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오후 늦게서야 집을 나섰다. 하,빛,율과 함께 고민하다 들린곳은 보성 녹차밭!
집에서 35분 정도 차로 달리면 도착인데, 중간에 제한속도 80 도로가 길게 있는 탓에 약간은 답답한 마음으로 주욱 달려야한다. 광주갈때도 이렇던데, 광주 고흥 간에 왕래하지 말란건가 오갈때마다 화도 나고 지루하고 답답하다.
어찌되었든, 오늘은 어디를 가지? 하는 고민은 오늘 저녁 뭐 먹지?처럼 늘 따라다니며 즐거움을 찾기 위한 괴로움을 주곤 하는데, 실갱이 끝에 울 3학년 아들은 엄마의 짜증 어택을 받고 대한다원으로 따라나섰다. 녹차아이스크림을 겁나게(광주 사투리) 좋아하는 우리 넷은 친구의 부름을 받고 나간 신랑 빼고 계곡 발담그기까지 하며 신나게 한시간을 보냈다.
낚시용품 파는 고흥 다이소에 가야한다던 아들은 언제그랬냐는듯 계곡을 마구마구 휘젓고 뛰어다녔다. 결론은 가재는 없다 였지만, 잘 가꾸어진 계곡길은 내가 보기에도 참 멋졌다. 물소리를 들으니 더위가 잠시나마 잊혀졌다. 녹차밭 보러 왔다가 고흥에 잘 없는 계곡이라니 뜻밖의 횡재였다.
녹차밭은 내가 스무살때 광주비엔날레 방문 시절 이후로는 처음 입장한 것이었다. 가까운데 이제서야 와보다니, 20년만이라니, 그런데 여전히 깨끗하고 잘정돈되어 있다니, 여러가지로 놀랍고 녹차아이스크림 맛은 더 놀라웠다. 보성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을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전주 모주 아이스크림이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