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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Jan 07. 2024

오늘도 퇴근 후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도서관 입문기[사진출처 준비된 화살}

준비 없이 2024년이 다가왔다.


새해 첫 출근을 니 교직원 몇은 휴가 기간이고 나머지는 결석한 아이들로 인해 한산한 교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눈다.


아 이때다. 

새해 계획을 세울 시기


그런데 순간 마음이 허 하다.

왤까? 이유를 자니 명확히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뭔가 해야 하는데 모티베이션이 되지 않는 달까?


전화가 왔다. 

이원장이다.

같이 진행하기로 했던 A어린이집 컨설팅(어린이집 운영전반을 점검해 주며 상담하는 프로그램)이 취소 됐다며 아쉬워했다.


일로 만나더라도 설레는 사이가 동성으로써 가능할까?


Yes!


그걸 알게 된 건 50이 훌쩍 넘어서였다.

매력적인 남성을 만나야만 생겼던 울렁증은 이젠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물론 그 설렘의 종류는 서로 다른 것이지만)


만나면 일도 하면서 이런저런 수다도 떨라고 했는데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우리가 일하려고 만나는지 놀려고 만나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깔깔 대고 웃었다.


잠깐의 웃음을 뒤로하고 

넋두리를 늘어놨다


그런데 말이야 준비도 없이 새해가 성큼 다가와서 너무 당황스러워!


새해, 새 마음, 새 출발! 이런 슬로건이 나의 마음을 유난히 무겁게 했다.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원장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같이 도서관엘 가자며 퇴근 후 보자고는 전활 끊었다.


사실 그녀는 벌써 두어 번 도서관 이야기를 내게 슬쩍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시군구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시립도서관의 매력에 빠진 게 분명하다.

무기력하고 심심한 개인의 일상을 리프레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게 확실하다.


도서관에 가는 게 얼마 만인지 곰곰이 회상해 봤다.

음...... 

생각나지 않는다.


일을 마무리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주차를 하고 도서관 1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집에 초대한 사람을 맞이하듯 자연스럽게 큰 데스크 앞 의자 언저리에서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날 향해 방긋 웃으며 반겼다.


자!

지금부터 도서관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합시다.


1층 어린이 도서관엔 다양한 모양, 크기, 디자인, 내용의 그림책들이 즐비했다.

푹신하진 않지만 아이들이 제법 흥미를 가질만한 연둣빛 동그란 의자도 편안해 보였다.


2층으로 올라가니 칸막이가 되어 있는 책상들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별다방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큰 통창 너머로 캄캄한 가로수를 희미하게 비추는 불빛이 보였다.

밖을 바라볼 수 있는 높고 긴 책상과 의자가 대여섯 개 놓여 있었다.


이렇게 사서 아닌 사서 같은(?) 이원장의 도서관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안내데스크에 가서 내 이름을 말하고 회원여부를 확인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도서관 회원가입을 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원가입이 되어 있지 않으니 카카오톡으로 가입을 한 후 오라는 답변을 들었다.


책상에 앉아 차분히 이원장의 오리엔테이션 2부는 또 시작됐다.

 

1. 카카오톡을 열고 **시 도서관을 검색한 후 채널추가를 한다.
2. 채널 추가 후 도서관 챗봇의 안내에 따라 본인회원증 터치 후 로그인(아이디와 비번을 설정한 후 입력)한다.
3. 짜잔 회원증(바코드)이 뜬다.
4. 안내데스크에 가서 등록을 한다.
5. 회원증과 함께 책을 대여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다.


회원가입을 하였다면, 책을 고른 후 자가 대출기에 책을 올리고 대출 버튼을 누르면 끝 [ 사진출처 준비된 화살]




이상하다... 분명히 이 도서관에 회원등록했었는데...

아! 생각났다.


벌써 15년 전이었다.

40세를 앞둔 어느 날, 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가? 그날도 마음이 허했더랬다.

내 인생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대충 그런 생각 끝에 도서관을 찾았던 거 같다.


그때와 지금의 도서관 시스템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진화되어 있었다.


2024년을 맞이하며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

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새로운 것을 꼭 해야만 할 거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공허했다.


겉으론 센척하느라 뭘 하지 않아도 난 성장하고 있다고 부르짖었지만

실상은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 막막해오기 시작했었나 보다.

 

도서관 입문을 시작으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나만의 무인도를 발견한 듯했다.

책 읽고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한 듯

들떴다.


나는 그렇게

퇴근 후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무인도 그리고  아지트와의 비밀스러운 연애

사랑스러운 여행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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