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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있을없을무 Dec 12. 2023

7. 권태인 걸까?

여행을 다녀오다

강릉으로, 5성급 호텔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차로 4시간이나 걸리는 강릉을요. 5성급 호텔 이용권을 저렴하게 구했거든요. 방도 넓고, 조명이 둘러진 트리도 예쁘고, 깔끔한 로비에, 푹신한 침대까지,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더군요. 석식도 너무 맛있었고요. 심지어 저는 밥보다 잠을 먼저 택하는 사람인데, 조식을 먹고 싶어서 잠에서 깰 정도였습니다. 


숙박객의 나이는 다양했어요. 젊은 커플부터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까지요. 저도 돈을 많이 벌어서 1년에 한 번은 이런 좋은 호텔에서 쉬고, 석식과 조식을 먹는 삶을 살고 싶어 졌어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바깥이나 바다를 보면 감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이 느껴진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따뜻하고 맛있는 실내는 행복했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어쩌면 저는 우울증이 아닌 걸까요?



아르떼뮤지엄

강릉에는 아르떼뮤지엄이 있더군요. 저는 아르떼뮤지엄을 처음 가봤어요. 미디어 아트로 만나는 자연과 온갖 환상의 동물들이 제 머리를 마구 자극했습니다. 머릿속에서 환상의 나라 세계관이 펼쳐지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동행을 위해 신기한 척했지만 나중에는 제가 이곳저곳을 가고 싶어서 들떴습니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미'였어요.


저에 대해 의심이 들더군요. "나 정말 우울증 맞나?" 이렇게나 조식을 먹고 싶어 하고, 호텔을 즐기고, 미디어 아트 전시를 즐기는데? 어쩌면 저는 그간 너무 비슷한 생활을 해서 우울이 아니라 권태를 느끼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요?



서류 통과

그러나 또 막상 일상으로 복귀하니 힘이 쭉 빠지더군요. 오전엔 할 일이 많아 아무 생각할 정신도 없었지만 점심시간부터는 오후를 어떻게 버티나, 기운이 빠졌습니다. 일을 해도 재미가 없고.. 재미가.. 재미가....

법정 스님이 인생은 원래 재미가 없는 것이고, 재미만 찾으면 결국 마약 같은 중독성 있는 것에 빠지기 쉽다고, 건강한 재미를 찾으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앉아있는 지금은 재미가 없는걸요.


그런데 방금 힘을 하나 얻었어요. 지원한 회사의 서류를 통과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공부! 공부해야죠! 오늘 빠진 힘, 다시 채우면서 공부를 하면 되겠군요! 기운 내자! 아자!


*오늘 브런치 정말 두서없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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