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평회

(에피소드 2)

by Elara

‘품’은 윗옷의 겨드랑이 밑의 가슴과 등을 두르는 부분의 넓이. 두 팔을 벌려서 안을 때의 가슴을 의미한다.

“엄마! 오늘도 친구랑 싸웠어!”

“여보! 오늘 회사에 제품 불량이 생겨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어!”

“딸! 엄마가 오늘 아파서 병원을 다녀왔는데......”

“선생님! 00이가 제 말 안 들어줘요.”

나의 품은 항상 문전성시다. 나의 품에 들어왔다 나가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자신의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모양, 크기, 온도를 달리하여 나는 오늘도 마음 한켠을 내어준다.

나의 품이 좁은 하루가 있었다. 스스로 그 좁음을 느낀터라 아침부터 나의 마음의 자리가 좁은 날이라고 경고장을 날리니 남편이 맞장구친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이다. 꼭 이런 날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품안의 자식이 있다.

일어나자마자 반찬 투정으로 나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엄마! 간은 하는 거지?”

남편은 아이에게 슬쩍 눈치를 준다. 하지만 그 품안의 자식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2차 공격을 한다.

“엄마! 나랑 이야기하기 싫어? 표정이 왜 그래?”

나의 품의 크기는 좁디 좁아지고 있었으며, 온도는 올라 갈 때까지 올라가 부글부글 거리고 있었다.

딸과 함께 숙제를 같이 하면 폭발할 위험이 있어 남편에게 아이의 숙제를 봐주라고 했다. 의욕이 앞선 아빠가 버거웠는지 그녀가 방에서 뛰쳐나와 데굴데굴 구르며 나에게 안아달라고 한다. 나는 힘겹지만 말없이 아이를 안는다.

“(한참을 안고나서) 이제 좀 풀려?”

“아빠가 또 힘들게 해!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계속 외우라고 해!”

“아빠랑 다시 힘내서 해봐! 할 수 있어”

“좀 더 안고 있을래! 엄마랑 안고 있는게 좋아!”

“엄마 품이 왜 좋아?”

“그냥 좋아! 따뜻해!”

나는 갑자기 그날이 떠올랐다. 아이가 느낀 그 품안의 따뜻함을 내가 느낀 그날을..

“따르르릉!”

어느 날 남편에게 병상에 계시던 시아버님이 매우 위독하다는 전화가 왔다.

“빨리 준비해!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 서둘러서 가야 해!” 하지만, 5살 된 딸은 영문도 모른 채 뭉그적대며 내 마음의 속도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당탕탕! 으아아앙” 바쁜 마음에 서두르다 딸이 소중하게 만들어 놓은 블록이 나의 발에 부딪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대성통곡하는 딸의 속상한 마음을 품어주지 못한 채 차에 태워 병원으로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한 목적지가 낯설다. ‘여긴 어디지?’

맙소사! 바쁜 마음에 네비게이션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탓에 아버님이 계신 병원에서 20분 떨어진 엉뚱한 곳에 와버렸다

다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차 안에서 딸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

“엄마! 사과해!” 아까 내 블록 무너뜨렸잖아!“

”다시 만들면 돼!“

”다시 못해! 그 모양 그대로 못 만들어! 당장 물어내!“

울면서 사과하라고 하는 딸, 꽉 막힌 좁은 도로 위의 나.

내 품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모양은 뾰족해지고 있었다.

드디어 병원에 도착해 중환자실로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에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아버님께서 소천하셨단다.

‘늦어서 죄송해요. 저 왔어요. 제발 눈 좀 떠보세요.’

아버님의 손을 잡고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아팠다.

“엄마! 슬퍼? 할아버지 하늘나라 가서 많이 슬퍼? 나한테 기대서 울어도 돼.” 하며 5살 아이는 작디 작은 자신의 품을 기어이 내어준다. 마음껏 울어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위로에 나는 그렇게 한참동안 슬픔을 쏟아냈다. 그 품은 나를 온전히 담을 만큼 넓었다. 온몸으로 느낀 그 따스함은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아직도 나에게 전해진다.

그 날 내가 느낀 그 품에 대한 느낌을 딸에게 전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기억 저 편의 엄마 품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는 서로가 느꼈던 가장 따뜻했던 품의 온기를 나눴다.


오늘 나의 품은 어떠한가? 누군가를 품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의 품은 넓디 넓다. 오늘은 다 드루와~


-에필로그-

남에게 내어주는 품을 나에게 내어 준 적이 있는가? 진정한 지혜는 ‘나를 먼저 채운 뒤 흘러 넘치는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나를 먼저 품고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는 마음의 공간(품) 디자인해야겠다.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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