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terland
24. IT와 함께 - 배후지 Hinterland
나와 IT, SF 그리고 XZ는 함께 쪽지를 모아놓고 둘러앉았다.
그리고 SF가 먼저 쪽지들의 과거를 한 번에 보여줬다.
쪽지에 깃든 과거들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어떤 한 사람이 쪽지를 건네주는 모습이었다.
모든 쪽지는 전부 다른 사람이 받았지만, 쪽지를 주는 사람은 동일했다.
옷을 입은 모습과 신체의 크기, 그리고 쪽지를 건네주는 오른손, 모든 쪽지에 있는 모습이 같았다.
그렇지만 얼굴이나 다른 신체가 보이지 않았고, 모든 신체를 옷과 장갑, 그 외의 치장으로 가린 상태였기에 전부 동일 인물이 아닐 것이라는 가능성도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쪽지를 준 것일까?
IT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같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같은 사람이 아닐 확률이 더 높아. 그 이유는 아마 XZ가 알 것 같아. 그렇지 XZ?"
XZ는 대답했다.
"응 맞아 IT. 네가 생각한 대로 나는 미래를 바로 봤고, 너희가 모르는 부분을 알 수 있어. 그렇지만 내가 언어적으로나, 비언어적으로 대답을 해주면 아마 나는 죽을 거야. 내가 죽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만큼 이 쪽지에 대해 파고드는 만큼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어."
내가 말했다.
"XZ야 정말 우리한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거야? 저번에 네가 말한 대로 미래가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말을 못 하는 거지?"
XZ는 이렇게 말했다.
"어. 내가 미래를 말하는 순간 모든 게 바뀌게 돼. 그러면 크렉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뀔 거야. 그래서 절대 말을 하지 않을 거고. 그렇다고 내가 방관하겠다는 건 아니야.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IT 또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오케이. 그럼 다시 쪽지 이야기로 넘어와 보자. 쪽지를 건네준 사람은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단체가 이런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 단체의 대표가 있을 것이고, 아마도 '그분'이겠지. 그리고 어딘가에 단체가 있을 장소도 필요하겠네. 하지만 점조직이라면 장소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어.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파악해야겠는걸."
우리들은 모두 동의했고, 쪽지의 과거를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어느 장소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배후지'였는데, 현재 일상생활을 할 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바다가 가까운 곳, 항구 도시였다.
하지만, 이 쪽지는 항구 도시이기 이전에 만들어졌다.
과거의 모습에서 항구 도시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바닷가와 집 몇 채가 전부였다.
다시 말해, 도시가 생기기 전에 이 쪽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고, 이미 이 쪽지들이 계속 돌아다녔고, 도시가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나고, 현재까지도 이 쪽지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심각하다.
누가 언제부터, 어떤 사람들을 이렇게 통제하고 복종하게 만든 것일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IT가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자, 항구 도시야. 어느 항구 도시인지 모른다는 것이 지금으로서 제일 큰 어려움인 것 같은데. SF야 네가 이거 알아볼 수 있겠어?"
SF는 힘들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음. 그것까지는 어려워. 특정적인 건물이나 다른 부분들이 없거든. 하다못해 표지판이라도 있으면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전혀 나오지 않았어."
IT는 SF의 대답을 듣고 바로 눈치를 채고 과거의 모습에서 표지판을 알아보았다.
강원도였고, 삼척이었다.
과거에 도시가 생기기 전에도 자동차는 있었기 때문에 표지판이 분명 보였을 것으로 생각했고, 찾아낸 것이다.
그와 동시에 IT는 우리에게 같이 삼척으로 갈 것을 권유했고, 우리들을 그렇게 삼척을 향해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