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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Nov 07. 2024

내담자가 오지 않은 날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내담자가 오지 않은 날

마린뜨락 심리상담후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매주 나에게 상담을 받던 내담자였다.


아쉽게도 이 전화는 상담을 할 시간이 훨씬 지나서 내가 퇴근을 하려고 하던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실로 걸려온 전화였는데, 받지 말자고 생각을 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나: 여보세요?


내담자: 안녕하세요. 저 내담자입니다.


나: 오 안녕하세요! 원래 상담을 했어야 하는 시간이 지났는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내담자: 네. 제가 조금 몸이 좋지 않아서, 방금 막 일어났어요.


나: 그렇군요. 괜찮아요?


내담자: 네. 이틀 전부터 아팠는데, 지금은 전보다 나아지고 있긴 해요. 그래도 아직 오한이 심하고 열도 나서..


나: 그래요 그래요. 많이 아프네요. 병원은 다녀오신 거죠?


내담자: 네. 병원에 다녀와서 약 먹고 쉬는 중이에요.


나: 어디가 부러지거나 중증 이상의 병은 아닌 거죠?


내담자: 네. 그냥 몸살감기인데 독감 같아요. 이틀이면 다 낫겠다 싶었는데요. 아직까지 앓아누워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상담을 못 갔어요. 미리 연락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나: 아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 푹 쉬시고 다음 주에 만나요. 나도 내담자가 잘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할게요.


내담자: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나: 네 알겠어요. 다음 주에 만나요.



전화를 받길 잘했다.


내담자가 오지 않은 날이라서 그런지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느낌은 내담자가 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다 보니 감정적으로 소진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담자가 오지 않으면 상담자는 당연히 '내담자가 왜 오지 않을까?', '무슨 일이 생겼나?'등과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내담자가 먼저 연락을 했고, 자신의 상태가 의식적으로 상담을 빠진 것이 아닌, 즉 악의를 갖고 상담을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담자가 오지 않게 되면 상담사는 상담의 실패라는 원인을 상담사 본인에게 되묻는 일이 생긴다.


내가 상담을 잘하지 못해서 내담자가 연락도 없이 빠진 것이라고, 내담자가 상담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고 봤었다.


게다가 최근에 내담자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저항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이 부분은 연구를 한 분들이 많이 있고, 논문으로도 몇 번 공부를 했었다.


상담사는 내담자를 돕기 위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가 회기에 참여를 하지 않은 것은 상담사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담자가 상담에 오지 않은 이유를 상담사에게서 찾기 마련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내담자가 상담에 오지 않았다.'라는 것은 '상담이 실패했다.'를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상황을 통해 내담자를 이해하고, 내담자 스스로도, 상담자도 자기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 또한 상담의 과정이다.


그래서 나도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상담의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니, 내담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 부모님 또는 친구들과의 마찰이 있는 것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겪어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한 관점이 될 것이고, 다음 주에 내담자가 오면 좀 더 깊은, 조금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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