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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Oct 18. 2024

파인애플 여러 조각을 한 번에 우걱 씹으면

루피시아 8290. 파인애플우롱

올여름 루피시아에 신규 과일 우롱으로 출시된 게 리치와 파인애플인데 (완숙망고는 꼽사리로 일러캔 출시) 제품 번호로 따지면 파인애플이 리치보다 하나 앞서서 각각 8291, 8290번으로 등록되었다. 리치와 마찬가지로 파인애플 우롱도 전혀 새로운 제품은 아니고 옛날부터 있었던 파인애플 우롱을 리뉴얼한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파인애플 우롱이 깔끔한 과일맛은 아니었고 쿠키맛도 좀 나는 밀키 한 느낌이었을 텐데 리뉴얼은 어떻게 되었을까. 번호까지 바꾸는 리뉴얼로 보여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이번 늦여름, 긴 더위에 이성을 상실하고 다른 우롱까지 추가추가 하게 만들었던 파인애플 우롱. 50g 봉입으로 1150엔이며 7~9월 계절 한정으로 상미기한은 1년.

우롱-챠

한정 디자인 캔도 나왔는데 리치와 마찬가지로 캔은 구입하지 않았다. 심플한 우롱차 라벨. 특별할 것 없는 레시피이다.

칸쥬쿠시타 파인앗푸루 오 오모와세루 노우코우나 아마이 카오리 오 죠우시츠나 타이완 우롱챠 니 마토와세마시타. 아이스티 니모.
잘 익은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진한 달콤한 향을 고급 대만 우롱차에 더했습니다. 아이스티로도.

그야말로 직관적인 설명. 전반적으로 과일 우롱차가 가격대가 다 천 엔 이상으로 올라간 것 같은데 진짜 고급 대만 우롱차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기본적인 차품이 좋으니 뭘 해도 다 만족스러운 편. 홈페이지에 아이스티 추천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뭐 그야 당연한 것 같다. 대부분의 과일 우롱에 아이스티 라벨이 붙어있으니까.

파인애플이 섭섭하지 않게 들었다

봉투를 개봉하면 녹진하게 달달한 향이 올라온다. 휘발성의 풍선껌 향이라기 보단 주스를 졸여놓은 달달함이다. 인공적으로 뽀얀 향도 좀 난다. 건엽을 덜어내는데 제법 많은 파인애플 조각이 딸려온다. 확인해 보니 제법 파인애플이 많이 들었다. 흡족. 대만 우롱이라고 하는데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아 보이네. 찻잎 향을 맡아봐도 파인애플의 가향이 진해서 단내밖에 안 난다.

사진을 찍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한참 찾았네. 성심당의 토요빵.

넉넉하게 5g의 찻잎을 90도가량의 물 100ml에서 40초쯤 우려내었다. 파인애플 주스 같은 향이 진하게 퍼져나간다. 맛을 보니 청향과 농향의 중간 어디인데 뜨겁게 마시는 상황과 약간의 농향 그리고 파인애플 향이 합쳐져 구운 파인애플 느낌이 나는 게 재밌다. 시나몬을 뿌려보고 싶을 지경. 향과는 별개로 달디단 찻물이다. 약간의 구연산이 들었다고 하니 감미료의 역할도 조금은 하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가향이 파인애플 통조림 국물 같은 느낌이다. 건엽에서 느껴진 진한 향이 찻물에선 델몬트 주스 느낌으로 진하다. 따뜻하게 마셔도 꽤나 괜찮은 느낌.

밤고구마엔 차가운 우롱이 잘 어울린다

아이스티는 역시나 깔끔하고 맛있는데 급랭냉침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파인애플이라 그런지 초코랑도 잘 어울리고 구황작물과도 의외의 궁합이 있다. 조금은 이른 군고구마와도, 군밤과도, 살짝 목맥히는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느낌. 들큰한 느낌은 차갑게 마시니 한참 수그러들어서 하염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쭉쭉 들어가는 게 문제랄까. 데일리 한 아이스티 느낌으로는 루피시아의 과일 우롱 중에 제일 괜찮지 않나 싶다.

이거 보세요 꽤 맛있어 보이는 우롱챠

단맛에 대한 호불호를 고려하면 누군가에겐 너무 달아서 역시 모모우롱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아이스티를 기준으로 한다면 직선적이고 확실한 맛과 향, 파인애플 조각을 두세 개 겹쳐서 우걱 씹은 것 같은 진득한 파인애플의 느낌이 너무 훌륭해서 이번 시즌 최고의 과일 우롱으로 선정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리뉴얼은 이 정도는 되어야 임팩트가 있다. 두 개 중 하나 성공인 듯 하니 개발속도, 나쁘지 않은 듯. 내년엔 미리 좀 쟁여놓고 마셔야겠다 생각이 드는 파인애플 우롱이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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