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비된화살 Jun 12. 2024

아프니까 이혼이다

잘 지내고 있지?



잘 지내고 있어요?

거기 아직 잘 다니고 있지요?


요 근래

전 직장과 관련된 사람으로부터 다섯 번이나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부인(또는 전남편)을 엑스와이프(엑스허즈밴드)라고 얘기하니

나는 엑스 직장이라고 해야 할까?




질문 중 두 명은 옮긴 직장에 아직도(?) 잘 다니고 있냐는 질문이었고,

나머지 질문은 나의 전 직장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전달하는 험담이다.


제일 곤란하고 답답한 것은 (전 직장의 원장에게) 선은 이렇고 후는 이러니

그렇게 운영하는 거보다는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을 전달하라는

어이없는 부탁이었다.




무시했다.

내가 그럴 이유도 그러고 싶지도 않으니까...




MBN에서 방영하는 <돌싱글즈>라는 프로를 가능한 챙겨본다.

시즌1 때부터 차곡차곡 봤던 거 같다.




여러 연예 프로그램이 있지만 유독 <돌싱글즈>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들의 '용기'와 '이겨냄'을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괜찮은 돌싱이 그들만의 아픈 이혼 스토리를 이겨내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에 없던 쓴맛을 보며 가슴 한편에 크던 작던 작은 돌덩이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우리는 그렇게 돌덩이 하나쯤 가지고 살고 있지 않던가




24년 봄 tvn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눈물의 여왕 12화를 보면서

펑펑 울던 일이 갑자기 생각났다.




극 중 용두리마을의

순박한 청년으로 나오는

김영민(영송 역)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김정난(홍범자 역)을 향해 말한다. 


tvn <눈물의 여왕> 12화 중

                                                           

사람들은 각자 안고 가야 하는 돌멩이들이 있어요
세상 편해 보이는 사람 주머니에도 자기만의 무거운 돌멩이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누구 부러워할 것도 그리고 자책할 것도 없어요



지금의 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나 혼자만의 아픔이라고 슬퍼하기엔 각자의 돌덩이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아픈 사람이 많다.


그러니 너무 과하게 아픔을 확대 해석할 일도 슬픔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릴 필요도 없다.


아프니까 이혼이고.

살아있으니까 아픈 것일 테니...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부단히 살아내느라 애쓰며 

크고 작은 돌덩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감내하며 고군 분투하는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생이 다 끝난 거 같아서 

주저앉아 울고만 있기엔

아직도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



작가의 이전글 개나리꽃 필 무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