개팅 어플 거리설정을 나에게 좀 더 유리하게 두어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해 이틀정도 무의미하게 왼쪽 그리고 오른쪽으로 남자 프로필들을 넘겼었다. 그중에서 어떤 남자의 프로필이 떴는데 한국사람이었고 생김새도 남자다웠으며 호감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나 해볼까 하는 마음에 like를 먼저 보냈고 머지않아 연결이 되었다. 하지만 소개팅 어플에 최단점은 매칭이 되었더라도 이야기로 또는 직접 만남으로 이어지는 건 거의 5%밖에 안된다. 그와 매칭은 되었지만 대화는 주고받지 않아서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4개월이 흐른 2021년 11월에 다른 소개팅 어플을 설치하자마자 제일 먼저 나에게 like를 보낸 사람이 그였다. 그는 C였다. 난 단번에 그를 알아챘다. 꽤나 잊기 어려운 얼굴이었으며 그에겐 특징적인 외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부러 모르는 채 하며 그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빠른 시일 안에 그와 직접 만나 첫 데이트를 했다. 첫 데이트 때 난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저 기억하시죠? 다른 앱에서 매칭됐었는데." 하니 그가 마치 그걸 내가 기억할 줄 몰랐다는 듯 어쩔 줄 모르며 자신이 왜 대화를 시작하지 않은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코로나가 한창 터졌던 때라 자기가 포닥 (post doc)을 하기 전 잠깐 한국에 돌아갔던 시기에 나와 매칭이 되어서 이렇게나 먼 거리에 있는 여자가 날 like 했다고? 잘못 누른 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넘겼지만 요 근래에 다시 보니 내가 자기가 있는 지역에 가까워서 설마 날 기억할까 하는 마음에 이번엔 자신이 like를 눌렀다고 털어놓았다. 나름의 해프닝이라 생각하며 웃으며 넘어갔고 정식적으로 연애를 하는 동안 우리는 그때의 기억을 가끔 떠올릴 때면 엄청 웃곤 했다.


C는 굉장히 자기 신념이 강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나왔을 때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5살부터 한국으로 돌아가 국제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에 나와 생활했다. 대학교 때부터 자신 스스로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기에 부모님에게 경제적인걸 기대지 않았기에 그런 모습에서 남자다움도 느껴졌고 자기 생활을 능동적이며 관리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난 mbti를 맹신하진 않지만 그는 INTJ였고 난 INFJ였기에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달랐기에 대화를 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모습과 닮고 싶은 모습을 그가 가지고 있었고 그 역시 또한 나에 대해서 똑같이 생각했다. 처음 1년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고 달콤하기만 했다. 그 흔한 싸움이나 갈등조차 한번 없었고 서로를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며 실컷 사랑만 했다. 그가 나에게 써준 손 편지가 몇 되지 않지만 그중에 나에게 처음으로 써준 생일카드에 적혀 있던 문구 중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난 우리가 너무 좋아.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 관계가 발전되는 게 참 좋아. 흔한 드라마에 일어나는 일들이 없는 게 좋아."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땐 몰랐다.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일이 그 어느 아침 막장 드라마보다 더 임팩트가 있을 거란 걸.


2022년 말에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결심했고 우선 양가 부모님에게 교제 사실과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 각자 서로의 부모님에게 알려드리기로 했다. 내 부모님은 이미 C를 몇 번 보셨던지라 너희 둘이 좋다면 축복 속에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기를 바라신다며 축복해 주셨다. 하지만 관건은 C의 부모님이었다 (이건 다음편부터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2023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까지 우리를 괴롭혔던 결혼반대는 그와 나의 애착유형을 적나라게 드러나게 했다. 난 극심한 불안형이 돼버렸고 그는 극심한 회피형이 돼버렸다. 그는 아직도 그가 "극심한" 회피형이란 걸 인정하고 싶진 않을 테지만 (회피적인 성향이 있다곤 인정했다. 테스트 결과도 그렇게 나왔으니) 난 우리의 관계를 힘들게 하고 깨져버리게 한 것이 1차원적으로는 그의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였지만 2차적으로는 그의 회피성향이라고 생각한다. C를 통해서 내가 느낀 회피형 성향은 이렇다 (성별에 상관없음):


-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쉽게 가는 길이 좋음

- 갈등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 사람을 믿지 않는다

-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 속내를 표현하지 않기에 상대방에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통보의 연속이 많다

- 스스로가 정서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편해한다

- 생존본능에 집착한다

- 자신의 영역이나 시간에 누군가 침범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 초반에는 상대방에게 너무나 잘 맞춰주며 많은 사랑을 퍼붓는다

-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속마음을 털어놓으려면 상대방이 충분한 신뢰가 가는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 버림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배신이나 떠날까 봐 두려워한다

- 상대가 서운하거나 불만을 느끼는 것을 털어놓을 때 말을 잘 들어주고 노력은 해보지만 결국엔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

- 나는 나. 너는 너.

- 애정하는 상대방 또는 가족이 경계선을 침범하려는 것 같으면 후퇴하거나 선을 넘지 말라며 더 굵게 선을 긋기 시작한다

- 아무리 사랑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할 것 같으면 이건 못할 짓이라 생각하며 포기한다

- 후회는 하더라도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 자존심이 세다 (자존감은 낮다)

- 이기적인 성향이 크다 (물론 이건 누군가 정서적으로 나에게 자꾸 가까워지려 할수록 어렸을 때부터의 트라우마가 트리거가 되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라는 생각이 들기에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항상 우선수위로 둔다)


대부분의 성인 애착유형은 연애를 할 때 또는 결혼을 한 후에 드러난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99.9%는 유아기에 이미 다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육아프로나 정신건강의학 선생님들이 나와서 하는 상담 프로그램들을 보면 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애착유형"이다. 불안형들은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환경에 자라났으며, 가장 큰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는 부모의 "일관성 없는" 태도 때문이다. 하루는 사랑을 퍼부어주다가 잠깐의 실수 때문에 불같이 화를 내고 벌을 주는 모습에서 비롯된 감정이 불안형을 만든다. 회피형은 그 반대다. 아이가 울고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방치하거나 외면했을 때 아이는 한참 울다가 아, 내가 이렇게 울어도 내 부모 또는 보호자들은 날 돌보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난 혼자서 슬픔을 덜어내야 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며 애정을 그들에게 서가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찾아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불안정 애착이 안정으로 기울 수도 있고, 안정형이 불안정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 연애에서 난 안정형에 가까웠고, 두 번째엔 불안형, 세 번째엔 상대방이 극심한 불안형이었기에 다시 난 안정형이었고, C와는 안정형이었다가 갈등의 순간이 닥친 후 불안형으로 다시 변했다. 다음부턴 C와의 관계에서 내가 겪게 된 일들과 나름 배웠던 사람과의 관계, 애착유형, 그리고 가족들이 성인 남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글로 풀려고 한다.


불안정 애착유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내가 이런 유형이란 걸 자각하고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안정형으로 기우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바뀌기 쉽지 않지만 먼 미래를 두고 봤을 때 내가 이런 식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건 옳지 않구나, 건강하지 않구나, 나는걸 자각했다면 첫 발걸음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니 성공에 가까워진 것이다. 완벽한 안정형이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를 알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성인들이 돼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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