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었다옹
산모퉁이 돌아 삼태기처럼 마을을 싸안은 기슭 아래 어둠을 툭툭 털어내면 그 안에 씨앗처럼 반짝이는 몇 개의 불빛
창 밖으로 도란도란 흘러나오는 웃음소리 들으며 기와지붕의 뒷덜미 따스하게 만져주거나 아직도 어느 먼 곳에서 돌아오지 못한 지친 걸음의 한 사람을 기다리다 늙은 등불
도시를 빠져나와, 정작 필요한 몇 사람을 위해 겨울이면 겨울나무의 모습을 하고 저 있을 곳에 서 있는, 정겨워서 강 건너 이쪽에서도 언 손을 녹일 것 같은 착한 불빛
2024.6.18. 빛은 언제나 다른 얼굴로 우리를 비추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