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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빛 Jul 28. 2023

시골 학교 삼남매

서울토박이 엄마와 자연 속에서 자라나는 감성 가득 창의적인 아이들의 일상

  하,빛,율 삼남매는 모두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

첫째는 전주 살때, 둘째는 제주 살때, 막내는 고흥에서 태어나 6년째 자라나고 있다.

양을 돌보는 둘째 '빛'이의 만냥짜리 미소가 눈부시도록 이쁘다.

  전주에서 시작된 신혼 생활은 잦은 이사를 거쳐 전남 땅끝 고흥에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들의 엄마인 나는 사실 서울토박이다.

순천이 고향이지만 시골 환경에 익숙한 신랑을 따라 전남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서울의 전철을 타면 길잃은 양 마냥 두리번 두리번 하는 신랑을 보며 내가 시골에 적응하는게 빠르겠다 싶었고, 사실은 이사 다닐때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막달이거나, 신생아였던 터라 신랑의 의지대로 따랐던 시기였다. 세 번의 배부름과 꺼짐을 경험하며, 늘어난 몸무게는 그대로인채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그렇게 희생해야해! 라고 알고 시작했다면 못했을 일. 그저 아이들이 이뻐서. 생명이 너무 귀해서. 모르는게 약으로 시작되었다 여까지 왔네.


 그렇게 나에겐 흘러온 고흥. 자연친화적이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도록 사방은 푸르딩딩하고 초록에 눈이 부시다. 하늘은 푸르르고, 구름은 몽실몽실 뭉게뭉게 양털같고, 해질 무렵이면 붉게, 뻘겋게, 불그스름하게 물이든다. 도시민이 일부러 찾아와서 보는 풍경을 날마다 감상하려니 감개무량해야 하는데, 가끔은 연극도 보러가고 싶고 박물관도 더 많았으면 하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아쉽기도 하다.  

  

   자의반 타의반 제2의 고향 삼아 고흥에 살어리랏다. 이제 아이들은 초등학생. 이동이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둘째의 조기 입학을 거쳐, 막내의 조기입학을 치르면(!) 이제 유딩은 탈출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엄마들이 더 바빠진다는데, 나도 그런 책들을 잠시 읽긴 했었는데, 고흥 남양면에서는 그런것 따윈 필요가 없다.   

  시골의 작은 학교인지라 지원이 많다보니 부모가 챙겨야할 것들은 줄어든다. 신학기 준비물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준비해주시고, 심지어 신상 가방 선물을 주기도 하시니 거의 실내화만 챙기면 되는 상황이다.


   둘째가 조기입학을 하게 된것은 당연 시골의 작은학교였기에 결정한 일이었다. 아이의 발달이 빠른 편이기도 했지만, 과외나 다름 없는 인원인 덕에 담임 선생님의 역할을 믿기도 했었다. 친구가 많은 것에 학교 결정의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작은 학교의 장점은 참 많다. 방과후 수업의 경우, 전교생이 다양하게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미술,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로봇과학 등 다양한 수업이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아이들이 일찍 끝나는 날이 있어서 애태울 일도 없고, 항상 4시반에 집에오는 것은 엄마인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아이 셋의 월~금의 등하교 시간이 일정하다보니, 나의 직업이나 일에 있어서도 일정한 계획을 세울 수 있어 만족스럽다. 내가 데려다주거나 기다리는일 없이, 아침마다 에듀택시가 아이들을 태우러 오고, 또 데려다 준다. 주변 시에 사는 엄마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에듀택시나 핸드폰 제공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놀라워한다. 아이들이 입학하면 안전지킴이 역할로써 핸드폰이 제공되고 요금 또한 학교에서 내주신다.


   이처럼 혜택이 많음에도, 부모의 일자리 문제나 주거 문제로 거주나 전학을 오기까진 어렵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도 마을의 부모님댁에 함께 살다가 농장 옆의 임시거처에 머문지 벌써 3년째다. 시골의 빈집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는 계속 나오지만 해결하려는 기미는 안보인다. 내놓는 빈집을 기다리던 우리 다섯 식구는 계속 컨테이너에 머물며 빚내서 집 지어야하나, 빚도 아무나 안내주는데, 아파트도 아닌 주택 짓겠다는데 얼마나 빌려줄까도 싶고, 살만한 빈집은 도시 사는 자녀분들이 안판다 하니, 다른 혜택이 많아도 주거 결핍에 따른 삶의 만족도는 많이 떨어진다.


   사방팔방 나무고 풀이지만,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없고, 아이들이 뛰어놀 자연은 있지만, 동네 놀이터는 없다. 미끄럼틀이나 그네 등이 있는 놀이터는 차를 타고 학교에 가야지만 있다.


   순천에 차를 타고 나가면, 한동안 막내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아파트 단지 아래의 놀이터를 보며 마음이 혹 했던 모양이다.


   어느날 "율아, 왜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니,

  "키즈카페가 있잖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밖의 놀이터를 보아하니, 실내에는 커다란 미끄럼틀과 방방이가 있는 키즈카페가 있을거란 상상을 했던가 보다. 이제는 그게 아닌걸 알고, 우리집이 최고야, 고흥이 좋아! 하지만, 엄마인 내가 정작 도시의 때를 못 벗고 있다. 서울도 고향인데, 그리워해도 되잖아! 책이나 다큐를 보면서, 메일로 오는 미술관의 소식을 읽으면서 그나마 마음을 달래본다.


   고흥에 산지 얼마 안되었을때, 광양에 LF몰이 생겼다. 그리고 조금 지나 역시 광양에 전남도립미술관이 생겼다. 모두 순천과 인접한 위치여서 고흥 초입에 사는 내가 가기에도 40분 거리이니 행복하다.


   마냥 자연만 보면서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난 그렇지 못해서 가끔 슬프다. 미술 전공자라서 그래!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그래! 라고 핑계를 대본다.

  

  대형몰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마는, 나는 어쩌다 너무 푸르른 사방이 어지러우면 반대로 넓은 실내에 가서 무언갈 본다.


   비교가 가능한 무언갈 탐색한다.

   그렇게 숨통이 트인다.



2023.7.27.고흥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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