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8290. 파인애플우롱
올여름 루피시아에 신규 과일 우롱으로 출시된 게 리치와 파인애플인데 (완숙망고는 꼽사리로 일러캔 출시) 제품 번호로 따지면 파인애플이 리치보다 하나 앞서서 각각 8291, 8290번으로 등록되었다. 리치와 마찬가지로 파인애플 우롱도 전혀 새로운 제품은 아니고 옛날부터 있었던 파인애플 우롱을 리뉴얼한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파인애플 우롱이 깔끔한 과일맛은 아니었고 쿠키맛도 좀 나는 밀키 한 느낌이었을 텐데 리뉴얼은 어떻게 되었을까. 번호까지 바꾸는 리뉴얼로 보여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이번 늦여름, 긴 더위에 이성을 상실하고 다른 우롱까지 추가추가 하게 만들었던 파인애플 우롱. 50g 봉입으로 1150엔이며 7~9월 계절 한정으로 상미기한은 1년.
한정 디자인 캔도 나왔는데 리치와 마찬가지로 캔은 구입하지 않았다. 심플한 우롱차 라벨. 특별할 것 없는 레시피이다.
칸쥬쿠시타 파인앗푸루 오 오모와세루 노우코우나 아마이 카오리 오 죠우시츠나 타이완 우롱챠 니 마토와세마시타. 아이스티 니모.
잘 익은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진한 달콤한 향을 고급 대만 우롱차에 더했습니다. 아이스티로도.
그야말로 직관적인 설명. 전반적으로 과일 우롱차가 가격대가 다 천 엔 이상으로 올라간 것 같은데 진짜 고급 대만 우롱차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기본적인 차품이 좋으니 뭘 해도 다 만족스러운 편. 홈페이지에 아이스티 추천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뭐 그야 당연한 것 같다. 대부분의 과일 우롱에 아이스티 라벨이 붙어있으니까.
봉투를 개봉하면 녹진하게 달달한 향이 올라온다. 휘발성의 풍선껌 향이라기 보단 주스를 졸여놓은 달달함이다. 인공적으로 뽀얀 향도 좀 난다. 건엽을 덜어내는데 제법 많은 파인애플 조각이 딸려온다. 확인해 보니 제법 파인애플이 많이 들었다. 흡족. 대만 우롱이라고 하는데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아 보이네. 찻잎 향을 맡아봐도 파인애플의 가향이 진해서 단내밖에 안 난다.
넉넉하게 5g의 찻잎을 90도가량의 물 100ml에서 40초쯤 우려내었다. 파인애플 주스 같은 향이 진하게 퍼져나간다. 맛을 보니 청향과 농향의 중간 어디인데 뜨겁게 마시는 상황과 약간의 농향 그리고 파인애플 향이 합쳐져 구운 파인애플 느낌이 나는 게 재밌다. 시나몬을 뿌려보고 싶을 지경. 향과는 별개로 달디단 찻물이다. 약간의 구연산이 들었다고 하니 감미료의 역할도 조금은 하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가향이 파인애플 통조림 국물 같은 느낌이다. 건엽에서 느껴진 진한 향이 찻물에선 델몬트 주스 느낌으로 진하다. 따뜻하게 마셔도 꽤나 괜찮은 느낌.
아이스티는 역시나 깔끔하고 맛있는데 급랭냉침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파인애플이라 그런지 초코랑도 잘 어울리고 구황작물과도 의외의 궁합이 있다. 조금은 이른 군고구마와도, 군밤과도, 살짝 목맥히는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느낌. 들큰한 느낌은 차갑게 마시니 한참 수그러들어서 하염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쭉쭉 들어가는 게 문제랄까. 데일리 한 아이스티 느낌으로는 루피시아의 과일 우롱 중에 제일 괜찮지 않나 싶다.
단맛에 대한 호불호를 고려하면 누군가에겐 너무 달아서 역시 모모우롱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아이스티를 기준으로 한다면 직선적이고 확실한 맛과 향, 파인애플 조각을 두세 개 겹쳐서 우걱 씹은 것 같은 진득한 파인애플의 느낌이 너무 훌륭해서 이번 시즌 최고의 과일 우롱으로 선정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리뉴얼은 이 정도는 되어야 임팩트가 있다. 두 개 중 하나 성공인 듯 하니 개발속도, 나쁘지 않은 듯. 내년엔 미리 좀 쟁여놓고 마셔야겠다 생각이 드는 파인애플 우롱이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