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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Jun 21. 2024

과거에 살고 있는 너에게

버스에서 내리려고 일어섰다.

하차 문 근처 의자에 앉아 있는 낯익은 뒤통수와 어깨를 보는 순간 멈칫했다.

 

'설마?'


버스에서 내려 열 걸음 정도 걸은 다음 횡단보도에 서서 초록불을 기다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버스 정류장 쪽을 힐끔 쳐다봤다.

정류장 근처 나무 뒤에 서서 옆모습을 보이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이마를 덮은 머리, 오뚝한 콧날, 가무잡잡한 피부.

10여 년 전 모습 그대로다.

그와 눈이 마주칠까 봐 휙, 고개를 돌려 신호등을 바라봤다.

초록불을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어디에서부터 따라왔을까.

넌 그대로네.

난 많이 변했지.

너는 아직도 과거에 살고 있구나.

나는 현재에 살고 있어.

너도 나처럼 현재에 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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