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이 비트코인으로 앞다투어 몰려온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 자금세탁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조 달러 단위의 자산을 굴리는 거물 헤지펀드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2017년에 한 말이다.
“비트코인은 금융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똑같은 사람이 한 말이다. 다만 올해 7월에 말했을 뿐.
이 시기에 그가 이끄는 블랙록을 포함해서 위즈덤트리, 아크 인베스트먼트 & 21셰어즈, 발키리, 반에크 등 여러 자산운용사가 한꺼번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조금 이상하다. 블랙록이 ETF 신청하기 전후 인과관계를 살펴보자.
(1). 신청 전 일주일 사이 SEC가 여러 알트코인을 “증권”이라고 규정하면서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를 기소했다. -> 메이저 알트코인들 평균 20% 이상 폭락.
(2).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셀시우스가 자신들의 알트코인 자금을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전환할 수 있게 법원에 신청을 넣었다. (7월 1일 승인)
(3). 피델리티는 기존 암호화폐 자산운용 강자였던 그레이스케일을 인수합병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4). 기관들이 직접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EDXM 기관 전용 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규제 명확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BTC, ETH, LTC, BCH만 거래지원.
(5). 홍콩, 6월부터 가상자산 시장 개방, 암호화폐 트레이더 및 라이선스 운영 등 실시. -> 홍콩 쪽으로 기관과 인재가 몰리고 있다.
(6). 제롬 파월, “우리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화폐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
이제부터 이 인과관계들을 종합하면 아래의 그럴듯한 가설이 생긴다.
[전통 금융 세력과 미 규제 당국은 현재 암호화폐 생태계의 주도권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SEC의장을 맡고 있는 개리 겐슬러는 원래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골드만삭스의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블랙록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규제 당국과 전통 금융 강자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지평선이 열린다.
작년과 올해에 이은 긴 암호화폐 하락장에는 크고 작은 신종 금융 세력이라고 불리는 VC들과 암호화폐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전통 금융 세력은 올가미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쓰러진 기업들을 인수하고, 세력을 키우려는 큰 거래소들과 암호화폐들에 법적 시비를 걸면서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사업에 늦게 뛰어들어도 괜찮다. 상대가 강하다면 규칙을 바꾸면 그만이니 말이다.
예상 이상으로 커져 버린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도권을 찾으려면 신흥 강자들을 견제하고 공격으로 가격을 조정해서 낮은 가격에 매수를 하면 된다.
다만 이 작업이 예정보다 조금 급하게 진행된 감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바로 홍콩 때문이다. 홍콩은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의 “자본주의 실험장”이다.
그만큼 중국의 거대 자본이 홍콩으로 밀려 들어온다. 중국은 자국 내의 국민들에게는 코인을 못 하게 하지만 홍콩에서의 움직임은 발 빠르다.
적절한 규제와 지원을 통해 글로벌 암호화폐 허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움직임을 미국이 놓칠 리가 없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심과 애매한 증권법에 질린 기관들이 미국을 떠나기 시작했을 때, 미국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관들만 거래할 수 있는 EDXM 거래소를 런칭하고, 블랙록을 필두로 여러 기업이 갑자기 현물 비트코인 ETF 신청을 넣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과의 지정학적인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술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화와 경쟁 과정에서 우리가 알 수 없는 여러 인과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의 움직임이 곧장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할 수 없다.
여러 사건이 일어남과 동시에 코인들이 일시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쩌면 현물 ETF가 거절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생태계는 국가와 기업들이 경쟁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시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할 때 단기적인 상승과 하락은 의미가 없어진다.
새로운 경제 질서에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질서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