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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Sep 09. 2024

23. 뮌하우젠 증후군

Munchausen Syndrome

23. 뮌하우젠 증후군 Munchausen Syndrome


이번에 크렉에서 만나게 된 살인자의 벽에는 이미 문이 있는 상태였다.


선택 인원이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만나보고 결정하지 않는 이상 문은 생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아해하면서 우리들은 이 살인자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살인자는 억울함이 많아 보였고, 특히 수술복을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살인자는 의사였다.


하지만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것은 아닌 듯했다.


그냥 겉으로 보기만 해서는 우리가 판단하기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들이 부족했다.


물론, 이미 선택 인원이라서 문은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이 살인자의 과거를 보기 원했고, SF가 도와주어 과거를 볼 수 있었다.


이 살인자가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굉장히 멀쩡해 보였고, 실제로 일반적인 정상인과 다를 것 없었다.


그럼에도, 이 환자가 거짓으로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했고, 그로 인해 수술하게 된 것이다.


환자 또한 의학적인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검사를 통해 나올 수 없는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주로 원인불명의 발열이나 내부 출혈 또는 각혈, 복부의 고통 등과 같은 부분이었다.


이미 이 환자는 여러 번 수술을 받았다.


그때마다 수술의 이유는 다양했고, 어떤 날에는 기억 상실, 환각이나 환청, 자살 시도, 강박 등과 같은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의사 선생님들은 이 환자를 보기 매우 어려워했다.


거짓말 같으면서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환자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들은 늘 힘들어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살인자인 의사에게 왔는데, 이 의사는 내부 출혈이 있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검사를 해보니 실제로 몸에서 출혈이 보였기에 수술을 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마저도 이 환자가 자신의 몸 안에 상처를 낸 것이었고, 그로 인해 이 환자가 죽은 것이다.


아무래도 이 환자는 뮌하우젠 증후군 같은 느낌이었다.


의사에게 보살핌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보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러 번 수술을 받은 부분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수술마다 회복과 돌봄을 받은 경험으로 인해 계속 그 경험을 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의사들에게는 때로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혹은 자신을 억압함으로써 공복 상태를 1주일 가까이 억지로 유지하기도 했다.


정말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 환자였는데, 자기의 증상을 꾸며내어 스스로에게 부여된 인위성 장애이지 않나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신체 증상 장애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으나, 이 환자는 이미 엘리트였고, 부유했으며, 부모가 유명인이었고, 억압된 감정이 신체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확실하게 타인을 속이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허위로 알리고, 조작하고, 상처를 유도하는 등의 모습은 분명 뮌하우젠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뮌하우젠 증후군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직접 수술한 의사가, 환자의 증상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 급하게 수술을 마치려고 하다가 결국 과다 출혈로 환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이다.


환자가 사망한 것이 의사가 사람을 죽인 것으로 판단되어, 이렇게 크렉에 오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살인자의 벽에 문이 있었던 것이었다.


문득, 의문이 드는데, 의사는 정말 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미 실력은 검증된 의사임에도, 환자를 수술하다가 환자가 죽을 수 있지만, 정말 몰랐을까?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해하던 중에, QK와 XZ가 의사를 문밖으로 꺼냈고, 그 순간 의사는 사라졌다.


현생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가 있던 자리에 쪽지가 하나 남아있었다.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너 이 환자를 꼭 수술해서 살려 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넌 죽을 거야. 왜냐하면 그분이 널 직접 만나러 올 거니까."


내가 이 쪽지를 드는 순간, 크렉의 곳곳에서 쪽지들이 발견되었다.


소울파인더스는 이 쪽지들을 모았는데, 최소한 100장은 넘어 보였다.


전부 다 같은 내용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 그분이 널 직접 만나러 올 거니까."라는 문구는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


'그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예전에, 누군가가 살인자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설마 이 생각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충격에 빠져있는데, IT가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이 쪽지를 누가 뿌렸는지, '그분'이라는 것에 대한 조사도 해봐야겠어. SF, XZ의 능력이 필요하고, TO는 만약을 대비해서 문을 만들어줘. 그리고 HK는 휴대용 음식들도 미리 준비해 주고. 이건 꽤 긴 싸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거든. 그리고 QK는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으면 좋겠어. FT는 우리가 힘들어할 때 뒤에서 지원해 줘. 공감 능력과 필요할 때 다른 능력도 사용해 줬으면 해. 마지막으로 TQ는 나와 함께 이 쪽지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보고 배후를 찾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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