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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Nov 04. 2023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사람에는 사람이 있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잉어빵에는 잉어가 없고, 땅콩 빵에는 땅콩이 있다. 이름을 정의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모양일 수도, 내용물일 수도. 무엇이 더 중요한 요소일까?


강아지를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형태의 강아지들이 있다. 닥스훈트, 진돗개, 불독, 리트리버, 치와와 등... 그들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누구는 허리가 길고 얼굴이 납작하며 다리가 짧고... 그렇다고 내용물이 같냐? 그건 또 아니다. 지능의 차이 타고난 체력의 차이 대체적 성격의 차이. 다만 유전자 수준으로 들어가 종을 조사하면 개과 개속 회색늑대종 개아종에 있다고. 생물학적 종(species)과 강아지의 품종(breed)은 다르다고 하는데 아무튼 여기에 속한 이들은 강아지다. 굳이 말하자면 내용물이 모양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겠다.


생명체를 넘어서 도구를 보자. 책은 왜 책일까? 정보가 담긴 종이 뭉치를 묶어놓은 것을 책이라고 한다면 내용물이 있는 책 모양을 책이라고 한다는 것이니, 둘 모두가 필요한가? 내용물이 없다면 공책이고 책 모양이 아니면 책조차도 아니니 형태가 조금 더 중요한 것 같다.


왜 이런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가? 사람이 사람임을 정의하는 것은 모양일까 내용물일까? 사람처럼 생겼고, 유인원과 다르게 생겼으면 모두 사람인 걸까? 사람다움을 갖추지 못하면 사람이 아닌 걸까? 사람다움은 뭘까? 실존하는 원자들의 합 그 이상을 우리는 꿈꾸고 원한다. 이는 가설의 형태로도, 믿음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내가 사람임을 위해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말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개는 개고, 책은 책이다. 그런데 사람만 사람이 아닌 걸까? 붕어 없는 붕어빵인 것처럼? 인간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그런 가정 또한 부분을 전체보다 크게 보는 짓이다. 인간만이 가진 특별함. 그것을 증명하고 찾아내려 애쓴다. 그런데 인간이 특별할 필요가 있을까? 자연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이용하는 행위의 면벌부 혹은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이것이 인간다움인 걸까? 인간이 과연 특별한 존재인지 고민해 보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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