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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식당」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아이들 명절날처럼 좋아한다.

뜨락이 들썩 술래잡기, 숨박꼭질.

퇴 우에 재깔대는 소리, 깨득거리는 소리.


어른들 잔칫날처럼 흥성거린다.

정주문, 큰방문 연송 여닫으며 들고 나고

정주에, 큰방에 웃음이 터진다.


먹고 사는 시름 없이 행복하며

그 마음들 이대도록 평안하구나.

새로운 둥지의 사랑에 취하였으매

그 마음들 이대도록 즐거웁구나.


아이들 바구니, 바구니 캐는 달래

다 같이 한부엌으로 들여오고,

아낙네들 아끼여 갓 헐은 김치

아쉬움 모르고 한식상에 올려놓는다.


왕가마들에 밥을 짓고 국은 끓어

하루 일 끝난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그 냄새 참으로 구수하고 은근하고 한없이 깊구나

성실한 근로의 자랑 속에…


밭 갈던 아바이, 감자 심던 어머이

최뚝에 송아지와 놀던 어린것들,

그리고 탁아소에서 돌아온 갓난것들도

둘레둘레 둘려놓인 공동 식탁 우에,

한없이 아름다운 공산주의의 노을이 비낀다.




2025.10.21. 이제는 빛바랜 이념마저도 한때는 따사로운 일상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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