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묵묵히 견딘 고성의 종탑이
일요일을 장식하는 묵직한 울림의 종소리가
그리고 8월의 바람이 훑는 고목의 잎사귀가
나를 기억할까
수많은 발자국의 메아리만 남은 높은 돌계단
셀 수 없는 고민과 열정으로 얼룩진 낡은 나무 책상에
나의 자취가 남아있을까
쇳내가 밴 열쇠를 들이밀면
마지못해 불평하며 열리는 묵직한 나무문과
수백 년 머금은 아침 햇살빛의 성벽에 쌓인
평화로운 적막에
나의 손자욱도 어딘가 묻어있을까
나에게 매일이었던 너는
어느새 내 것이 아닌 아련함이고
영원한 너에게 나는
지나가는 이 여름만큼 찰나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