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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항아리에 볶은 매일의 (쏯)차

루피시아 8051. 에츠보니이루

by 미듐레어

와라이노 츠보, 직역하면 웃음의 항아리란 뜻인데 일본친구들이 술자리에서 종종 했던 말로 유머코드 같은 거라고 했었더랬다. 일본어 문맹인 나는 번역기를 돌리면서도 이게 그거인지를 모르고... 여전히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신세다. 에츠보니이루는 와라이의 한자를 그 뭐시기냐 한자식으로 읽어서 에츠보가 웃음 항아리가 되는 것인데 웃음항아리에 볶는다는 뜻으로 웃음이 쏟아진다는 의미의 제목이라고 한다. 읽는 방법이 너무 달라서 연관조차 짓지 못하다가 뜻을 찾아보던 중 알게 되었다. 아무튼 스탠딩 지퍼백으로 나오는 일본차 시리즈 중 하나로 오사카 그랑마르쉐 회장에서 가마이리차 코너를 돌다가 하나 집어왔다. 매일의 일본차 시리즈 중 하나라고 하는데 작년에도 매장에서 이런 봉투들 몇 개 세워져 있는 걸 봤었는데 내가 발견을 좀 일찍 한 거지 의외로 시리즈가 확립된 건 얼마 전인 듯. 100g 스탠딩 지퍼백으로 880엔이고 상미기한은 제조 1년.

쏯호초

가마이리차 섹션에서 집어왔으니 당연하겠지만 카마이리차로 아래의 사자털문양과 태양의 불꽃이미지로부터 루피시아의 일본차 색감까지 그라데이션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태양열녹차

코우바시쿠모 슷끼리토 시타 아지와이니, 오모와즈 에미가 코보레마스. 오쇼쿠지츄우니모 핏타리나 카마이리챠데스.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에,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식사 중에도 잘 어울리는 가마이리차입니다.

원산지가 규슈라고 한다. 듣자 하니 가마이리차의 본진이 규슈였다고도 하는 것 같은데 일단은 닥치는 대로 마셔보는 중이기 때문에 마셔서 배워보도록 한다. 본격 보급형 느낌의 라인이기 때문에 레시피도 과감하게 2인분 기준.

꼬불꼬불 덖음차

봉투를 열어보면 바싹 마른 자른 미역 같은 향이 나면서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어떻게 맡다 보면 또 묵은 센차의 느낌도 나지만 센차와는 다르게 바싹 마른 그 느낌이 또 있다. 어떻게 된 게 가마이리차들이 봉투를 열 때마다 새로워서 일본에서도 내부적으로 뭔가 정리가 덜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진행형으로 다양하게 개발이 되고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점은 우리나라 다원들도 정말 다양한 느낌으로 개발되고 있는 차들을 떠오르게도 만들고 앞으로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건엽을 덜어내어 보니 조금 덜 말린 중작정도의 느낌이 느는 건엽이 나온다. 덜 말렸다는 게 유념을 미묘하게 덜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인 것도 같고.

매일매일 캐쥬얼하게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 3g 이상의 찻잎을 데워진 다구에 넣어 100ml의 100도 조금 안 되는 물에서 45초 이상 우려낸다. 한 모금 마셔보면 김맛이 살짝 감도는 향으로 시작해서 연한 감칠맛이 지나간 뒤 풀내음 같은 싱그러운 향이 입안 가득 지나간다. 재미있는 점은 온도를 낮춰줘도 차맛이 비슷하게 프로필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내포성은 딱 두 번 정도가 한계. 이렇게까지 김 같은 뉘앙스가 강한 녹차는 참 오랜만인데 맛 자체는 꽤나 상쾌하고 개운한 맛이다. 급랭에서는 어떨지 투차를 두배로 올려서 똑같이 우린 뒤 얼음 가득한 컵에 따라내었다. 녹차의 고소함이 살짝 더 살아나는 느낌이기도 한데 전반적인 인상은 따뜻한 차와 비슷한 인상이다.

캐쥬얼 냉차

찻잎 10g을 1000ml의 물에 툭 던져 넣고 하룻밤 냉침한다. 한 모금 마셔보니 약간은 센차스러운 풍부한 곡물향 고소함과 깨끗한 풋내음이 난다. 녹차를 이렇게 팍팍 써가면서 대용량 냉침을 할 일이 잘 없다 보니 뭔가 손이 자꾸 옹졸해지는데 녹차를 팍팍 냉침하니 맛있기만 하다. 깔끔함과 싱그러움이 입안에 가득해서 녹차 냉침을 자주 마셔야겠다 싶을 정도. 겐마이차나 호지차등에서 나는 미끌한 느낌 없이 뽀드득한 개운함이다. 굉장히 쉽고 편한 느낌의 녹차여서 어떻게 마셔도 좋다는 설명이 실감이 된다.

어딘지 센차스러워진 엽저

보고 있으면 제법 할인도 자주 하는 상품으로 가격을 생각하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일단 녹차 건엽을 바로 냉침해서 한번 마시고 버린다는 사치스러운 생각을 해본일이 잘 없다. 가향녹차라면야 몇 번 하긴 하는데 보통은 저렴한 센차가 주였으니 딱히 그런 인지가 없었는데 덖음 녹차를 이렇게 씀풍씀풍 마시는 호사라니. 그런 점에서 매일의 녹차로 나온 가마이리차란 거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 차 시장 아직 많이 화이팅 해야겠단 생각이 들고… 이 정도 차를 매일 이렇게 쉽게 마실 수 있다면 아닌 게 아니라 웃음항아리가 하하하 웃겠다. 좋겠다 싶은 (쏯)차 이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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