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관계의 심리

친밀감과 거리감 사이, 마음이 흐르는 자리


주변에 보면 친하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안 친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친구가 있다.


연락을 자주 하고 수시로 만나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아는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대감이 없는 건 아니다. 싫지도 너무 좋지도 않은데 묘하게 끊어지지는 않고, 알게 모르게 어색함이 돈다. 그러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더 가까워질 듯 말 듯 은근히 유지되는 친구가 있다. 심리적으로 보면 친밀감과 거리감 사이 그 어딘가에 머무는 느슨한 연결에 가까운 관계다. 굳이 친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그래서 더욱 정의하기 어려운 우정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마음의 거리가 점 점 멀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마치 그곳에 가면 버스 정류장이 그대로 있는 것처럼, 익숙함이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연락을 꾸준히 하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고, 가끔 통화해도 변명할 필요가 없다. 서로의 삶을 깊이 파고들거나 속내를 털어놓지 않아도 크게 서운해할 이유가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실망할 일이나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도 적다. 그렇다고 일부러 경계하거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삶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것뿐이다.



유니버설 웨이트 마이너 아르카나 2번 컵: 서로존중


마치 타로 2번 컵 카드의 두 명의 인물이 서로를 같은 각도에서 바라보듯, 마음의 중간에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교류하며, 부담 없이 이어지는 감정적 연결과 조화가 흐른다. 오행(五行)에서의 수(水)처럼, 마음에 가식이 없이 맑고 유연하게 흐르며, 서로의 감정의 리듬을 존중하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오행 중 수기운: 마음의 유연한 흐름



누군가와 밀착되고 서로의 많은 면을 알아야 의미 있는 사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의 미묘한 리듬에는 더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친한 정도에 무게를 두지 않아도 곁에서 머무는 사람들을 제삼자에게 소개할 때 “제 친한 친구예요. 제 베스트 프렌드예요.”라고 하기엔 거리감이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삶의 동선 속에 고요히 존재하는 인연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