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석 Jul 05. 2024

창조성과 그림 그리기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창조성과 그림 그리기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오늘은 기분이 어때요?


내담자를 만났을 때 이 질문이 하고 싶었다.


얼굴 표정이 전보다 밝았기 때문이다.


내담자: 오늘 기분이 좋아요. 있다가 상담 끝나고 맛있는 고기를 먹기로 했거든요.


나: 오 그거 좋네요! 어떤 고기를 좋아하나요?


내담자: 소고기요. 돼지고기도 좋아요.


나: 좋네요. 소고기를 먹는 거죠?


내담자: 네. 소고기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


나: 맞아요. 정말 좋죠. 오늘 얼굴이 밝아 보여서 어떤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한 주는 잘 지내셨나요?


내담자: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오늘 기분이 좋긴 한데, 이번 주는 힘들었어요.


나: 그렇군요.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들었나요?


내담자: 학교나 학원, 심지어 집에서도 내가 맞춰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음.. 틀 안에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는?


나: 아 뭔지 알 것 같은데요. 혹시 정해진 기준에 맞춰서 살게 된다는 것일까요?


내담자: 네. 완벽하게 똑같은 건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 내가 맞춰서 산다는 느낌이 들고,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나 자신한테. 집에서도 엄마나 아빠에게 맞춰 산다는 느낌도 들었고, 뭔가 이상한 한 주였어요.


나: 그렇군요. 마치 액자 안에 들어있는 유리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내담자: 비슷한데, 액자 안에 액자가 있고, 그 안에 또 액자가 있고, 또 그 안에 액자가 있는, 인형 안에 인형이 있는 마트료시카와 비슷한 느낌일까요? 아무튼 그랬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은데, 고기를 먹게 돼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 네. 역시 고기는 언제 먹게 되더라도 기분이 좋죠. 혹시 마트료시카의 느낌은 처음 느껴보는 것일까요?


내담자: 네. 이렇게 확실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에요. 그렇지만 이 세상을 제 멋대로 살아갈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저는 제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나: 그럼요. 당연하죠.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사회에 맞춰서 살아갈 필요는 없어요. 사회에 스스로 적응을 시킨다는 표현이 좀 더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신감이나 자존감을 위해서는 스스로 잘 노는 것이 좋아요. 정서적으로 봐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답니다. 오늘도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내담자: 네 좋아요. 방금 한 이야기는 또 그 위스캇?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야기예요?


나: 아 도날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이에요. 맞아요. 그 사람은 자아를 참된 자아와 그릇된 자아로 나눴는데, 그릇된 자아가 사회에 맞춰지는 자아라고 했고, 참된 자아는 놀이를 통해 발달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담자에게는 그림이 바로 그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내담자: 그래요. 뭐.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위스캇이라는 사람이 한 이야기랑 맞아떨어지나 보네요.


나: 위니콧이에요. 헷갈릴 수 있죠. 그건 상관없는데,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이번에는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을까요?


내담자: 딱히 없는데, 모니터에 비치는 것들을 그려도 될까요? 마치 액자 안에 액자가 있는 느낌이라서 그려보고 싶어요.


나: 당연히 괜찮죠. 바로 그림을 그려주시면 됩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놀이는 정말 좋은 도구이다.


창조성이 발휘된다는 것, 신생아 시절부터 창조성은 늘 발휘되고 있다.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모든 시간이 놀이의 연속이었고, 그로 인해 늘 긍정적이고, 새롭고, 즐겁고, 신나고, 활기찬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창조성 보다 사회의 적응을 훨씬 선호한다.


그렇기에 학교, 학원, 어른들과의 식사예절 등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점점 사회의 틀에 맞춰서 살아가게 된다.


어떤 이는 사회에 규칙에 맞춰 사는 것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요즘 세상은 창조성만 잘 발달시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다.


지금 나의 가치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결코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내담자에게 있어서 나와의 만남, 상담실의 안전함 등을 경험하는 것이 내담자의 자아가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또한 정서적인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키는 것, 이 부분이 내담자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역할은,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이 세상에서 온전히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과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내담자가 자신의 삶에서 고난과 역경을 만나더라도 돌아와서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술도구와 안전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