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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Jun 11. 2024

미국에서 식비 절약을 위한 집밥 모음집

점점 퓨전음식이 되어갑니다

 한국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미국 돌아와서 오랜만에 외식을 하며 다시 한번 천정부지로 솟은 듯한 미국 물가를 체감하게 되었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팁과 판매세(sales tax)에 언제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끼게 되던 차에, 재택근무의 장점을 1000% 이용하고자 약속이 없는 주중에는 집밥만으로 식비 절약하기를 개시했다. 한국 갔다 온 뒤 그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집밥 메뉴를 창의적으로 도전해 본다는 것.



잠시 한국 갔다 오기 전의 집밥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 사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감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꿀꿀이죽과 같은 모양새다.


그동안 자취 경력 n 년 차로서 웬만해선 있는 재료 다 넣고, 국간장, 액젓, 후추, 참/들기름 등으로 간을 맞춰주면 어느 정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집에 에어프라이어가 있으면 마트에서 사 온 냉동 음식으로도 충분히 한 끼 분량은 5분 안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매일 이렇게 먹으면 건강은 장담 못 한다).



그러나 한국 휴가 동안
입맛이 나름 고급이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정체된 요리 실력을 타파하고자 휴가 기간에 먹은 메뉴들 중 가장 맛있게 먹은 것들 위주로 메뉴를 선정, 집에서 나름 추측하며 만들어보았다.



1. 명란크림치즈감자전


재료: 명란, 삶은 감자, 휘핑크림, 밀가루, 치즈


한국에서 동생이 데리고 간 이자카야에서 먹은 음식. 사진만 봤을 땐 별 거 아닌 것 같았는데 한 입 맛본 순간, 그 동안 먹은 여러 음식들 중 제일 맛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미국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이것저것 샀다. 명란은 일반 미국 마켓에서는 안 팔아서 한인마트까지 가서 공수해 왔다.




그러나, 결과물은 지나가는 개가 웃고 갈 모양새.



감자, 밀가루 비율을 9:1로 잡아서 거의 떡처럼 프라이팬에 들러붙었다 (혹시 이 메뉴 도전하시는 분들은 감자:밀가루 비율을 1:3으로 잡는 걸 추천드린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2. 흑임자크림명란파스타




혹시 '명란이 너무 많이 남아서 만든 건가?' 라고 추측하신다면, 맞습니다.


'어떻게 저 조합이 나온 거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집에 일단 흑임자가루가 있는 데다가 크림소스도 함께 남아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다 섞어보았다"라고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저 메뉴에 대한 한 줄 평은, 일반 크림으로 먹는 게 낫다. 함께 드신 J는 너무 맛있다며 잘 먹었지만 흑임자가루가 의외로 쉽게 물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명란의 짭짤한 맛이 느끼한 맛을 잡아줄 줄 알았으나 그건 아니었다.





3. 아보카도고구마에그샐러드


재료: 삶은 고구마, 삶은 달걀, 마요네즈, 머스터드 소스에 잘 익은 아보카도 얹혀서 올리브유 휘리릭 하면 끝!


그동안 미국에서 시도한 집밥 메뉴 중 가장 추천하는 메뉴다.





일반적으로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균형 잡혀있을 뿐만 아니라 만들기도 간편하다.

일단 삶은 달걀과 고구마만 준비해 놓으면 나머지는 5분도 채 안 되어 준비가 가능하다. 감자 샐러드보다

고구마가 별다른 인공 감미료 없이도 단맛을 내줘서 든든하게 잘 먹을 수 있다. 속도 편안해서 이 이후에 3-4번은 더 해 먹었다.




4. 바질페스토시금치크림 파스타


재료: 바질 페스토, 시금치, 크림소스, 파마산 치즈, 달걀(옵션), 파스타


크리미 한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집밥 메뉴.


믹서기에 바질 페스토, 크림소스와 시금치만 넣고 갈으면 소스는 완성된다. 남은 시간은 파스타만 삶으면 된다. 집밥의 생명은 시간이기 때문에 별다른 시간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꽤 괜찮은 양식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러 집에서 행복한 점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5. 카레


재료: 양파, 당근, 감자(옵션), 닭고기/돼지고기(옵션), 카레 고형


집밥 메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레. 하지만 이 메뉴는 시간이 꽤 걸린다. 제대로 된 카레를 먹고 싶어 양파를 카라멜라이징 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보통 카라멜라이징 하는데 3-40분은 걸려서 카레 같은 경우 전날 밤에 미리 준비해 놨다.





냉동 돈가스를 에어 프라이어에 돌리고 그 위에 카레 소스를 부어주면 여느 일식 레스토랑 못지않다.






한국에서 외식도 자주 하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집밥도 먹으면서 느낀 점들이 그대로 미국 와서 내가 해 먹은 집밥 메뉴에 반영되었다.



첫째, 대충 먹더라도 플레이팅을 제대로 잘하자.

둘째, 모든 음식은 여러 조합들을 잘 어울리면 무궁무진하게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하게 간단하게 잘 먹기.




차마 모양을 알아볼 수 없는 굴부추전



물론 바쁠 때는 요리하기도 귀찮고 밖에서 투고박스로 사 오고 싶은 유혹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럴 땐 보통 치폴레를 사 먹는다). 그래도 이렇게 한 주간 집에서 해 먹으면 쓸데없는 소비를 줄였다는 것에, 또 스스로에게 건강한 음식들로 존중해 줬다는 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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